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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10/05 14:06:52
Name   CONTAXS2
Subject   해외 플랜트 건설회사 스케줄러입니다.
AMA에 올려봤자 질문이 나올 것 같지는 않아서 그냥 티타임에 썰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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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건설회사 스케줄러입니다.
스케줄러라고도 하고 플래너라고도 하는데, 플래너가 하는 일이 더 많아서 저는 스케줄러라고 합니다.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는 Primavera 6라고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스페인어로 '봄'을 뜻하지요. 봄은 개뿔.
유사한 프로그램으로는 요즘 MS project라는 프로그램이 있는게 그게 더 좋습니다. 그거 쓰세요. 두번 쓰세요.


Primavera는 저도 잘 못쓰는데, 매우 불편하고 꼬지고 엉망입니다. 그나마 몇년전에 오라클이 인수해서 쓸만해졌습니다만.. 근데 그걸 왜 쓰냐면, 그게 계약조건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전문가들이 Primavera의 장점을 나열하고, MS project를 폄훼해도, 그냥 지 밥그릇 챙기는겁니다. 진입장벽이 저 프로그램 하나로 상당히 높죠. 진입하기 어렵고, 한번 진입하면 그 안에서 밥벌이를 하는 구조.




암튼 스케줄러의 역할은

전세계 각양각지에 흩어져서 벌어지는 국지전의 양상을 한곳에 묶어주는 것입니다. 그게 뭐 대단한 일인가 싶은데, 또 필요하다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예를들어
설계하는 사람이 뭔가 이슈가 있어서 이걸 해결해야되는데, 언제까지 해결해야할지 모르겠는거죠.
그럼 말해줍니다. '그거 두달후까지 해결봐야해' 라고

기계제작업체가 뭔가 지지부진해서, 혹은 이슈가 있어서 납품기한을 늘리고 싶다고 합니다.
그럼 말해주죠. '그거 널럴하니까 맘대로 하세요'

그러다보니 물어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야 이거 언제까지 해결해야할까?'라는 질문이 대다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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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성패의 세가지를 꼽으라고 하면 제 개인적으로는

a. 안전 - 죽는 사람이 있으면 아무리 성공해도 실패입니다.
b. 예산 - 사장님이 기뻐해야 저도 기쁘죠
c. 품질 - 발주처가 기뻐해야 저도 기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게 바로 '시간'입니다.(하지만 안전/예산/품질 모두 서로를 관통하죠 ㅋㅋㅋ 뜨개질처럼)

회사의 언어를 회계라고 한다면, 프로젝트의 언어는 시간과 예산이죠.
대부분 프로젝트를 구성하는 모든 것들을 시간과 예산으로 환산할 수 있고, 시간을 살 수 있는 것은 예산(돈)뿐입니다. 하지만 시간으로 예산(돈)을 줄이기는 어렵죠. 직접비는 줄더라도 간접비가 눈덩이처럼 늘어날테니까요.

시간은 그래서 뭐랄까... 이기적인 자원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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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 뭔가 있어보이네요. 근데 사실 1도 없습니다. 그냥 계약서에 있어야하는 포지션이니까 있는 것이고, 프로젝트 성패에는 큰 영향을 안미칩니다. 시간은 성패를 결정하는 키팩터지만, 시간관리자는 딱히 많이 필요한 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세계 일류 건설회사라고 불리우는 애들은 진짜 스케줄러가 발에 채이게 많습니다. 이유를 모르겠음. (그 돈으로 용접사를 더 쓰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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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스케줄러가 해야하는 일을 정리해보면

저희 프로젝트가 한 7억불짜리인데, 사실 7억불이라고 보기에는 좀 작습니다. .사막 한가운데에서 벌어지니까 좀 비싼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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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설계단계

시공사(EPC회사라고 합니다. E는 설계, P는 구매, C는 시공)에서 그려서 납품해야하는 설계도서가 5000장정도 됩니다. 근데 이것에 안잡히는 것들도 수백개가 되고, 어떤 설계도서는 그 안에 한 수천장을 포함하기도 해서, 낱장 기준으로는 한 2만장에서 3만장 사이가 되지 싶습니다.


아무튼 그 5천장은 각기 다섯개 정도의 날짜를 가지고 있습니다.

시작날짜, 
첫번째 버전을 제출해야하는 날짜, 
검토후 회신이 되어야하는 날짜, 
수정 후 최종본을 제출해야 하는 날짜, 그리고 
프로젝트가 완전히 끝나고 최후로 내야할 날짜.


근데 검토 후 결과가 맘에 들지 않으면, 다시 제출, 또 다시 제출, 또 다시 제출, 또 다시 제출입니다. 
많이 낼 떄는 열두어번까지도 냅니다만. 보통 한 두세번 내면 됩니다. 즉 같은 도서를 예닐곱번을 내야죠.


