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10/18 14:59:13
Name   SCV
File #1   06E2FAE7_506A_4E3C_871C_5F11749A1691.gif (2.05 MB), Download : 13
Subject   [빡침주의] 팀플 하드캐리한 이야기


(본 짤방은 작성자의 외모와 55%쯤 상관있습니다.)

https://kongcha.net/?b=13&n=26470

유게의 이글을 보다보니 생각이 갑자기 나서.

2학년때 시간 맞는게 잘 없어서 ‘성과 사회’ 라는 수업을 들었습니다. 내용은 루스 이리가레 내용이 떡칠되어있는 강의었지만 어쨌든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상마초로 자라온 저에게는 아주 신선한 강의였어요.

문제는 팀플 과제...

주제는 대충 우리의 온라인이 얼마나 성적으로 더럽(...)혀졌나 하는 내용으로 생각납니다.

세이클럽 채팅방 제목이 특정 시각을 이후로 변질되어가는 과정을 통계적으로 분석 → 이에 대한 시사점 분석 → 향후 대책 (규제 방향아리던가 등등) 로 진행되는 내용이었는데

제가 통게분석을 담당하고 - 1개월동안 매일같이 특정 시각대 전후의 세이클럽 방제(...) 등을 전수조사해서 통계수치를 뽑아냈습니다. 대충 조사한 방제만 해도 수만개 정도 - 다른 두명 (같은과 후배 커플)이 시사점 분석과 대응안 마련 및  발표 준비를 맡기로 하였습니다.

자료를 남기고 이윽고 발표 당일.

교수님 : 자, 오늘은 5조 발표할 시간이네요? 나와서 발표하세요
저 : xx야 나가서 발표해. 아자아자 화이팅
xx : 형.. 오늘 발표였어요?
저 : ????????
yy : xx야 어뜩해 오늘 발표였나봐 ㅠㅠㅠㅠ (울기시작)
저 : ????????????
xx : 아 그 저 그 아직 자료 못만들었...

무려 30분짜리 발표였죠. 통계수치는 제 머리속에만 있고 이 두 년놈 (이라고 밖에 쓸 수 없는 상황을 이해해주세요) 들은 분석이고 발표준비고 뭐고 아무것도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진짜 쓰면서도 욕나옴...)

그래서 결국 제가 나가서 마이크를 잡고 30분동안 통계수치에 대한 기억을 간신히 떠올리며 억지로 억지로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발표자료를 띄워놓지도 못하고 구두로만 발표했는데 그야말로 내가 지금 미쳤나 할 정도로 줄줄줄 나오는 수준..

발표자료도 스크립트도 사전제출을 못해서 교수님은 오늘 발표한 내용을 정리해서 제출할 것을 요청하셨고, 그 후배 두 년놈...(이라고 쓸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뒤에 나옵니다) 은 제가 말하는걸 손이 닳도록 받아적어서 정리해서 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기말고사가 끝난 후 어느날 걸려온 한통의 전화

교수 : 아.. 5조 조장 SCV 학생이죠?
저 : 네. 교수님 안녕하세요
교수 : 왜 발표자료 제출하지 않죠?
저 : 네? 그건 그 두 년놈이 내기로..
교수 : 아직 안왔는데? 확인해보고 연락줘요

....

뚜르르르르
저 : 야 너 ‘성과사회’ 발표한거 받아적은거 정리 아직 안했냐
yy : 아 저 그게 오빠 죄송해요 제가 그날 밤에 집에가서 정리하려고 했는데 적어놓은걸 잃어버렸어요
저 : 뭐?
yy : (대성통곡)
저 : 야 그걸 왜 이제 말.... 하.. 알았다.

결국 저는 약 1개월 전의 30분동안 주워삼긴 발표내용을 무의식의 저 편에 있는 쓰레기통 속에 있는 세절기에서 세절된 가루같은 기억을 끄집어 내서 A4용지 약 10여매로 복원해내서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걸려온 한통의 전화

교수 : ... 이거 SCV 학생이 결국 보냈네요?
저 : 아..  네.. 그게..
교수 : 음.. 상황은 대충 알겠어요. 알았어요


그리고 저는 A 학점을, 그 두 년놈은 C를 맞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후 저는 이보다 더 한 최악의 팀플과 (매우 착하고 무능한 4명의 컴맹 조원들..., 실험만 하면 뭔가를 엎지르는 알콜중독 수전증 마이너스의 손... 등등) 최고의 팀 (미대생과 사범대생으로 구성된 완벽한 자료제작과 발표를 보여준 조원들) 을 만나게 됩니다.



5
  • 발암글에 살포시 눌러진 내 따봉은 지나간 트라우마의 흔적이련가
  • 아아 . . 어쩌란말이냐 트위스트 추면서~
  • 우는 이유를 모르겠음...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508 일상/생각아이돌에 대한 잡생각 30 다람쥐 17/11/02 6528 13
6505 일상/생각독일 대학원에서의 경험을 정리하며: 3편 35 droysen 17/11/01 6507 8
6501 일상/생각문득 떠오른 고등학교 시절의 단상 13 쉬군 17/11/01 4365 3
6499 일상/생각할로윈이라 생각난 사탕 이야기 6 다시갑시다 17/10/31 4555 3
6495 일상/생각독일 대학원에서의 경험을 정리하며: 2편 40 droysen 17/10/31 14704 15
6493 일상/생각[뻘글] 디테일에 관하여 23 *alchemist* 17/10/31 6350 5
6491 일상/생각독일 대학원에서의 경험을 정리하며: 1편 18 droysen 17/10/30 6653 26
6486 일상/생각낙오의 경험 10 二ッキョウ니쿄 17/10/30 4759 11
6485 일상/생각'무빠' 대입 설명서 18 CONTAXS2 17/10/30 4920 1
6483 일상/생각알고 있는 것, 알려줘도 되는 것 1 Broccoli 17/10/30 4306 1
6470 일상/생각컴패션, 이타심 26 Liebe 17/10/27 5693 15
6461 일상/생각24살 고졸인데 참 제 자신이 한심합니다... 26 Tonybennett 17/10/24 13574 0
6460 일상/생각미역국 6 마녀 17/10/24 4790 13
6458 일상/생각제가 흥미롭게 본 나무위키 항목들 20 벤젠 C6H6 17/10/24 6241 2
6449 일상/생각아이 캔 스피크 11 LiiV 17/10/22 4788 3
6447 일상/생각삶이 막막하던 20대 시절 이야기 11 Beer Inside 17/10/22 7301 13
6444 일상/생각24살 삶이 너무나 막막합니다.... 22 Tonybennett 17/10/21 8173 0
6443 일상/생각울진 않을거 같습니다. 14 aqua 17/10/21 5870 51
6442 일상/생각성소수자에관한 인식변화 회상. 4 하트필드 17/10/21 5271 7
6438 일상/생각犬포비아는 편안하게 살 수 없습니다. EP 2 2 알겠슘돠 17/10/19 4264 4
6431 일상/생각[빡침주의] 팀플 하드캐리한 이야기 35 SCV 17/10/18 7890 5
6406 일상/생각일본의 수학교육은 대단하구나 했던 경험 8 코리몬테아스 17/10/11 10460 0
6404 일상/생각하드 투 세이 아임 쏘리.. 28 Homo_Skeptic 17/10/11 7230 19
6400 일상/생각백수기(白首記) 3 개마시는 술장수 17/10/10 5390 11
6396 일상/생각차를 샀습니다. 인생 첫 새차. 10 luvnpce 17/10/10 6296 12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