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8/04/13 11:19:59
Name   라밤바바밤바
Subject   예쁘다고 소문난 애들이 더 예뻐 보이는 이유


학창시절 생각해보니까 일리가 있다.
유난히 한 학년에서 예쁘다고 소문나는 사람이 적어도 하나씩은 있다.
중학교 때 우리 학년에 대표 미인 투탑으로 소문난 친구가 있었다.
공교롭게 중 2때 둘다 우리반이었다.
그 중 한 명은 심지어 미스 춘향 나가서 전교에 소문이 파다하기도 했다.

나는 얘들이 우리 지역 최고의 미인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의외로 졸업앨범을 본 다른 사람들 말에는 투탑이  딱히 독보적으로 뛰어나게 예쁜 건 아니라고.
딱히 미인으로 소문나지 않았던 친구들이 더 예쁘다고 했다.

참고로 투탑은 일명 날라리 무리였고, 소문나지 않았던 친구들은 노는 애들 무리가 아니었다.

날라리니까 꾸미는 스킬이 발달되었다고 하기에는 딱히... 꾸미는 스타일은 비슷했다.
그놈의 귀밑 3센치 교칙 때문에... ㅠㅠ 다들 공평하게 몽실언니였기 때문이다(...)

날라리라서 더 잘 꾸몄던 건 아니지만, 적어도 안 노는 애들에 비해 아는 사람들이 훨씬 많기도 하고, 뭘 해도 더 주목받고 소문이 더 확산되기 쉬웠던 건 사실이었다.

결국 얘들을 예쁘게 인식했던 건 결국 '예쁜 애'라는 타이틀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 타이틀이 안 붙어있던 애들을 딱히 예쁘다고 인식을 못했던 거다.

한 집단의 '대표미인' 타이틀이 붙은 사람은, 집단의 구성원들 모두 그 사람이 우리 집단을 대표할만한 독보적인 미인이라는 것에 동의하게 된다. 유명세가 그 사람을 더욱 유명하게 만드는 거다.

일단 어디 퀸카라고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다른 집단까지 그 사람의 미모가 새삼 궁금해져서 기웃기웃 구경가본다.

남들이 미인으로 인정한만큼 내 눈에도 보다 특별히 예뻐 보이기도 한다.

나도 그런 적 있다.
처음 봤을 때는 예쁘장한 정도라고 생각했던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이 그 과 최고의 미녀 소리 들으면서 소문이 났다는 말을 들으니까,  
그 사람의 미모가 새삼 특별해 보이며 동경하는 마음이 솟아났어.
그 사람 이외에 다른 사람은 그 사람만큼 미인으로 인식되지 않았고...

한편 이러한 현상은 또 다른 이론으로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작년 주구장창 공부했던 '소비자행동론' 을 보면 '진실성 효과'라는 개념이 있다.
개인이 동일한 진술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어 점차 익숙해지면 그 진술을 진실로 받아들인다는 개념이다.

"우리 학교에서 혜빈이가 제일 예뻐!!!" 라는 말이 끊임없이 반복되면,
처음에는 '내 취향엔 혜빈이보다 현진이가 더 이쁜데...' 라고 생각했던 사람조차,
결국 혜빈이가 제일 이쁘다고 받아들이게 된다는 거다.  

물론 이것도 그 대상이 어느 정도  예쁘장한 훈녀 이상이라는 조건이 붙어야 한다.

미인의 범주에 끼기 어려운 사람이 대표 미인 대접을 받으면 기대치 위반 효과로 오히려 "생각보다 더 별로네"라는 평가를 받아서 오히려 더 안 예뻐 보일 수 있다(...)

이것 또한 소비자행동론 중 언급된 개념이다.
셰리프의 '사회판단이론'이라는 개념이 있다.
어떤 개인이 설득적 메시지에 노출되었을 때, 그 메시지가 그 사람 수용영역에 속하면 설득되지만, 그 사람의 거부영역에 속하면 전혀 설득되지 않는다는 거다.

위에 언급된 사례에 빗대어 보면,
적어도 내가 생각해도 어느 정도 예쁘장하다 싶은 사람이 그 집단 대표 미녀라 하면, 다시 보면 그 타이틀에 걸맞을 정도의 독보적 미모를 갖춘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을 때 영 아니다 싶은 사람이 그 집단 대표 미녀라는 말을 들으면 전혀 설득이 되지 않는다는 거다...



6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40 IT/컴퓨터KOOTV가 사실상 망했습니다.. 7 Leeka 15/09/20 9854 0
    11481 문화/예술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2010년대 추천 애니메이션 28편+1편 (추가) 17 이그나티우스 21/03/11 9852 11
    8510 게임갓겜 쓰론브레이커 후기(스포 거의 없음) 4 죽음의다섯손가락 18/11/12 9851 2
    7378 일상/생각예쁘다고 소문난 애들이 더 예뻐 보이는 이유 12 라밤바바밤바 18/04/13 9843 6
    1267 일상/생각글을 쓴다는 것 24 삼공파일 15/10/16 9843 0
    2637 요리/음식한식판 왕자와 거지, 곰탕과 설렁탕 45 마르코폴로 16/04/18 9830 15
    7502 여행[괌간토비] 저가항공 이용팁 - 좌석지정, 음식반입 19 Toby 18/05/10 9824 6
    1468 음악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에이핑크 노래들 2 Lionel Messi 15/11/05 9822 0
    1427 음악PJ Harvey - What Was Sent to the Soldier's Wife? 2 새의선물 15/11/02 9819 0
    6119 문화/예술전갈과 개구리 15 구밀복검 17/08/17 9813 6
    10296 도서/문학일독김용(一讀金庸): 김용 전집 리뷰 34 기아트윈스 20/02/16 9809 23
    7529 게임보드게임 "비티컬쳐" 에센셜 에디션 후기 8 알탈 18/05/16 9809 2
    634 영화아마추어 심리학 팬 입장에서 본 [인사이드 아웃] 17 삼공파일 15/07/22 9804 0
    1233 꿀팁/강좌뉴스를 제대로 읽어보자(2) 6 벨러 15/10/12 9799 4
    1913 기타소라넷을 100만명이 해? 9 절름발이이리 16/01/01 9796 0
    12299 게임[디아블로2 레저렉션] 신념마 황금레지 세팅-키라의 가디언 19 윤지호 21/11/22 9791 3
    7885 스포츠[사이클] 알프 듀에즈, 프랑스를 대표하는 업힐 5 Under Pressure 18/07/19 9787 4
    1253 정치퇴사의 추억 12 Toby 15/10/14 9787 0
    3296 정치메갈/일베 등의 옹호 발언을 이유로 하는 징계해고가 가능한가 60 당근매니아 16/07/20 9781 2
    171 기타애플과 구글의 협상 기간이 반년 남았습니다. 9 Leeka 15/06/01 9776 0
    6306 일상/생각경험주의와 실증주의의 몇 가지 문제 15 二ッキョウ니쿄 17/09/19 9775 6
    349 기타신경숙 작가 표절 부인 21 레지엔 15/06/17 9775 0
    36 기타안녕하세요 원숭이 인사드립니다 2 원숭이우끼끼 15/05/30 9775 0
    1300 영화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불편한 한지은씨에게 3 王天君 15/10/21 9774 2
    1250 역사사도 - 그 때 그 날, 임오화변 16 눈시 15/10/14 9772 8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