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2/10/23 02:23:17수정됨
Name   저퀴
Subject   마블스냅 리뷰


마블스냅은 하스스톤의 유명 개발자였던 BB의 세컨드 디너에서 개발한 CCG입니다. 거기에 더해 마블 코믹스라는 인기 IP를 활용했기 때문에 신생 개발사의 첫 작품임에도 발표 때부터 꽤 주목을 받았죠.

하스스톤의 대성공을 시작으로 지난 8년간 많은 카드 게임이 쏟아졌습니다. 보통은 모아야 하는 캐릭터를 카드라는 사각형의 틀에 넣고 카드라고 말하는 게임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매직 더 개더링의 후예들이었죠. 마블스냅은 그런 유형에는 속하진 않습니다.

많은 게이머들이 접한 카드 게임 중에선 위쳐 3의 미니 게임으로 시작했던 궨트, 조상을 찾아 올라가다 보면 블랙잭 같은 트럼프 카드 게임에 더 가깝습니다. 카드만이 전부가 아니라 플레이어가 얻을 보상을 직접 조절할 수 있단 점에서요. 쉽게 말하면 경험치란 판돈이 걸린 카드게임이 마블스냅이죠.

이렇게 포커를 하듯이 심리전을 중시하던 게임은 꽤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스스톤만큼의 성공을 거둔 게임도 없었죠. 개인적으로 분석하자면 그게 꼭 재미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라 봅니다. 모바일이 주류가 되는 이 장르에서 빠른 템포를 갉아먹고, 긴 판단과 기다림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불쾌함으로 전환될 때가 많아요. 레전드 오브 룬테라가 서로의 리액션을 반드시 받도록 짜여진 구조 때문에 싫어하는 게이머들도 많았던 것처럼요.

그런 문제점은 마블스냅은 아주 단순하게 해결했습니다. 그런 기다림이 나올 수 없도록 가볍게 만드는거죠. 덱에 들어갈 카드는 12장, 일반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턴은 고작 6턴, 동시 진행을 통해서 서로 리액션을 반복할 수 없는 구조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아주 성질이 급하면 2분 안에 한 게임을 끝낼 수 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마블스냅보다 가볍게 카드 게임을 만드는건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요.

여기에 더해서 의도적으로 운적 요소를 강조했습니다. 게임의 보드판이라 할 수 있는 구역은 플레이어가 통제할 수 없도록 설정했어요. 3턴동안 하나씩 공개하고, 그 효과는 예측할 방법이 거의 없습니다. 덱과 덱이 부딪치는 것만으로 승패가 결정되지 않는다 이거죠. 

그럼 하스스톤이 비판 받았듯이 지나친 운의 개입이 불쾌함을 주지 않겠냐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앞서 말했듯이 매우 빠른 진행에 더해서 스냅과 탈출의 개념을 합쳐지며 최소한으로 희석시켰습니다.

제목에도 들어가는 스냅은 만약 승리할 시 보상을 2배로(마블스냅은 서로의 경험치를 걸고 대결해요.) 두고, 질 것 같으면 페널티를 절반으로 줄이고 나갈 수 있게 해놨죠. 결과적으로 한판이 갖는 스트레스가 없다곤 할 수 없어도 금방 날아가도록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또한 유료 모델에 있어서도 신중하게 접근한 흔적이 보여요. 보통은 투자한만큼 카드를 모을 기회를 주고, 더 좋은 덱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죠. 하지만 마블스냅은 충분한 플레이를 통한 카드마다의 부스터 수집이 기본이 되어 거기에 시간이든 돈이든 투자되어 만들어진 크레딧을 더해서 올리는 컬렉션 레벨로 카드를 수집합니다. 배틀 패스의 카드가 있긴 한데 결과적으로 최소한 현재 상황에선 일방적인 덱 체급 차이가 나긴 힘든 구조로 되어 있어요.

