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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03/05 14:48:54
Name   다람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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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스포/후기] 살인마 잭의 집 - 라스 폰 트리에의 텅 빈 집




저는 라스 폰 트리에를 김기덕과 나홍진의 중간 어디메쯤- 그렇지만 김기덕에 보다 가까운-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김기덕처럼 사람을 불편하게 하고, 나홍진처럼 감정이입의 대상에 감정이입을 안 하며 작품으로 하고 싶은 것은 완전 자기 마음대로 한다!

그런데도 김기덕의 영화를 끊고 라스 폰 트리에를 안 끊은 것은 그 사람의 작품을 본 순서 때문이었던것 같네요
개봉시기와 상관 없이 저는 그 사람 영화를 도그빌 - 안티크라이스트 - 어둠 속의 댄서 - 님포매니악 1 - 님포매니악 2 - 멜랑콜리아의 순서로 보게 되었는데,
도그빌과 어둠속의 댄서가 괜찮았기 때문에 안티크라이스트의 내상에서 회복할 수 있었고
마지막에 본 멜랑콜리아가 괜찮아서 살인마 잭의 집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래의 리뷰는 저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지극히 주관적으로 쓰여졌으며
생각나는대로 썼기 때문에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을 수 있고
영화의 실제 흐름과 순서가 다를 수 있습니다. (두 번 떠올리고 싶지는 않은 영화네요)

라스 폰 트리에 전작들에 대한 스포도 가득하므로 스포를 피하고 싶으신 분은 읽지 않으시는 것을 권합니다.




0. 잭이 지은 집과 고해성사


영화는 잭과 지옥인도자 버지의 나래이션으로 채워집니다.
잭은 버지에게 자신의 살인과 관련된 다섯 가지 사건을 고백합니다.
이를 고백할 때 "incident"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victim등의 표현은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안 나왔을거에요)

이렇게 무감동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살인을 고백하는 잭과 그것을 잠자코 듣는 버지의 구도는 마치 고해성사를 떠올리게 합니다.

원제인 "The House That Jack Built"처럼 이 영화는 잭이 지은 집에 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옵니다.
어쩌면 다섯가지 사건보다도 잭이 말하고 싶은 것은 자신이 지은 집에 관한 이야기일지 모릅니다.
그리고 라스 폰 트리에가 말하고 싶은 잭이 지은 "집"은 바로 자기 자신임과 동시에 자신의 작품들을 말합니다.

잭은 부모님은 자신에게 엔지니어가 되라고 하였지만 나는 건축가가 좋았다고 말합니다.
잭은 둥근 아치와 뾰족 아치의 건축물에 대하여 장광설을 늘어놓으며 자신이 설계한 집에 대하여 이야기합니다.

그렇지만 영화 내내 잭은 집을 설계하기만 할 뿐 완성하지 못합니다.
잭에게는 엔지니어 능력이 없었던 것일까요? 설계한 것을 구현할 능력이 없었던 것일까요?

잭은 후에 건축가와 엔지니어에 관한 질문을 계속 반복하게 됩니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 이것은 라스 폰 트리에의 자신의 작품에 관한 질문과 해명으로 이어집니다.


잭이 산 고즈넉한 저수지 옆 부지 -집터-와 시내 한복판에 거리 이름을 잘 알 수 없는 냉동창고는
아주 멀어 보이지만 가깝습니다.
냉동창고 안에는 무슨 수를 써도 열리지 않는 문이 있습니다. 이 문은 잭이 어떤 단계로 나아가기 전에는 열 수 없는 문이겠지요



1. 완전히 망가진 "잭"

첫번째 사건에서 사망하는 여자는 망가진 잭을 들고 차를 고치려고 하다가, 지나가던 잭을 보고 도움을 청합니다.
잭이 철물점에 가서 잭을 고쳐 와서 차를 고치자고 하자, 여자는 집요하게 자신을 태워달라고 요구합니다.
그렇게 남의 차를 얻어 타면서, 미안해하거나 고마워하는 기색은 전혀 없고 잭보고 연쇄살인마 같다고 말하며, 하지만 그럴 배짱은 없어보인다고 깔깔거리며 웃습니다.
여자가 잭을 데리고 차 멈춘 곳 - 철물점- 여자 차 멈춘 곳을 오갈 때, 관객마저도 '여자 진짜 짜증난다!!!!'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게 잭은 자기가 여자를 죽이게 된 이유를 정당화합니다.


망가진 잭으로 차를 고치려는 여자에게 잭은 황당한 조언을 합니다. 카센터가 아닌 철물점을 소개해주며 잭을 고치라는 겁니다.
그렇지만 가장 솜씨 좋다는 철물점에서 고쳐 온 잭은 자동차를 고치려는 순간 다시 맥없이 부서져버립니다.