그래서 도서를 낼 때 갑지(표지)를 내는데, 그 일련번호가 이정도 프로젝트에서는 2만~3만까지도 갑니다. 5천장의 설계도서를 2만번 혹은, 3만번에 걸쳐 내지요.


이 5천장의 제출갯수, 펜딩갯수(뭐 이유가 있어서 못내거나 중간에 스톱된 경우), 딜레이 갯수 등도 다 관리를 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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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구매단계


설계가 한 20%정도 진행되면 이제 물건을 삽니다. 물건을 사는 일은 가장 중요합니다. 전체 프로젝트 '돈'의 절반을 결정합니다.
예를들어 이정도의 포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전체의 금액을 100원이라고하면

   설계와 사업전반 관리에 한 10원정도를 씁니다.
   물건을 사는 구매에 50원 정도를 쓰지요.
   현장에서 시공하는 단계에서는 한 35원을 쓰고
   마지막 시운전에서 5원을 씁니다.


설계 10원을 13원으로 올리면 구매와 시공에서 한 10원정도를 아낄 수 있는데, 그게 참 어렵습니다.
제가 우리나라 EPC회사(건설회사)들이 해외현장에서 판판이 깨지는 이유가 바로 설계협력업체 (일부 설계를 전문 설계업체에게 외주를 합니다)의 품질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충분한 댓가를 지불하고, 전문설계업체에서도 10년차 15년차 20년차의 프로페셔널 엔지니어들이 마구 양산되어야 합니다. 영국처럼.





아무튼 오래걸리는 애들부터 하나씩 삽니다.

발전기, 터빈, 대형 컴프레서 같은 애들은 한 일년반 정도 걸립니다.
대형 변압기, 컨트롤 시스템도 일년정도 걸리지요.


그때 납품단가와 더불어 납품시기를 협의할 때도 시간관리자가 등장합니다. 내년 5월에 꼭 있어야하는데 제작사가 7월에나 가능하다고 하면 방법은 세가지입니다.

   a. '돈을 더 줘서' 5월로 떙긴다
   b. 7월로 냅두되 '돈을 더 써서' 항공운송을 한다
   c. 시공에 '돈을 더 투입해서' 야간작업을 시킨다.


1번과 2번과 3번 모두 돈이 더 들어갑니다. 시간을 돈으로 사야하니까요. 그 그 세개의 금액들을 비교해서 결정해야죠.
사실 7월에 들어오는거 다 알고 있으면서 계약서는 5월까지 납품하는 것으로 씁니다. 
그리고 제작사에게 유리한 각종 조건들을 달아주고,

그리고 그 조건을 달성이 안되고 당연히 7월에 납품이 됩니다,  (ㅎㅎㅎㅎㅎㅎ)
항공운송은 고려도 안하고 있다가, 시공이 최종 독박을 씁니다.





아무튼 우리 프로젝트의 경우에 구매가 총 140번 정도 나갑니다. 현장에서 사는 자잘한 것들을 빼고 engineered item들 (정식 설계를 해서 사야하는 큰아이템들)만 140번 정도 발주를 내죠.


그 140번에 걸친 발주가 총 수백번이 넘는 횟수로 쪼개져서 현장에 납품됩니다. 하나하나 날짜를 검토하고 이게 우리 프로젝트 일정에 큰 무리를 주는 것은 아닌가 검토하고, 워닝하고, 윗분들이 빠른 결정 (저 위에 있는 1,2,3번 중 하나)을 할 수 있도록 판을 깝니다.






3. 시공단계


자, 이제 건설회사의 꽃인 시공단계입니다. 많은 건설회사 꼬꼬마들의 꿈은 소장입니다. 저도 그랬구요. ㅠ (이제는 어렵겠죠 ㅠ)
현장소장 대신에 PM (프로젝트 매니저)가 꿈인 친구들이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소장은 작업복 입고, PM은 양복입거든요. 암튼



시공은 업체 선정으로 시작됩니다. 제가 항상 이야기하는 '그림그리기'.  (프로젝트 구도를 그린다고 해서 그림그리기라고..)

이 그림을 그리는 단계에서 성패의 30%는 결정됩니다.
35원의 공사비를 어떻게 쪼개서, 어떤 회사에게 넘길 것인지에 대한 그림.



보통 잡다구리한 간접공사들을 제외하고,

열개남짓의 시공전문회사와 계약을 합니다.

1. 토목공사
2. 건축공사
3. 기계설치공사, 철골설치공사, 배관공사
4. 전기공사
5. 계장 (control)공사
6. 보온공사
7. 도장공사
8. 중량물 인양공사
9. 비계공사 (공사장에 아시바 쌓는)
등등

큰 공사라면 기계/철골/배관을 나누기도 하고, 작은 공사라면 전기/계장을 합치기도 하고 합니다.




