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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10/04 23:57:50
Name   호라타래
Subject   사랑. 그리고 자립성과 구속성의 균형 - 도날드 위니캇의 대상관계이론을 중심으로
- 악셀 호네트의 「인정투쟁」 중 일부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제가 심리분석은 많이 몰라서 잘못 이해한 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아래에도 달아두었지만, 대상관계 이론은 당시의 관계 장애를 임상적으로 분석하여 귀납적으로 구성한 이론입니다. 즉, 당시 서구 사회에 존재하는 맥락과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습니다. 1980년대 중, 후반의 저작들을 중심으로 내용이 전개되고 있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지나치게 모성 신화에 매여있는 느낌이 듭니다. 이 점을 감안하되, 인간의 심리발달이 출발하는 원초적인 상태를 타인과의 정서적 결합으로 보았다는 점에 주목해 주시면 될 듯합니다. 

1. 대상관계이론이란?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 Theory)은 한 개인이 타인과의 정서적 결합 과정에서 [공생을 위한 자기 포기]와 [개인적 자기주장]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상호주관적으로 유지하느냐에 따라 관계의 성패가 달렸다1)는 관점을 취하는 연구 전통입니다.  그리고 한 개인이 타인과의 정서적 관계에서 유지하는 구속성과 자립성 사이의 균형은 유아기 때 부모와 겪은 상호작용, 특히 어머니2)와의 상호작용에서 기인한다고 보지요.

대상관계이론이 등장하기 이전 심리분석은 프로이트와 그 계승자들을 중심으로 하여 아동의 성적욕구발달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합니다. 성적 충동인 리비도를 중심으로 심리 발달을 설명하는 전통적인 관점에서는, 아동의 상호작용 상대자는 그들이 리비도의 충족 대상으로 등장할 때만 의미가 있다고 보았지요. 그러나 경험적 연구가 누적되면서 어린아이와 타인의 관계를 리비도적 충동이 실현되는 과정에서 수행되는 단순한 기능으로 바라보는 이론은 힘을 잃습니다.

경험적 연구들이 공통되게 지적한 바는 정서적 결합이 유아의 성장에서 독립적인 중요성을 지닌다는 것입니다. 르네 스피츠(Réne A. Spritz)의 관찰에 따르면 모든 신체적 욕구가 확실하게 충족될 때에도 어머니의 관심이 사라지면 유아는 심각한 행동 장애를 일으킵니다. 할로(H. F. Harlow)의 원숭이 애착 실험 또한 생명 유지를 위한 본능 충족 외에 정서적 접촉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3). 존 볼비(John Bowlby)는 유아는 이미 생후 첫 달부터 타인과 친밀하게 관계할 수 있는 적극적인 자세를 발전시키며, 이를 통해 이후의 모든 정서적 애착관계의 토대를 쌓는다고 합니다. 다니엘 스턴(Daniel Stern)은 어머니와 아이의 상호행위는 양자가 서로 감정이나 느낌을 함께 체험할 수 있는 능력을 연습하는 고도로 복잡한 과정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상기한 경험적 보고들은 유아의 사회화 과정을 타인과의 정서적 관계, 그리고 사회적 상호작용 차원에서 해석해야 할 필요성을 제시합니다. 프로이트 중심의 전통적 관점에서는 심리 발달을 리비도적 충동과 자기 지배능력 사이의 관계로 보았습니다. 즉, '독백적'인 관계로만 바라보았던 것이지요. 심리분석적 대상관계 이론은 프로이트 이론이 리비도적 충동의 조직화라는 테제에만 초점을 두었다는 점을 비판하면서, 타인과 맺는 정서적 관계를 성숙화 과정의 또 하나의 구성요소로 끌고 옵니다. 아래에서는 그 중 영국의 심리분석가인 도널드 위니캇(Donald W. Winnicott)의 논의를 중심으로 정리하고자 합니다4).