뒤틀리고 망가진 잭, 어떤 솜씨 좋은 엔지니어도 고칠 수 없는 잭.
그것은 살인마 잭을 뜻하고, 동시에 라스 폰 트리에 스스로의 모습입니다.


2. 강박장애와 그 치료

두번째와 세번째 사건을 고백하며, 잭은 자신이 강박장애를 가지고 있음과 살인을 하며 강박장애가 완화되었음을 고백합니다.
살인을 반복할 수록 살인에 능수능란해지는데, 반면 살해 후 뒤처리는 점점 느슨해집니다.
버지는 잭이 누군가가 자신의 살인을 눈치채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 아닌지 호통칩니다.

강박장애의 묘사가 너무나 리얼해, 실제 감독이 강박장애를 앓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 체험이 아니라면 이렇게 리얼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강박장애를 겪지 않았나 싶었어요.

그리고 살인마 잭의 시체 찍기 취미가 점점 드러납니다.
그런데 잭의 사진 취미는, 사실 현상한 사진보다도 네거티브 필름에 그 본질이 있습니다.


3. 일식과 가로등의 그림자, 그리고 네거티브 필름

잭은 어린 시절부터 일식을 좋아했습니다 가장 밝은 빛에 가장 깊은 어두움이 있다는 것이지요
성인이 된 지금도 용접공이 쓰는 철모 너머로 일식을 보며, 태양이 가리워져 가장 깊은 어둠이 드러나는 순간에 전율합니다.
자신을 가로등 밑을 걸어가는 사람으로 비유하며, 빛 아래 있을때 가장 깊은 그림자를 갖게 되는 자로 이야기하지요
그래서 잭이 현상한 사진보다 밝을수록 검게 표현되는 네거티브 필름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할지 모릅니다.


4. 사냥 - 잭에게 가족, 그리고 연인

네번째 사건에서, 잭은 엄마와 두 아들에게 사냥 체험을 시켜 주는 일을 합니다.
첫째는 큰 동물을 잡으면 자랑스러워 할 것이라 말하며 사냥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습니다. 반면 둘째는 시무룩해하죠.
잭은 엄마와 아이들에게 안전을 위한 것이라며 빨간 모자들을 씌워 주고, 곧 잭은 사냥을 시작합니다.
엄마와 아이들이 모자를 벗을 생각도 못한 채 겨우 겨우 도망다니는데,
잭의 시선에서 보기에는 그저 사슴 세 마리나 다름 없을 뿐입니다. 인간 엄마는 사슴 암컷과 달리 가장 작은 아이를 내버려두고 뛰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소 순서의 변동은 있지만, 어린 사슴을 먼저 사냥하고 가장 마지막에 엄마사슴을 사냥하게 되지요.
짜증나도록 담담하고 즐거운 서술이라 영화를 보며 몹시 기분이 가라앉았습니다.
특히 엄마를 사살하는 과정에서, 엄마가 풀숲 구덩이에 대충 머리만 쳐박고 자신을 사냥하는 잭을 쳐다보지 않으려 외면하는 것에서
나홍진 감독 추격자의 장면이 생각났습니다.

잭은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가족을 찾았다고 기뻐합니다.
사냥을 경험하게 해 준다는 것은 사냥을 하게 해준다는 것이 아닌 사냥당하게 해 준다는 이야기입니다.

사건 초반에 모자에게 자기는 더이상 사냥을 하지 않는다고 고백하며, 까마귀 살처분이 인종청소를 연상하게 해서 역겹다고 말하는 것은 사냥감을 안심시키려는 꾸며낸 멘트였을수도 있습니다. 마치 잭이 거울을 보며 웃는 얼굴을 연습하고 감정을 배우려고 노력했던 것 처럼요.
한편, 큰 동물을 잡은 것이 그리 자랑스럽지 않았다는 것은, 자신이 건축가로서 자신이 원하는 집을 지으려고 노력했으나 결국 완성하지 못했던 것과 연결될 수도 있습니다.

잭이 자신이 잡은 까마귀들과 세 모자의 시체를 과시하듯 늘어놓으며 한 단락을 마칩니다.

이후, 잭은 영화에서 가장 끔찍한 시체손괴를 행합니다. 아이의 시체로 일종의 인형 내지 박제를 하는 것인데요,
이때 나가는 관객 있었습니다...저는 어떤 손괴인지 말 하고 싶지 않네요 ㅠㅠㅠ


5. 살인마 잭에게 집이란?