다만 아쉬운건 컬렉션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 카드를 업그레이드(카드의 성능이 좋아지진 않습니다.)가 의무적으로 행해질 뿐, 수집의 기쁨은 부족할 때가 있어요. 애니메이션 효과 같은 추가점을 지나치고 나면 고등급에선 상대적으로 카드 업그레이드가 주는 매력이 없습니다. 또한 컬렉션 레벨에서 주는 카드 보상조차 100% 무작위라서 내가 원하는 카드를 모은다는 개념이 없는 게임인 것도 조금 그렇긴 해요.

거기에 더해서 얼리 억세스 단계긴 한데 한국어 더빙의 미완성, 전체적으로 보면 몇몇 카드를 제외하고는 인상적인 3D 이펙트도 찾기 힘든 점도 아쉽습니다. 모바일 중심 게임인 걸 감안해도 매우 부족해요. 또 어떤 카드가 있는지, 기본적인 개인화 기능이라든지 하는 편의 기능도 마련된 게 없어요.

개인적으로 모바일 게임을 거의 즐기지 않고, 제가 가진 휴대 기기 중에서 스마트폰에는 아예 게임을 설치하지 않고, 태블릿 PC에나 설치하고 플레이하는 편인데 여태껏 설치해둔 게임이 하스스톤 뿐이었던 저도 앞으로 마블스냅을 시간을 축내고 싶을 때 켜고 싶은 게임이 될 것 같습니다. 얼리 억세스인 걸 감안해서 게임이 더 나아질거라 생각하면 첫 인상이 상당히 좋은 게임이에요.



8
  •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1947 7
15155 일상/생각청춘을 주제로 한 중고생들의 창작 안무 뮤비를 촬영했습니다. 2 메존일각 24/12/24 220 4
15154 문화/예술한국-민족-문화의 정체성에 대한 소고 meson 24/12/24 245 2
15152 정치이재명이 할 수 있을까요? 72 + 제그리드 24/12/23 1481 0
15151 도서/문학24년도 새로 본 만화책 모음 6 kaestro 24/12/23 332 5
15150 게임최근 해본 스팀 게임들 플레이 후기 1 손금불산입 24/12/23 265 5
15149 사회그래서 통상임금 판결이 대체 뭔데? 7 당근매니아 24/12/23 586 11
15148 정치윤석열이 극우 유튜버에 빠졌다? 8 토비 24/12/23 804 9
15147 정치전농에 트랙터 빌려줘본 썰푼다.txt 11 매뉴물있뉴 24/12/22 1056 3
15146 의료/건강일종의? 의료사기당해서 올려요 21 블리츠 24/12/21 957 0
15145 정치떡상중인 이재명 56 매뉴물있뉴 24/12/21 1829 15
15144 일상/생각떠나기전에 생각했던 것들-2 셀레네 24/12/19 573 9
15142 일상/생각플라이트 시뮬레이터로 열심히 걸어다니고 있습니다~~ 7 큐리스 24/12/19 507 2
15140 정치이재명은 최선도, 차선도 아니고 차악인듯한데 43 매뉴물있뉴 24/12/19 1841 7
15139 정치야생의 코모도 랩틸리언이 나타났다! 호미밭의파스꾼 24/12/19 382 4
15138 스포츠[MLB] 코디 벨린저 양키스행 김치찌개 24/12/19 133 0
15137 정치천공선생님 꿀팁 강좌 - AI로 자막 따옴 28 매뉴물있뉴 24/12/18 742 1
15135 일상/생각생존신고입니다. 9 The xian 24/12/18 612 31
15134 일상/생각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데.. 5 Picard 24/12/18 436 7
15133 도서/문학소설 읽기의 체험 - 오르한 파묵의 <소설과 소설가>를 중심으로 1 yanaros 24/12/18 294 4
15132 정치역사는 반복되나 봅니다. 22 제그리드 24/12/18 754 2
15131 여행[2024 나의 이탈리아 여행기] 0. 준비 7 Omnic 24/12/17 362 7
15130 정치비논리적 일침 문화 7 명동의밤 24/12/16 875 7
15129 일상/생각마사지의 힘은 대단하네요 8 큐리스 24/12/16 788 7
15128 오프모임내란 수괴가 만든 오프모임(2) 50 삼유인생 24/12/14 1877 5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