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1/08/22 03:06:52
Name   저퀴
Subject   휴먼카인드 리뷰



오늘 이야기할 휴먼카인드는 제목 그대로 인류를 다루는 4X 장르에 속하는 게임입니다. 휴먼카인드를 만든 엠플리튜드 스튜디오는 엔들리스 레전드나 엔들리스 스페이스를 만들어온 곳으로 4X 장르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곳을 뽑아보라 하면 문명 시리즈로 유명한 파이락시스 다음으로 언급될만한 곳이죠.

그들의 전작 중에서 은하계에서 행성 단위의 스케일을 보여주는 엔드리스 스페이스에 비해선, 똑같이 육각형 타일의 세계를 다루는 엔드리스 레전드가 좀 더 유사하게 느껴집니다. 처음 게임을 시작했을 때부터 엔들리스 레전드에서 판타지를 빼면 이렇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곤 합니다. 또한 역사를 소재로 하는 4X 게임이기에 필연적으로 문명 시리즈를 연상할 수밖에 없고, 비교될 수밖에 없겠죠. 저도 글을 쓰면서 많이 언급할 것 같고요.

문명 시리즈와 가장 차별화된 개성, 여러 4X 장르의 게임과도 차이를 둘만한 점은 역시 여섯 시대로 나뉜 60가지의 문화를 매 시대에 진입할 때마다 골라서 나의 문명을 성장시키는 휴먼카인드의 문화 선택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어요. 맨 처음에는 수렵과 채집의 선사시대로 시작하여 고대 이집트 제국에서부터 현대의 미국까지 하나의 문명권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때에 따라서 나에게 가장 필요한 문화를 고르는 방식은 매우 참신합니다. 이런 개성은 상업 국가를 골랐다고 해서 게임이 끝날 때까지 자금에만 신경이 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자금이 필요할 때만 상업 문화를 고르는 식의 독특한 플레이를 낳죠.

물론 이런 문화 시스템이 장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먼저 발전한 문명이 원하는 문화를 가져가는 선착순이기 때문에 좋은 문화는 게임이 어려워질수록 고를 수 없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첫번째인 고대 시대부터 AI의 높은 선호도로 선택 받는 미케네나 하라판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선착순은 플레이어가 원하는 선택을 방해하기 때문에 불쾌한 경험이다 싶을 때도 있긴 합니다.

반대로 문명 시리즈의 전통을 거스르는 차이점이 장점일 때도 있습니다. 휴먼카인드에서도 불가사의가 존재하는데 불가사의는 누가 완성하느냐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건설하기로 선점한 문명이 언제 지어도 상관 없도록 정해집니다. 짓다가 1턴 차이로 놓치는 경우는 없죠.

또한 더 크게 차이를 둘만한 부분은 엔들리스 레전드부터 뼈대가 갖춰진 전투에 있습니다. 월드 맵에서 부대 간의 전투가 벌어지면 구역 내의 전투 맵이 확보되어 싸우는 특유의 방식을 가지고 있죠. 이 전투는 엠플리튜드만이 생각해낸 시스템은 아니지만 충분히 장점으로 뽑힐만합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역사를 다루는 4X 게임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것들은 부족하더라도 구현되어 있습니다. 문명 시리즈가 매 신작마다 특유의 개발 철학을 이유로 대면서 종교 같은 것들을 빼먹거나, 심지어 구멍이 숭숭 뚫린 유닛 트리를 보여줄 때가 많아서 요즘 들어선 실망스러운데 휴먼카인드는 그 정도는 아니에요. 종교도 구현되어 있고, 게임 후반의 환경 오염 같은 요소도 존재해요. 모양새만큼은 꽤 잘 갖췄어요.

그러나 전반적인 완성도를 따져보면, 특히 숫자 놀음에서 게임이 망가졌다는 인상을 줍니다. 앞서 언급한 환경 오염은 게임을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위기 요소가 아니라 그냥 플레이어가 극복할 수 없는 페널티가 되어 있어요. 웃기게도 환경 오염을 완화시킬 수 있는 요소가 있는데도 의미가 없을 정도거든요. 종교 시스템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좀 더 깊이가 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을 때가 있어요.

좀 더 단점 위주로 이야기하자면 UI는 큼지막한 글씨 말고는 장점을 못 찾겠어요. 정보 창을 가리는 자막, 직접 마우스를 갖다대야 알 수 있는 상세한 정보, 게임이 익숙해지기 전까지 직접 찾아보기 힘든 세부적인 디테일까지 엔들리스 레전드를 안 해보셨던 분이라면, 거기에 난 튜토리얼도 제친다 하시는 분이면 적응하기 꽤 어려우실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튜토리얼 정도는 익히고 플레이하는 것이 미덕이겠죠?