잭은 버지에게 자신에게 연인도 있었다고 말하는데, 회상 장면에서 보면 잭은 연인을 무식하고 멍청하다고 마구 대하며 너의 이름은 필요 없고 그저 나에게 '심플'일 뿐이라며 모욕적으로 행동합니다. 그런데 또 여자는 고분고분합니다.
여자 몸 토막내려고 마카 갖다달라고 하면 갖다주고 칼 들어가는 자리대로 몸에 점선을 그리는데도 가만히 있습니다.

저는 이때, 사체손괴나 도와달라는 외침에 무관심한 사람들보다도, "집"에서 일어나는 살인과 단절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사건의 희생자도 자신의 집에서 살해당하고, 잭은 피해자의 집에서 연출된 사진을 찍었으니까요.
이걸 보면서 처음엔 몰랐다가 이 때에야 눈치를 챘어요 ㅎㅎ

같은 집에서도 전화기로 서로 통화를 하는 연인은, 붉은 전화선으로 통화를 할 때에는 잭과 더할 나위 없이 로맨틱했지만 곧 그 붉은 전선으로 입이 틀어막힐 것입니다.
연인의 집에는 안에서 걸쇠로 잠그고 밖에서 열쇠로 여는 일반적인 잠금장치와, 안에서 열쇠로 잠그는 두 번째 잠금장치가 있습니다.
심플은 집 안에서 일반적인 걸쇠를 걸고, 열쇠로 두 번째 잠금장치를 잠급니다. 심플은 집 안에 있는 집주인이면서도 열쇠가 없으면 집 안에서조차 문을 열 수 없습니다.

잭도 냉동창고 안에 있는 문 하나는 절대 열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잭이 지어 보려 애썼다 끝내 짓지 못한 그럴듯하고 멋진 집이 아닌
냉동창고가 잭의 진짜 집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그리고 그 문을 열기 위해서 어떠한 열쇠가 필요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잭은 어떻게 그 열쇠를 찾을까요?



6. 잭과 라스 폰 트리에의 변(辯)

영화에서 관객들이 또 나가는 부분이 있었는데, 나치와 2차 세계대전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사실 폰 트리에 감독은 히틀러 옹호발언으로 유명해졌는데, 그걸 알고 나니 이번 작품에서 히틀러의 흔적을 보는 것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잭은 제2차세계대전 독일 급강하폭격기 "슈투카"의 우월함을 찬양하며,
급강하 하는 순간 소음으로 적을 압도하는 "제리코의 나팔"에 관한 찬사를 쏟아냅니다.

폰 트리에도 자신의 영화에서 슈투카와 같이 관객의 뇌리에 꽂혀 잊혀지지 않고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장면들을 삽입하려 하였습니다.
안티크라이스트의 파괴적인 장면들, 님포매니악의 가학적인 씬, 도그빌, 멜랑콜리아의 지구멸망까지.....
하지만 폰 트리에는 설계자일지언정 엔지니어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영화의 장면들이 슈투카처럼 원하는대로 완전히 기능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잭의 찬사는 공허합니다. 잭의 집은 미니어처 조잡한 합판으로도 완성되지 못했고 실제 지은 집도 기둥을 세우다 말았으며 감독의 작품도 마찬가지니까요.

버지는 그러한 잭을 "적그리스도같으니!!"하고 야단치지만 잭에게 그 또한 인정이며 찬사가 아니었을까요


7. 열쇠로 연 문

잭은 버지에게 멍청한 여자들이랑 애들만 죽인 게 아니냐, 한심하니까 죽어도 된다는 게 아니냐는 말을 듣고, 자신은 남자도 죽일 수 있다며 남자를 죽인 이야기들을 꺼내 놓습니다.
그리고 나치 독일처럼 하나의 풀메탈재킷 탄환이 머리 몇 개를 뚫을 수 있는지 시험하겠다며 백인, 아시안, 흑인 남자들을 나란히 묶어놓고 총으로 조준하는데,
총과 머리들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초점이 맞지 않습니다.

그때서야 잭은 냉동창고 안 갇혔던 문을 열 수 있게 됩니다.
그 전까지는 별 별 짓을 해도 안 열리던 문이 너무나 쉽게 열립니다.

그리고 그 방 안에서 잭은 버지를 만납니다. 자신을 지옥으로 인도할 구도자, 즉 구원자입니다.

잭은 집을 지을 수 있을 만큼의 자재(시체)를 확보하고나서야 닫혔던 방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됩니다.
살인은 결국 그에게 열쇠가 되었습니다.
곧 잭은 집을 짓기 위해 시체로 집을 만들고, 버지에게 정말 잘 지었다는 찬사를 받습니다.
잭이 집 안으로 들어가자 그곳에는 지옥으로 통하는 구멍이 있습니다.

지옥으로 향하는 여정은 순례의 여정, 구도자의 길로 묘사됩니다.  
그렇게 지옥의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던 잭과 버지는, 지옥의 최하층으로 내려가는 용암 폭포를 마주합니다.

