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09/26 16:28:58
Name  
Subject   돈을 날리는 전형적인 방법
냠 커피를 마시고  있습니다.

하던 이야기를 이어하자면 고인께선 슬하에 자녀가 둘 있었습니다.

첫째는 더 이상 난 농사 안 지을란다를 시전하고 유산으로 땅과 캐쉬를 받고 농장에서 탈출했습니다.

둘째는 조용히 가업을 이었구요.

자~ 40대 초반까지 아버지 밑에서 농축산업 후계자로 자라온 첫째에게 갑자기 부동산 포함 수십억의 자산이 생겼습니다. 뭘 했을까요 첫째는?

만약 저였다면 정리하고 소소하게 봐두었던 대구 범어네거리쪽 상가 건물을 대출 끼고 사서 임대사업자로 소일하며 살았을거 같은데 첫째분께선 야망이 있으셨는지 장사를 하기로 마음을 먹으셨습니다.

무슨 장사인고 하니 제가 지금 마시고 있는 커피~
카페를 차리시기로 한거죠.

자~ 그리고 첫째는 어떻게 하면 3년도 안되는 세월동안에 자산을 천천히 까먹으면서 망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먼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땅 위에 건물을 으리으리하게 짓기 시작합니다.

네 처음하는 카페인데 100평이 넘게 3층 짜리 건물을 올립니다. 큰게 좋다고 하십니다.

근처에서 크게 음식점을 하시는 큰아버지가 - 애초에 집안이 그 지역 유지- 장사 처음하는데 조그마하게 프랜차이즈 하나 열어서 해보고 하라는 조언을 하셨지만 첫째는 큰아빠가 자기만 큰거 하고 난 왜 못하게 하냐며 되레 역성을 냈고 큰아버지께선 학을 떼며 손을 떼십니다.

건물은 올라갑니다. 근데 공사비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아 은행에서 땅을 담보로 돈을 빌립니다.

뭔가 처음하는 일이라서 그런지 공기도 이상하게 길었던거 같고 공사비도 남들이 생각하기에 호갱느낌이 나는 듯 하지만 첫째는 번듯한 카페가 생겨서 넘무넘무 행복했습니다.

근데 생각보다 집 짓는데 돈을 너무 많이 쓴거 같습니다. 내부 인테리어를 할 돈이 좀 모자랐던거죠.

첫째는 커피점이 다 그렇지란 생각을 하고 80-90초반 다방에서 썼음직한 쇼파와 테이블을 중고로 삽니다. 그리고 그와 어울리게 내부를 꾸밉니다.

다행히 주변의 도움으로 커피 머신이나 원두는 잘 구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냉장고나 주방 도구들도 돈이 없어 중고로 구하긴 했지만 장사가 잘 되면 새로 사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희망차게 영업을 시작합니다.

네~ 집에서 해먹을 수 있는 수준의 빙수를 12000원에 파는데 서빙은 칠십이 다 되어가시는 첫째의 어머니께서 하시면서 말이죠.

총체적 난국인 이곳은 놀랍게도 워낙 가진게 많아서 3년을 버팁니다. 하지만 결국 끝없는 적자와 은행 이자 그리고 원금 상환의 압박으로 망하고 맙니다.

형이 아버지 유산을 어떻게 날리는지 눈앞에서 지켜본 둘째는 오늘도 성실하게 농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계시다고 합니다.

p.s 망했다곤 하지만 첫째는 그래도 대구 칠곡에 3억 넘는 아파트 하나는 남았다고 합니다~

교훈 : 잘 모르겠으면 돈은 그냥 은행에... 아니면 프랜차이즈를 하자... 최저시급 정도는 챙길 수 있을지도 모르니...

어?! 티타임은 펑이 안되나요??
혹시 모르니 글 내용은 며칠 뒤 펑 하도록 하겠습니다.



3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461 일상/생각24살 고졸인데 참 제 자신이 한심합니다... 26 Tonybennett 17/10/24 12491 0
    6460 일상/생각미역국 6 마녀 17/10/24 3821 13
    6458 일상/생각제가 흥미롭게 본 나무위키 항목들 20 벤젠 C6H6 17/10/24 5326 2
    6449 일상/생각아이 캔 스피크 11 LiiV 17/10/22 3911 3
    6447 일상/생각삶이 막막하던 20대 시절 이야기 11 Beer Inside 17/10/22 6468 13
    6444 일상/생각24살 삶이 너무나 막막합니다.... 22 Tonybennett 17/10/21 7285 0
    6443 일상/생각울진 않을거 같습니다. 14 aqua 17/10/21 4801 51
    6442 일상/생각성소수자에관한 인식변화 회상. 4 하트필드 17/10/21 4200 7
    6438 일상/생각犬포비아는 편안하게 살 수 없습니다. EP 2 2 알겠슘돠 17/10/19 3505 4
    6431 일상/생각[빡침주의] 팀플 하드캐리한 이야기 35 SCV 17/10/18 6867 5
    6406 일상/생각일본의 수학교육은 대단하구나 했던 경험 8 코리몬테아스 17/10/11 9414 0
    6404 일상/생각하드 투 세이 아임 쏘리.. 28 Homo_Skeptic 17/10/11 6365 19
    6400 일상/생각백수기(白首記) 3 개마시는 술장수 17/10/10 4402 11
    6396 일상/생각차를 샀습니다. 인생 첫 새차. 10 luvnpce 17/10/10 5518 12
    6395 일상/생각운동권,부정청탁방지법,사회변화 21 二ッキョウ니쿄 17/10/10 4763 4
    6387 일상/생각좀 많이 아팠습니다. 30 tannenbaum 17/10/08 5535 16
    6386 일상/생각나라가 위기인데 연휴가 길어서 큰일이야 26 알료사 17/10/08 4732 24
    6375 일상/생각해외 플랜트 건설회사 스케줄러입니다. 41 CONTAXS2 17/10/05 6776 11
    6373 일상/생각명절때 느낀 사람의 이중성에 대한 단상(수정) 4 셀레네 17/10/05 4408 0
    6366 일상/생각해외 근무의 피곤한 점... 9 CONTAXS2 17/10/03 4116 1
    6359 일상/생각학력 밝히기와 티어 29 알료사 17/10/01 6638 35
    6349 일상/생각삐딱했었구나... 싶습니다. 20 켈로그김 17/09/27 4329 7
    6347 일상/생각평등2 11 삼공파일 17/09/27 4383 11
    6345 일상/생각돈을 날리는 전형적인 방법 26 17/09/26 4970 3
    6342 일상/생각여러분 생각이 듣고 싶습니다. 20 콩자반콩자반 17/09/26 3652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