게임의 목표는 다른 4X 장르처럼 다른 문명을 물리치고 최강의 문명이 되는 것인데 단순히 멸망시키는 것이 아니라 점수를 모아서 최종적으로 가장 점수가 높은 문명이 이기는 방식입니다. 내가 전쟁에서 져서 영토를 죄다 빼앗겼다 해도 점수가 더 높은 채로 게임이 끝나면 내가 승리자죠. 거기에 과학 연구를 다 끝내면 바로 게임이 종료된다거나 하는 식으로 템포를 앞당긴 부분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좀 비합리적으로 느껴지는 판도 있긴 했어요.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낙제를 간신히 면한 수준입니다. 최적화가 좋다 보긴 어렵고, 안정성에서도 상당히 떨어졌습니다. 급히 패치가 이루어졌어도 여전히 게임은 무겁고 버그는 여전히 눈에 보여요.

반면에 미술적인 부분에서는 만점에 가깝습니다. 60문화를 상징하는 일러스트와 각종 부대와 지구, 건물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일러스트는 눈에 잘 들어오고, 이해하기 쉬우며 아름답습니다. 음악 또한 훌륭하고요. 비쥬얼 퍼포먼스도 하나의 영토를 가득 채우는 지구 덕분에 완성되는 대도시가 주는 멋짐은 이 게임을 계속 하게 만드는 원동력일 겁니다.

이제 결론을 내리자면 휴먼카인드는 꽤 재미있는 4X 게임입니다. 문화를 골라서 나만의 제국을 건설한다는 테마는 신선하고 매 판마다 다른 경험을 줄 여지가 있어요. 그러나 게임에 숙련되기 시작하면 슬슬 빈약한 UI의 완성도 속에 가려졌던 밸런스 붕괴가 느껴져요. 이상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게임의 목표가 한순간에 망가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저에겐 휴먼카인드는 강도 높은 관리가 절실해보입니다. 안정성 문제도 해결해야겠지만 게임 내의 숫자만 뜯어고쳐도 지금도 훨씬 좋은 게임이 될거라 확신합니다. 만일 기대 이상으로 이루어진다면 전 문명 시리즈와 경쟁할만한 좋은 게임이 될 수도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지금은 덜 가다듬은 엠플리튜드산 4X 게임일 뿐이고요. 만일 엠플리튜드의 게임을 많이 즐겨보셨다면, 그리고 만족한 편이라면 추천드릴만합니다. 



7
  • 게임이다 재밌어보이는
  • 게임에 대한 고퀄리티 리뷰. 좋아요!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1702 7
15059 음악[팝송] 션 멘데스 새 앨범 "Shawn" 김치찌개 24/11/22 35 0
15058 방송/연예예능적으로 2025년 한국프로야구 순위 및 상황 예언해보기 10 문샤넬남편(허윤진남편) 24/11/21 360 0
15057 일상/생각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3 + SKT Faker 24/11/21 490 1
15056 오프모임23일 토요일 14시 잠실 보드게임, 한잔 모임 오실 분? 4 트린 24/11/20 312 0
15055 방송/연예페미니스트 vs 변호사 유튜브 토론 - 동덕여대 시위 관련 24 알료사 24/11/20 2781 31
15054 생활체육[홍.스.골] 10,11월 대회 상품공지 켈로그김 24/11/19 241 1
15053 여행여자친구와 부산여행 계획중인데 어디를 가면 좋을까요?! 29 포도송이 24/11/19 670 0
15052 일상/생각오늘도 새벽 운동 다녀왔습니다. 5 큐리스 24/11/19 447 9
15051 일상/생각의식의 고백: 인류를 통한 확장의 기록 11 알료사 24/11/19 487 6
15050 게임[1부 : 황제를 도발하다] 님 임요환 긁어봄?? ㅋㅋ 6 Groot 24/11/18 440 0
15049 꿀팁/강좌한달 1만원으로 시작하는 전화영어, 다영이 영어회화&커뮤니티 19 김비버 24/11/18 909 10
15048 의료/건강고혈압 치료제가 발기부전을 치료제가 된 계기 19 허락해주세요 24/11/18 704 1
15047 일상/생각탐라에 쓰려니 길다고 쫓겨난 이야기 4 밀크티 24/11/16 893 0
15046 정치이재명 1심 판결 - 법원에서 배포한 설명자료 (11page) 33 매뉴물있뉴 24/11/15 1776 1
15045 일상/생각'우크라' 표기에 대한 생각. 32 arch 24/11/15 999 5
15044 일상/생각부여성 사람들은 만나면 인사를 합니다. 6 nothing 24/11/14 892 20
15043 일상/생각수다를 떨자 2 골든햄스 24/11/13 454 10
15042 역사역사적으로 사용됐던 금화 11종의 현재 가치 추산 2 허락해주세요 24/11/13 554 7
15041 영화미국이 말아먹지만 멋있는 영화 vs 말아먹으면서 멋도 없는 영화 8 열한시육분 24/11/13 682 3
15040 오프모임11/27(수) 성북 벙개 33 dolmusa 24/11/13 745 3
15039 요리/음식칵테일 덕후 사이트 홍보합니다~ 2탄 8 Iowa 24/11/12 403 7
15022 기타[긴급이벤트] 티타임 따봉 대작전 (종료) 19 dolmusa 24/11/05 1072 31
15038 정치머스크가 트럼프로 돌아서게 된 계기로 불리는 사건 4 Leeka 24/11/11 1087 0
15037 일상/생각와이프와 함께 수락산 다녀왔습니다. 10 큐리스 24/11/11 557 4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