그런데 버지는 잭이 있을 곳은 여기가 아닌 두 층 위라는군요.
그러면서 버지는 잭에게 여기를 보여준 것이 호의라고 말합니다.
마치 더 깊은 용암 밑바닥에 구원이 있다는 듯이요.

잭은 끊어진 다리 너머에 있는 계단을 발견하고, 계단 위에는 무엇이 있는지 묻습니다.
버지는 지옥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계단이라고 말합니다.
이에 잭은 자신에게 정해진 지옥 대신에, 벽을 타고 저 계단 위로 올라가보겠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잭은 벽을 타다 결국 용암 속으로 떨어지고,
용암의 색은 일식, 그리고 네가티브 필름처럼 반전되어 새하얗게 빛납니다.


8. 라스 폰 트리에가 지은 집.

잭은 자신을 건축가로 정의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뾰족아치의 웅장한 성당과 같은 집을 짓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잭은 자신이 살 집을 몇 번 설계합니다.
그러나 모두 뼈대만 있는 상태에서 부숴 버립니다.

잭이 시체의 사진을 찍고 "교양 살인마"라고 마크하여 신문에 보내는 것도 모두 보여주기 위한 외적 자아입니다.
하지만 그런 사진은 잭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합니다. 잭이 매료되는 것은 사진과 정반대의 명암을 가진 네거티브 필름입니다.

잭은 뾰족아치로 지어진 성당 등의 건축물을 말하며 '뾰족아치는 자재의 절감을 위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적은 자재로 겉으로 보아 화려하고 풍성하게 만들기 위한 건축물이라는 것이죠.
겉으로는 그럴듯해보이나 공허한 공간일 뿐입니다.

이것은 라스 폰 트리에의 상태와 비슷합니다.
라스 폰 트리에의 집을 감독의 내면이라고 한다면, 감독은 자신의 내면이 텅 비어 있음을 인정합니다.
얄팍한 내면을 화려한 양식으로 채우려고 설계하지만, 실제 짓지는 못하고 번번히 좌절됩니다.
잭은 끊임없이 재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라스 폰 트리에도 영화에서 재료(소재)의 바리에이션도 시도하지만 그다지 진도가 나가지 않습니다.
자신의 내면의 공간을 열어 낼 열쇠를 찾지 못했습니다.


잭은 지옥을 벗어나려하나 실패하고 지옥으로 떨어집니다.
그러나 그는 지옥에서 가장 열망하던 가장 밝은 빛을 봅니다.
그렇다면 잭이 이보다 두 층 위의 지옥을 소개 받고 실망한 것도 이해가 됩니다.

폰 트리에 감독도 지옥에서 벗어나고자 하나 그 내면은 이미 지옥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에 대한 자기혐오가 여실히 드러나지만, 한편 자학 중에도 그 사람은 더 깊은 심연을 원합니다.
가장 깊고 어두운 지옥이 가장 밝은 빛에 가까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폰 트리에는 공허한 내면을 채우기 위해 건축가처럼 자재를 바꿔 가며 외면을 구축합니다.  
하지만 영화 속 잭의 집은 그의 작품들을 대변합니다.
엉성하고 뼈대도 튼실하지 않은, 벽도 쌓여지지 않은 집. 자재를 벽돌에서 목재로 바꿔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잭의 어설픈 집보다 잭의 냉동창고가 더 그의 집 답다고 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폰 트리에의 내면의 공허함은 어떤 건축으로도 가리울 수 없습니다
그럼 폰 트리에의 진짜 집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그래서 폰 트리에는 소재를 바꿔 열쇠로 지옥의 문을 열고 가장 깊은 어둠을 마주하기로 합니다.

전작 안티크라이스트에서 여주인공이 가게 되는 가장 두려워하고 가장 공포스러운 곳인 "숲"과 같은 곳이요.


그렇게 폰 트리에는 영화를 찍으며 자신의 냉동창고 문을 열었습니다.
겉으로 보여주려 했으나 하지 못했던 모든 것에서 미련을 버리고, 그만의 시체의 성을 쌓았습니다.
그럼에도 그의 한계로 인해 가장 깊은 어둠에조차 달하지 못해 그의 가학성을 스스로에게 모두 쏟아놓지만
그래서 결국 가장 깊은 심연으로 다가갔습니다.


영화 마지막 ost인 Hit the road, Jack의 가사는 매우 상징적입니다
지옥으로 떨어지는 잭에게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는 흥겨운 멜로디는 흔한 권선징악의 메시지가 아닌
가장 밝은 곳에서 가장 어두워져 있는 지옥 밑바닥에 붙어 머물고자 하는
감독의 즐거운 비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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