2. 도널드 위니캇의 대상관계 이론

위니캇의 화두는 ['어머니와 아이를 미분화 된 단일체의 단계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함으로써 결국에는 양자가 서로를 독립된 개인으로 수용하고 사랑할 줄 알게 하는 상호행위과정이란 어떤 특성을 지니는가']였습니다. 심리분석적 소아과 의사였던 도널드 위니캇은 유아들의 '충분히 좋은' 사회화 조건에 대한 설명을 찾는 데에 일생 동안 몰두했지요. 질문에서 드러나듯이, 위니캇은 유아와 어머니 각각 보다는 그들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심리분석을 할 때 유아를 독립적이고 개별된 탐구 대상으로 간주하는 것을 잘못된 추상화라 보았지요. 왜냐하면 실질적으로 유아는 생후 오랜 기간을 어머니의 보호를 통해 자신의 행동을 실천적으로 보완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즉, 인간의 삶의 초기에 미분화된 상호주관성 단계인 공생기를 가정할 수 있으리라 보았던 것이지요. 물론, 프로이트 중심의 전통적인 관점에서도 '어머니'는 리비도의 충족 대상인 타자들과는 다른 특별함을 지니는 것으로 간주합니다. 그러나 위니캇의 입장에서 독특한 것은 유아가 어머니를 바라보는 관점 뿐만 아니라, 어머니가 유아를 바라보는 관점까지도 포함했다는 점입니다. 어머니는 임신 기간 동안 아이를 자신과 적극적으로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으며, 출산 후에도 이러한 경향은 이어진다고 하지요5). 위니캇은 이를 '원초적 상호주관성'이라는 개념으로 포섭합니다.

위니캇은 대상관계이론가들 중에서도 인간의 성숙 과정을 관계를 통해 해명하려는 면이 강합니다. 원초적 상호주관성 개념에서도 드러나듯이, 위니캇은 처음부터 아이의 성숙 과정을 어머니와 아이 사이의 공통적 상호주관적 행위를 통해서만 해명할 수 있는 과제로 바라보지요. 처음에 편입되어 있던 공생적 단일체의 상태로부터 각자 독자적인 존재로 차별화 되어가는 과정이 심리적인 발달인 것입니다. 프로이트 이론에서는 개인적인 잠재적 충동이 조직화 되는 과정 속에서 건강한 인격체로 성장하게 된다고 하지만, 위니캇은 타인과의(여기서는 어머니) 상호작용 구조상의 변화를 주된 요인으로 간주합니다.

초창기에 어머니와 아이는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서로에게 완전히 의존합니다. 상대방에 대한 개인적 경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위니캇이 가정하기로는, 임신 기간 동안 일어난 어머니의 자녀에 대한 심리적 동일시가 유아가 지닌 종속적인 의존 상황과 맞물려서 이러한 절대적 의존 상태가 지속됩니다. 유아는 자신과 환경을 인지적으로 구분할 수 없습니다. 상호행위 상대자의 보완적 도움이 없다면 연속성이 보장된 체험지평이 주어지지 않지요. 이러한 미분화된 경험세계에서는 생존을 위한 욕구 충족 뿐만 아니라, 신체적 접촉쾌감을 유지하는 것까지도 삶의 필수적인 성질에 속합니다. 이 시기에 어머니는 유아를 '지탱'합니다. 어머니에 의해 '지탱된' 신체적 보호공간 안에서만 유아는 자신의 운동 및 감각 경험을 단일한 체험 중심으로 병렬시킬 줄 알게 되고, 이를 통해 신체를 움직이는 방식을 발전시킨다고 하지요.

