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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8/04/04 16:42:07
Name   세상의빛
Subject   환자의 순응도
안녕하세요. 주제 넘게 '의료/건강' 탭으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쓰게된 동기는
1) 오늘 환자 내원이 적어서 심심.
2) 이 주제로 얼마 전에 강의를 해서
입니다. ㅋㅋㅋ

환자의 순응도에 대해서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순응도는 환자 순응도, 치료 순응도, 복약 순응도 등 여러 용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순응도란 의사의 처방이나 충고에 대해 환자의 행동이 얼마나 일치하는가에 대한 개념입니다.
순응도가 높을수록 긍정적인 치료 결과를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진료에 임하는 모든 의사들이 갖는 고민이라고 해도 과장은 아닙니다.

순응도에 포함되는 요소들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들 중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예약 시간을 지키는 것
2) 용법대로 약을 복용하는 것
3) 생활 습관의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

그렇다면 환자의 순응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관련 교과서는
1) 환자 요인 2) 질병 요인 3) 처방 요인 4) 의사 요인 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1) 환자 요인
환자 자신의 질병에 대한 인식(병식이라고도 하죠), 치료 동기 등 질병과 관련된 환자의 인지적 요소들이
순응도와 관련이 있습니다. 환자 자신의 생활 습관 중 본인의 병을 악화시키는 것이 무엇인지를
뚜렷하고 명확하게 인식할 수록 순응도도 높고, 생활 습관의 교정도 용이해지는 면이 있습니다.
건강검진 결과 고중성지방혈증, 비만, 허리둘레 이상, 지방간 등이 확인된 40대 남자의 경우
저는 보통 술을 줄이거나 간식을 줄이거나 둘 중 하나를 명확히 하시기를 조언합니다.
둘 다 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타겟을 단순하고 명확하게 해주는 것이죠.

2) 질병 요인
만성 질환이나 일부 정신건강의학과 질환은 순응도가 떨어집니다. 장기 치료가 요구되는 질환이면서
생활습관 교정이 강하게 필요한 질환은 환자의 순응도가 매우 낮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당뇨병을 들 수 있겠군요.
반대로 신속한 처치가 필요한 질환 후유 장애의 빈도나 정도가 심한 질환의 순응도는 상대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급성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다발성 외상 등을 예로 들 수 있겠군요.

3) 처방 요인
작용 시간이 긴 주사제는 경구약제보다 순응도가 좋은 편입니다. 그리고 투약하는 약의 갯수가 적을 수록
복용 횟수가 적을수록 순응도가 높습니다. 여러 성분의 약을 한 알로 만든 병합제제의 출시가 많아지는 이유가
복약 순응도가 높기 때문이죠. 복용 횟수도 중요합니다. 대상포진의 치료로 쓰이는 항바이러스제 중 acyclovir는
800mg 씩 하루 다섯번을 복용해야 하지만, famciclovir는 500mg 씩 하루 세번 복용이면 됩니다. 당연히 famciclovir
쪽이 순응도가 높지요.

4) 의사 요인
진료에 대한 기대치가 만족되고 양질의 진료를 받았다고 환자가 느끼면 당연히 순응도가 좋습니다. 의사에 대한
개인적인 친밀감을 느끼는 경우에도 순응도가 좋습니다. 제 은사님은 환자 분의 개인사를 잘 기억해두셨다가 진료시
인사로 잘 활용하십니다. "다현(환자분의 따님) 양이 이제 중학생인가요?" 이런 말씀을 진료 시작 시 짧게 하시는데
환자 분들의 친밀감이 커지는 것을 밝아진 표정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마치며...
환자의 순응도는 환자-의사 간 커뮤니케이션을 반영합니다. 그러나 제한된 진료 시간에 만족스런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최근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알게된 커뮤니케이션 기법들을 진료에 어떻게
녹여볼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아직 만족스런 방법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아마 계속 고민하지 않을까 하네요.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5