이제 스케줄러는 세단계 정도로 나눠서 시간을 관리합니다. 하나로 관리하는건 너무 비효율적이거든요.

a. 주요한 마일스톤들을 정리합니다.
예를들면, 기초공사가 마무리되는 시점, 주요 기계들이 입고되고 설치되어야 하는 시점, 건물이 준공되는 시점, 프로젝트 종결시점.
이건 엑셀로 관리하는데, 주요한 열댓개는 머리속에 가지고 있는게 편합니다. 회의할때도 누구 하나는 외우고 있어야하거든요.

b. 모든 시공행위들을 나열하여 정리해서, 링크를 건 스케줄이 있어야합니다.
하나가 늦으면 자동으로 착착착 정리되고 늦어지는 스케줄이 있어야합니다. 저희 바닥에서는 level 3 스케줄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프로젝트의 A to Z이며 바이블이며, 이게 제가 월급을 받는 주요한 근거입니다. 그래서 아무나 못하는 프로그램으로 작성하고,
접근도 어려울 뿐만아니라, 잘 설명도 못합니다??

c. 그 링크를 건 스케줄을 최대한 자세하게 쪼개놓은 관리 시트가 있어야합니다.
이건 링크를 걸 필요가 없고, 툴도 그냥 엑셀을 쓰든, 괘도용지를 쓰든, A4로 나열을 하든 상관 없습니다.
자세한 시공행위 하나하나가 언제 시작하고 언제끝나는지를 일주일정도의 간격으로 그냥 정리만 해두면 됩니다.

예를들어 '발전기 터빈을 설치한다'라는 작업이 있다고 할때.
b번0에 적힌 level 3 스케줄에는 그냥 한줄을 죽~ 그어놓습니다. 한 석달 정도.
그 3달짜리 한줄은 처음에야 그냥 '아 석달걸리는구나' 하고 말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더 디벨롭할 필요가 생깁니다.
그러면 A3 ~ A4용지 네댓장에 아주 디테일하게 짜는 것이 필요하죠. (이게 c번 스케줄)
이건 시공사가 짜기도 하고, 전문 시공 협력업체가 짜기도 하고, 그 발전기를 제작한 회사가 표준 시공 스케줄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하위 단계의 문서(b번이나 c번)는 상위단계의 문서를 넘어서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즉, 터빈설치를 몇장에 걸쳐서 디테일하게 짠 c번의 문서의 쫑치는 날짜는 b번에 있는 한줄짜리보다 더 길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만약 더 길어진다면? 상위문서를 개정해야합니다 .(개정하거나 업뎃하거나. 암튼)

그래서 저희 회사는 상위문서는 하위문서에게 demand를 한다고 하고 (3달을 넘어서는 안돼!라고 요구하는것이죠)
하위문서는 상위문서를 verify한다고 하죠. (상위문서의 3달이 맞는지 틀리는지를 검증하는)


하지만, 암튼 저 a,b,c는 함께 움직여야합니다. 자동으로 링크를 거는 멍청한 행위를 하면 안되고 그냥 스케줄러가 매뉴얼로 하나하나 확인하는게 가장 정확하고, 프랙티컬하고, 제 밥그릇도 챙길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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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저 위의 모든 것들이 스케줄러 머리 속에서 나와야할까요? -_-aa

아닙니다. 그래서 플래너와 스케줄러의 차이를 제가 속한 회사에서는 정리해두었는데 (벡텔이라는 회사입니다)



플래너는 저 기본 자료들을 다 생산해야합니다.



발전기 터빈 설치가 3개월이 걸릴지 4개월이 걸릴지,
터빈설치 디테일 스케줄이 A3 네장이 될지 다섯장이 될지.
모든 것은 그 사람의 '의지'에 달려있죠. (삼성엔지니어링이 좋아하는 '의지치' (의지롤 극복할 수 있는 최종의 값어치)ㅋ)



스케줄러는 그 사람들의 의지들을 모아서, level 3라는 하나의 결과물 (이건 스케줄러의 개성에 따라 다른데, 저는 한 2천~3천라인정도로 짜는 것을 선호합니다만, 이걸 천라인 안쪽으로 짜는 사람도 있고, 5만라인 이상으로 짜는 사람들도 있습니다)을 완성해서 프로젝트 시작하고 끝까지를 관리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플래너 안하고 스케줄러합니다. -_-v









다 쓰고 나니까 출발시간 4시간전이네요. 심심하다 ㅡ,.ㅡ





11
  • 좋은글 감사
  • 엄청 멋지십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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