각자가 공생적 통일체의 단계에서 벗어나 일부분이나마 새로운 독립성을 획득하게 되면 이전 단계가 끝납니다. 어머니는 유아와 맺고 있던 최초의 신체적 동일시를 영원히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상생활로 복귀하게 되거나, 친밀한 다른 상대와의 접촉을 재개하게 되지요. 점차 유아는 많은 시간 동안 혼자 있게 됩니다. 이러한 어머니의 '탈적응 단계'에 상응하여, 유아 역시 기존에는 제한되어 있었던 반성 공간을 확장하게 됩니다. 자신과 환경을 인지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지적 발전이 일어나지요. 평균적으로 유아는 생후 6개월 이후부터 청각적, 시각적 신호를 장차 자신의 욕구가 충족될 것이라는 지시로 이해하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짧은 기간 동안은 어머니의 부재를 참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서 어머니라는 개인을 자신의 통제 밖에 있는 어떤 세계 속의 객관적인 존재로 체험합니다. 반대로 자신의 종속성을 맹아적으로 지각하게 되지요. 오히려 이전에는 '절대적 의존성'이기에 미분화되어 지각되지 않던 종속성이 지각되기 시작합니다. 위니캇은 이를 '상대적 지각성'이라 개념 붙입니다. 바로 이 시기가, 한 개인의 타인에 대한 결합능력이 결정적 발전을 이루는 지점입니다. 성숙한 사랑의 기초적 모형인 '타자 속에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함'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어머니의 독립성이 증가하면서 유아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합니다. 어머니를 '고유한 권리를 가지고 있는 존재로 인정'하기 시작해야 하는 것이지요. 위니캇은 유아를 둘러싼 사회적 환경이 두 가지 심리적 매커니즘의 적용을 허용해야만 이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파괴'이고, 다른 하나는 '이행기 현상'입니다. 

3. '파괴'와 '이행기 현상'

'파괴'는 어머니의 독립성 증대에 대한 유아의 반응입니다. 유아는 자기 마음대로 처리하기 어려운 현상을 지각하면서 공격적 행위 태세를 발전시킵니다. 이 공격은 어머니를 향하지요. 어머니의 신체를 때리고, 물고, 찌르고 하는 것입니다. 위니캇은 이를 일종의 목적에 찬 행위로 봅니다. 유아가 자신에게 정서적으로 충만한 대상이 실제로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이른바 '객관적' 현실에 속하는지 여부를 시험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여기에서 어머니가 유아의 파괴적 공격을 보복하지 않고 견디어 낸다면, 유아는 비로소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주체들도 존재하는 세계로 진입하게 된다고 봅니다. 어머니가 유아의 파괴적 행위를 저항능력을 갖춘 개인으로서 견디어낸다면, 유아는 자신의 파괴적 충동들을 통합함으로써 프로이트 이론에서 흔히 지적하는 '나르시스적인 절대권력에 대한 착각' 없이 어머니를 사랑할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6). '파괴' 경험을 통해 유아는 공생적으로 부여된 어머니에 대한 애착과 어머니의 자립성에 대한 경험을 화해시킬 수 있게 됩니다. 

'이행기 현상'은 자립성과 공생 사이의 초기 형태의 균형에서 이어지는 단계입니다. 생후 몇 개월이 지난 아이는 자신을 둘러싼 물질적 환경의 대상들과 고도의 정서적 관계를 맺으려는 강한 경향을 보입니다. 인형, 담요 등의 이행 대상(transitional object)에 대한 집착이 그것이지요. 아이들은 이행 대상들을 배타적 소유물로 취급하며, 때로는 부드럽게 사랑하다가도 떄로는 격렬하게 '파괴'합니다.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이 대상들은 외부세계로 사라져버린 어머니에 대한 대체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아이는 분리의 체험을 넘어서, 초창기에 어머니가 자신의 요구에 절대적으로 귀기울여주던 당시 지니던 '자신의 전능함에 대한 근원적 환상'(위에서는 '나르시스적인 절대권력에 대한 착각'이라고 칭했던)을 계속 유지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관점으로만 이행기 현상을 바라볼 수는 없습니다. 직관적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위니캇은 아이에게 이행 대상이 가상이냐 실재냐 하는 물음이 중요하지 않다고 정리합니다. '중간매개'라는 개념으로 포섭되는 이행 대상의 지위는 환각과 같은 내적 세계에 속한 것도, 객관적인 경험적 세계에 속한 것도 아닙니다. 보다 정확하게는 아이가 그러한 질문을 제기할 생각조차도 하지 않는 위치에 있습니다. 아이는 이 이행대상들을 현실에서 창조적으로 시험해보려고 합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놀이식으로 다루는 것인데, 이를 통해 아이는 내적 현실과 외적 현실 사이의 고통스러운 단절을 항상 다시금 상징적으로 봉합하려고 합니다. 위니캇은 이로부터 상호주관적으로 수용된 환상 형성 작업이 시작되며, 결론적으로는 이 매개 영역이 성인들이 문화적으로 대상화시키는 모든 관심이 심리적으로 등장하는 장소라고 주장합니다. 이 글은 원저가 아닌 악셀 호네트의 독해를 기반으로 위니캇의 주장을 정리하고 있기에, 이러한 주장의 논리적 고리들을 세세하게 이해하기는 힘듭니다. 호네트 자신은 위니캇의 테제가 '쉽게 개괄할 수 없는 귀결'이며, '사변적 극단화의 의미'가 (일부) 있다고 적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현실 수용이라는 과제가 결코 완전하게 종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며, 어떠한 인간도 내적 현실과 외적 현실을 연결해야 한다는 압력에서 벗어날 수 없고, 또한 이 압력에서의 해방은 의심할 것 없이 중간매개적 영역을 통해서 예술이나 종교 따위에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 이 중간매개적 영역은 놀이에 열중한 어린아이의 놀이 영역에서 직접적으로 발전한 것이다."(p. 203)