    제가 어릴 때 가던 내과 의사 선생님께서도 진료 차트에 아무도 못 알아볼 글씨로 가정사를 적어놓고 물어보시곤 하셨었죠 ㅎㅎ
    1
    세상의빛
    저도 약어를 써서 메모해 둡니다. ㅎㅎ 좋아하시는 분도 있고... 때로는 신세 한탄을 길게 들어야 할 때도 있죠 ㅎ
    양질의 진료를 위해서는 충분한 진료시간의 확보가 필요한데 환자 순환율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현제도 하에서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세상의빛
    사실 환자를 진찰하고 질환을 감별진단하는 과정은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습니다.
    환자가 불편한 것 중 가장 중요한 것(chief complain)이 파악되면 진단 알고리즘을 따르면 진단에 무리는 없으니까요..
    복잡한 케이스의 경우는 진료 전날 차트 리뷰를 미리 해두어서 계획을 수립하기도 합니다.
    다만 환자 분이 의사에게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도 치유의 한 과정이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환자와 의사가 교감을 이루는 것이 어렵죠.
    고민이 더 필요한 시점입니다.
    현재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을 수는 없는 거라서요 ㅠㅠ
    저는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에 간식만 줄이면 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ㅎㅎ
    세상의빛
    팝콘 없이 영화 보면 영화의 재미가 반감되고 치맥이 함께 해야 야구가 더 재밌듯이...
    간식은 매우 중요하죠 ㅎㅎ
    4) 의사 요인
    환자 직업군 중 의사들이 환자 됐을 때 순응도가 제일 낮습니다 (응?)
    병원에 치과의사들이.. 일반 의사들이 아마 동일연령대에서 가장 구강보건이 안좋을거라고 하더군요.
    켈로그김
    제 사랑니를 뽑아준 선배가 그날 저녁 술먹자고 나오라고 했습니다 ㅋㅋㅋ
    2
    ㅋㅋㅋㅋㅋ 이거 대박이네요.
    세상의빛
    "교수님 금주하셔야 해요."
    "아냐 그냥 마실랜다."
    제 학창 시절 교수님 이야기입니다.. 후배 교수님이 권고를 했어도 그냥 드시더군요
    레지엔
    학교에서 배운 것과 현실에서 실효성이 체감되는 것의 차이가 가장 큰 게 순응도 향상 비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인턴 때부터 하고 있습니다...
    세상의빛
    네. 저도 선생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켈로그김
    책에는 안실려있지만, 5) 외부 요인 카테고리가 하나 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사람들은 전문가 말은 돌아서면 잊지만, 문화센터 아주머니의 추천은 잠들려고 눈감아도 떠오르거든요 ㅡㅡ;;
    세상의빛
    "미나 엄마가 말하는데 XX가 그렇게 피부에 좋대." 이런거죠. ㅎㅎㅎ
    벤쟈민
    저는 순응도 100%인 환자입니다. 나처럼 모범적인 환자 드물거임!
    기아트윈스
    WHO기준이 외래환자는 하루 20명까지만 보라는 거였던가요? 기억이 가물가물. 그 이유가 아마 그 이상 환자를 보게되면 다음날 다시 봤을 때 기억이 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던 것 같아요.

    NHS가 속터지는 시스템이긴 해도 한 번 외래 볼 때 15분씩 봐줘서 그런가 다음에 가면 다들 기억을 해줘서 좋았던 기억이 나는군요.
    세상의빛
    저는 NHS같은 시스템 좋아합니다. 칼퇴근의 꿈!!
    무적의청솔모
    선샌님 하루 5번 먹는 알약은 어떻게 먹어야 합니까
    세상의빛
    acylclovir는 4시간에 한번 복용이 원칙이어서 매우 불편했죠. 요새는 대상포진 치료로 많이 쓰이지는 않는 추세입니다.
    무적의청솔모
    그럼 혹시 자다가 일어나서 먹는게 원래 사용법인가요 덜덜
    ORIFixation
    가끔 주사말고 약먹는건 치료가 아니라고 아시는 분들이 계시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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