-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9/03/08 21:57:54
Name   메아리
Subject   서평 『웃는 늑대』 - 쓰시마 유코

  이 소설은 1950년대 말 일본을 배경으로 두 아이가 여행을 하면서 겪게 되는 여러 일들을 담고 있다. 17세인 미쓰오는 중1인 유키를 꼬셔 같이 열차를 타고 여행을 다닌다. 그러나 그들의 여행은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다.  

  이 이야기를 아이들의 정상적이고 평범한 가출 여행에 대한 이야기로 봐버리면 곤란하다. 이들의 여행은 혼돈 그 자체다. 첫째, 시간의 배열이 마구 흐트러져 있다. 유키코가 중학교 1학년생이 된 해가 쇼와 34(1959)이다. 그러니까 그들의 여행은 19595월에 출발한 것이다. 그러나 여행 중간 중간에 쇼와 20년대에 실제로 벌어졌던 사건들이 나타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들이 오사카 역에 내려 우동을 사먹을 때 가지고 있던 동전을 사용하지 못한다. 돈을 받은 식당 주인은 가짜 돈이라고 쇼와 27년에 만든 돈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소리친다. 아직 그때도 되지 못했는데.

  둘째로 이들이 어떤 위기에 처하게 되면, 다시 열차 안으로 돌아와 버린다. 미친개들의 습격을 받았을 때도, 콜레라가 퍼진 귀국선에 올라탔을 때도 그들이 다시 정신을 차린 곳은 열차 안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다시 열차 안으로 돌아 왔는지 알지 못한다. 겪은 사건들이 꿈이 아니라는 흔적은 몸 여기저기에 남아 있다.

  이들의 여행은 가능한 여행이 아니다. 이들은 열차를 통해 공간을 여행할 뿐 아니라 시간도 여행한다. 이 여행을 통해 전후 일본에서 일어났던 크고 작은 사건들과 생활상을 볼 수 있다. 일본이 폭발적 성장을 하기 직전의 상황, 전후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채 그 아픔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신음하던 그 당시 일본을 보여주고 있다.

  웃는 늑대는 미쓰오를 가리킨다. 길들여지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으로서의 늑대는 유키 유괴사건이 해결됨으로써 멸종되어 버린다. 작가가 길들여지지 않음을 통해 일본을 말하려 한다. 그것은 일본적이지 않음을 통해 일본을 말하려 한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작가는 일본에게 그 길들여지지 않음’, 야생성이 사라져 버렸다 말한다. 가야하는 학교에 가지 않고 아무 열차나 휙 올라타 떠나버리는 그런 야생.

  비단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다. 문명이 무르익어 갈수록 야생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야만과 야생을 혼동해서도 안 된다. 문명도 야만스러울 수 있다. 야생이란, 도전의 자유로움이다. 그 다음 일을 걱정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태도다. 길들여진다는 것은 고려해야할 게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스스로가 어떤 도전을 하고자 할 때, 고려해야할 것들이 많다면 그것은 그만큼 길들여져 있다는 반증이다.

  우리가 굳이 야생의 삶을 살 필요는 없다. 언제나 도전뿐인 삶은 쉬이 지치기 마련이니까. 다만 생각은 야생성을 잃으면 안 된다. 너무 많은 것을 고려하여 사고의 자유로움까지 담보해 버려서는 곤란하다. 적어도 사고만이라도 야생성을 남겨두어야 한다. 스스로를 자유로운 존재로 여기고 싶다면 말이다. 가끔은 그것이 행동으로 올라올 수 있어야 하니까.




5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1678 일상/생각깜짝깜짝 놀랄수밖에 없는 도그 포비아의 현실... 3 알겠슘돠 21/05/15 3786 0
    13085 꿀팁/강좌보기싫은 유튜브 채널 안보이게 치우기 9 메리메리 22/08/15 3786 2
    1953 음악Lucio Dalla - Ayrton 2 새의선물 16/01/06 3787 0
    2624 기타시간은 흘러가고... 8 NF140416 16/04/16 3787 7
    3068 게임요즘 gba 게임에 한창 빠져있습니다. 3 klaus 16/06/19 3787 0
    4530 음악괜찮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당신의 노래가 듣고 싶어요 (유튜브 링크 다수) 3 Redemption 17/01/03 3787 3
    3300 일상/생각다른 사람을 공감할 필요도, 이해할 필요도 없으니까. 5 전기공학도 16/07/20 3788 0
    7551 일상/생각무도와 런닝맨, 두 농구팀(?)에 대하여... (2) 3 No.42 18/05/19 3788 4
    8183 스포츠180908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오타니 쇼헤이 시즌 19호 3점 홈런,최지만 그랜드슬램) 2 김치찌개 18/09/08 3788 0
    8967 영화영화: 더 페이버릿 4 영원한초보 19/03/17 3788 3
    9062 일상/생각오늘 원룸 보고 왔는데... 건물명이 레지던스져??? (부제:오산역친x부동산 발품후기) 12 바다 19/04/11 3788 0
    11767 정치우리 안철수 대표님이 잊혀지고 있네요. ㅠ.ㅠ 31 Picard 21/06/08 3788 1
    3308 일상/생각. 44 리틀미 16/07/20 3789 2
    4101 정치욕하고 싶다. 9 Bergy10 16/11/07 3789 1
    9566 IT/컴퓨터앱스토어 한국 신용/직불카드 금일부터 지원 5 Leeka 19/08/20 3789 7
    10935 게임[LOL] 롤드컵 그룹스테이지 직행 시드 배정이 끝났습니다. 2 Leeka 20/09/07 3789 2
    12595 의료/건강오미크론 유행과 방역 '정책'에 관한 짧은 이야기 11 Ye 22/03/08 3789 24
    3882 게임마피아 3 초간단 소감.. 1 저퀴 16/10/12 3790 0
    5107 일상/생각가난한 사랑 노래 20 열대어 17/03/08 3790 19
    5712 게임농구 좋아하세요? 15 기쁨평안 17/05/29 3790 2
    8065 게임10년전에 이스포츠 대회를 진행했던 잡설 #1 9 Leeka 18/08/17 3790 1
    8945 도서/문학서평 『웃는 늑대』 - 쓰시마 유코 2 메아리 19/03/08 3791 5
    4007 일상/생각저의 다이어트 이야기 -2- 12 똘빼 16/10/25 3791 3
    11258 기타요즘 보고 있는 예능(8) 김치찌개 20/12/21 3791 0
    3061 정치내각제 -대통령을 없애자 31 DVM 16/06/18 3792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