저 개인적으로 호네트가 인용한 위 문장을 통해서 짐작하기로는, 중간매개에 대한 몰입을 통해서 내적 현실과 외적 현실 사이를 연결해야 한다는 압력에서 벗어나는 순간들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계속해서 자신의 내적 현실과 외적 현실이 변화하기에 현실 수용이라는 과제는 언제고 새롭게 대두되는 문제인데, 편집증적 충동에 사로잡힌 것이 아니라면 언제까지나 그 압력에만 몰두해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다시 호네트의 논의로 돌아오자면, 호네트는 위니캇의 주장 중, 아이가 자신이 선택한 대상에 '자신을 잃어버린 채' 몰두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어머니와 맺고 있던 공생적 체험 상태에서 분리된 이후에도 어머니의 보호가 지속됨을 믿음으로써 걱정 없이 혼자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는 주장에 초점을 맞춥니다. 인간의 창조성과 상상능력은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을 전제하며,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은 자신이 사랑하는 개인이 자신을 돌봐줄 태세가 되어 있다는 기본적 믿음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는 논지지요. 즉, 오직 '개인의 심리적 현실에서 좋은 대상'이 존재하는 한에서만 아이는 내버려진다는 두려움 없이 자신의 내적 충동에 관계할 수 있으며, 또한 개방적이고 창조적 방식으로 이 충동을 따르려고 시도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4. 정리

위니캇은 어머니와 아이의 성공적 관계 속에서 상호행위의 전형을 발견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 전형이 성인의 단계에서도 성숙한 형태로 반복된다는 주장을 전개하지요. 모든 사랑관계는 생후 초기에 나타나는 어머니와 아이의 근원적 상호융합 상태 체험에 대한 무의식적 회상에 근거를 두고 추진된다는 가정에서 시작합니다. 공생적 단일체라는 내적 상태는 이후 일생 동안 주체들의 배후에서 타인과 융합하려는 욕구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지요. 물론 이러한 융합 욕구를 사랑이라 볼 수는 없습니다. 어머니와의 불가피한 분리를 체험하여 경험한 좌절이 독립적 개체로서의 타인에 대한 인정과 구조적으로 결합할 때 융합은 사랑으로 변하지요. 오직 파괴된 공생관계만이 인간 사이의 경계 설정과 탈경계의 생산적 균형을 발생시킵니다. 이러한 균형은 서로 환상을 제거함으로써 성숙하는 사랑관계의 구조에 속합니다. 우리는 한 편으로는 상호주관적 긴장 관계에서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을 발전시키고, 다른 한 편으로는 타자와 탈경계화된 융합을 다양한 형태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발전시키지요.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사랑받는 사람은 바로 자신에 대한 애정의 확실성을 통해 항상 자신과의 탈긴장화된 관계 속에서 스스로를 개방할 수 있는 힘을 얻습니다. 혹자는 사랑관계가 단지 타인의 독립성을 인지적으로 수용하는 식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오해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호네트는 독립을 위한 모든 해방은 사랑의 연속성에 대한 정서적 믿음 속에서 수행될 수 밖에 없다고 정리합니다. 자립화 이후에도 자신의 사랑을 유지한다는 감정의 확실성 없이 사랑하는 주체가 사랑받는 사람의 독립성을 인정한다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지요. 즉, 사랑관계는 타인의 해방임과 동시에 정서적 구속입니다. 혹은 사랑에 동반되는 또는 사랑이 뒷받침하는 독립성의 긍정이지요.

