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8/07/26 06:15:01
Name   저퀴
Subject   영화 인랑을 보고
영화 인랑을 봤습니다. 원래 보자마자 바로 감상평을 써볼까 했는데 어떻게 써야 할까 고민하다가 막상 하루가 지나서야 올리네요. 원작이 있는 영화니까 글을 쓰기 전에 원작을 봤는가에 대해서 언급하자면 전 봤습니다. 영화 개봉에 맞춰서 챙겨본 건 아니고, 예전에 본 적이 있었습니다. 다만 꽤 오래 전에 나온 애니메이션이고, 막상 영화를 보기 전까지 자세한 내용이 기억 안 나더군요.

일단 원작과 비교할 수밖에 없을텐데, 영화는 대대적인 각색을 거쳐 완성되었습니다. 원작은 시간대부터 다르고 일본을 배경으로 하여 일본사에 기반을 두고 비튼 디스토피아를 꾸며낸 애니메이션이였습니다. 그래서 영화의 장소도 일본이었다면 문제될 게 없었겠지만, 영화는 한국이 배경이었으니 이런 선택은 지극히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각색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했는가 따진다면 전 아니라고 봐요. 디스토피아를 구축하기 위한 재료가 남북통일 문제인데 이건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어요. 영화의 핵심은 권력기관 간의 충돌이고, 남북통일 문제는 그러한 설정을 납득시킬 수 있는 불안한 시대상을 구축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니까요. 그런데 그 이야기부터가 한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이질적일 수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그것도 일본사에서 가져왔니까요. 제가 볼 땐 영화보다 더 과격한 설정으로 각색되었어야만 납득할 수 있는 소재였다고 봐요. 

그럼 영화가 만족할만한 각색을 보여주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친다면, 그래도 김지운 감독의 영화라면 화끈한 액션과 디스토피아에 어울리는 암울한 세상사만 보여주어도 충분했을거라고 봐요. 막상 그것도 애매해요. 총격전 위주의 액션은 만족스러워요. 김지운 감독이 한국 감독 중에서 총격전이 많이 나오고 잘 만든다고 생각하는데 왜 인랑을 영화화하고 싶었는지 알 것 같은 만족감이었습니다. 

다만 액션을 뺴고 바라보면 나쁘진 않았지만, 좋지도 않았어요. 굳이 말하자면 아예 결말에 이르면 말하고자 하는 바가 확 달라지는데 제가 기대했던 건 달콤한 인생이었는데 막상 영화는 유머가 없는 반칙왕을 보고 나온 느낌이었네요.

그리고 소품에 대해서 간단히 논하자면 프로텍트 기어라는 강화복은 영화에서 매력적으로 연출되긴 합니다. 그것과 별개로 워낙 디자인이 고풍스럽고, 특히 머리만 보면 나치 독일을 안 떠올릴 수가 없어서 좀 그렇더군요. 톰 크루즈가 주연으로 나왔던 오블리비언을 보면 비행선부터 직접 들고 다니는 소총 한 자루까지 영화에 맞게 곡선적인 디자인으로 잘 꾸며져서 그것만으로 보는 맛이 있었는데 인랑은 프로텍트 기어가 워낙 중요한 소재라서 함부로 바꾸지 못하고 그냥 집어넣은 느낌이 납니다. 그런데 이건 영화의 완성도를 해칠 정도의 문제라곤 생각되지 않아요.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면 밋밋해요. 영화에서 등장 인물 모두 하나 같이 메마르고 피폐해져야 할 것 같은데, 막상 다 촉촉하다고 해야 할까요? 배우보단 연출 문제에 가깝지 않나 싶어요.

정리하자면 김지운 감독 정도 되는 분이라면 관객 입장에서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고, 전 감독의 전작이 밀정이기까지 해서 단순히 액션보다도 심하게 말해서 비극적인 결말 빼곤 남는 게 없었던 원작보다 더 나은 영화가 되었으면 했는데 기대치를 충족시킬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1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405 기타알파고의 약점과 마지막 대국 11 애플보요 16/03/15 4449 0
    3859 일상/생각울적한 밤, 커피 마시면서, 티타임 게시판에 끄적끄적 19 진준 16/10/10 4449 0
    7324 스포츠180401 오늘의 NBA(케빈 듀란트 27득점 10리바운드 5어시스트) 김치찌개 18/04/03 4449 1
    4083 일상/생각(사진 포함)롤드컵 이벤트 경품 수령 후기 3 hunnyes 16/11/04 4450 2
    11271 경제[펌글] 정부 부동산 정책의 비판적 검토 17 사악군 20/12/24 4450 1
    14274 일상/생각가정파탄... 숨이 막히네요 22 우리학년 23/11/14 4450 0
    3262 일상/생각스트레스... 7 NF140416 16/07/13 4451 0
    12818 경제채굴판의 모순과 증강현실 게임으로서의 코인판 9 쥬라기재림교 22/05/15 4451 6
    11360 여행코로나다 보니까 여행가고싶네요 ㅠㅠ 22 물티슈 21/01/21 4452 1
    12067 오프모임[조기종료] 머리 아픈 음(mm)벙 하나 개최해보고자 합니다. 11 거위너구리 21/09/11 4452 0
    5093 일상/생각토로(吐露) 1 化神 17/03/06 4453 2
    6938 스포츠180112 오늘의 NBA(르브론 제임스 26득점) 김치찌개 18/01/13 4453 1
    6974 스포츠미식축구 입문 : 오펜시브 코디네이터처럼 생각하기 (스압, 용량 많음) -2 3 Danial Plainview 18/01/19 4453 11
    7625 음악헝겊 인형 5 바나나코우 18/06/05 4453 6
    7033 스포츠180201 오늘의 NBA(르브론 제임스 24득점 11리바운드 5어시스트) 김치찌개 18/02/01 4454 0
    4684 스포츠[오피셜]황재균, '총액 310만 달러' SF행...AGAIN '자이언츠맨' 4 김치찌개 17/01/24 4454 1
    13161 일상/생각딸내미로부터 가을을 느낍니다. 11 큐리스 22/09/19 4454 24
    12962 기타(완료) 영화 티켓 한 장 예매해드립니다 - 6.30(목), CGV 8 조선전자오락단 22/06/29 4454 3
    6580 스포츠[KBO] 라디오볼과 뭐니볼에 나온 FA 썰들. 1 키스도사 17/11/12 4455 0
    4301 스포츠[MLB] 카를로스 벨트란 휴스턴과 1년 1,600만 달러 계약합의 2 김치찌개 16/12/05 4456 0
    13197 IT/컴퓨터망사용료 이슈에 대한 드라이한 이야기 17 Leeka 22/09/30 4456 8
    3631 일상/생각운행보조기구 경험담#2 (성인용 킥보드, 전기자전거 etc) 3 기쁨평안 16/09/02 4457 1
    5607 정치뭔가 벌써부터 신기하네요 3 피아니시모 17/05/10 4458 6
    7731 일상/생각인터넷 글쓰기의 수준과 등급 12 망고스틴 18/06/23 4458 5
    12339 경제대구신세계에 이어, 현대백화점 본점도 1조 클럽 가입. 1 Leeka 21/12/10 4458 1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