5. 개인적인 생각들

1) 무엇이 성공이고, 무엇이 실패인지는 저에게는 모호하게 느껴집니다. 다만 정상성의 범위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넓기는 하지만, 어떠한 관계는 상호파괴적인 면이 있는 것이 뚜렷하니 이 점을 통해서 이해하면 어떨까 싶어요. 이 글에서 적지 않은 「인정투쟁」의 나머지 부분에는 제시카 벤저민의 사도-마조히즘 분석도 일부 포함하고 있는데, 저는 이러한 관계를 병리적인 애정관계라고 보는 시각에는 동의하기가 힘드네요.
2) 어머니의 역할을 강조하는 이러한 분석이 초역사적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대상관계 이론은 당시의 관계 장애를 임상적으로 분석하여 귀납적인 결과를 내놓았던 것이기 때문에 사회에 존재하는 모성 신화로부터 분리되어 있다고 볼 수는 없지요. 글에서 주로 다루는 위니캇도 마찬가지라 느껴집니다.
3) 할로의 원숭이 애착 실험은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는 편입니다.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고 싶으신 분은 다음의 링크(http://ko.experiments.wikidok.net/wp-d/57aac7dbeee347803105685c/View)를 보시면 됩니다.
4) 호네트가 자신의 저서에서 도널드 위니캇을 기술하는 이유는 제시카 벤저민(Jessica Benjamin)이라는 학자가 위니캇의 저작을 바탕으로 하여 사랑 관계를 상호인정과정으로 해석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청년 헤겔이 고안한 인정 개념에 기초하여 인정투쟁 이론을 전개한 호네트로서는 추상/사변적인 헤겔의 이론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과정 속에서 경험적인 연구 결과들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었지요.
5) 물론 이러한 관점은 조심스럽게 생각할 필요가 있는 것이, 모든 어머니들이 임신-출신 과정 이후 자녀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라 느껴집니다. 산후우울증의 사례만 고려해봐도 반례는 뚜렷하지요.
6) 이러한 '파괴' 행위를 '어떻게' 저항능력을 갖춘 개인으로서 견디어내는지는 제가 읽은 책에서는 구체적으로 나와있지는 않았습니다. 단순히 버티는 것만을 지칭하지는 않는 듯한데 말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일관된 애정을 가지고, 충동적인 파괴 행위에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결부되면 안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은 해요.

++ 

- 문장이 난해하다면 제가 책의 표현을 직접적으로 끌어온 것이 많아서 그럴 거예요ㅠㅠㅠ

- 여러 번 강조해서 말했던 '모성 신화'의 냄새 외에도, 위니캇의 논의는 자칫하면 유아기의 몇몇 경험들이 향후 우리가 겪는 애정관계를 결정한다는 식의 논의로 오해를 살 수 있을 듯해요. 제가 느끼기에는 그보다는 우리의 삶에 있어서 '사랑'이 태어난 이후부터 경험하게 되는 본질적인 체험 중 하나라는 점에 주안점을 두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위니캇의 논의에서 주목하는 유아기 이후 시기의 경험들, 유년기-청소년기-성인기 모두의 경험들이 우리가 애정 관계에서 취하게 되는 입장과 태도들에 영향을 미친다고 느끼거든요. 다른 한 편으로는 심리학적 렌즈에서는 주목하지 않는 사회 그 자체의 친밀성의 구조가 우리의 애정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요. 여하튼 간에, '잘' 사랑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워요. 그래도 위니캇의 논의를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이를 함부로 포기할 수는 없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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