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07/16 08:54:05
Name   Neandertal
Subject   왜 흉내지빠귀는 앵무새가 되었을까?...
하퍼 리의 퓰리처상 수상작 [앵무새 죽이기]는 반드시 읽어봐야 할 영미소설을 선정할 때 꼭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작품이지요. 물론(?) 저는 아직 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 책 얘기를 꺼내나 하면 어제 다른 책을 좀 보려고 서점에 들렀다가 우연히 이 책이 가판대에 있어서 집어 들었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최근에 하퍼 리가 분실했던 원고 하나가 발견이 돼서 새로운 소설이 나온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그냥 지나치기가 뭐해서 한 번 집어 들어본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 앞부분에 역자의 흥미로운 설명이 있었습니다. 제가 집어든 책은 열린책들에서 출판하고 김욱동 서강대 교수가 번역한 본이었는데 김욱동 교수가 책에서 다음과 같은 알림글을 남겼습니다.


[MOCKINGBIRD는 <앵무새>가 아니라 미국 남부 지방에서 주로 서식하는 지빠귀류(類)의 새다. 다른 새의 울음소리를 곧잘 흉내 낸다 하여 <흉내쟁이지빠귀>라고도 부른다. 집에서 키우는 앵무새인 PARROT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새다. 이미 이 작품이 <앵무새 죽이기>라는 이름으로 독자들에게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굳이 <지빠귀>로 바꾸지 않고 그냥 <앵무새>로 옮겼음을 밝혀 둔다.]


오잉? mockingbird가 앵무새가 아니었어? 저도 지금까지 mockingbird를 앵무새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위 내용은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그래서 일단 네이버와 다음사전에서 mockingbird를 검색해 보았습니다.


네이버 영어사전에서는 mockingbird를

[명사: (다른 새의 울음소리를 흉내내는) 흉내지빠귀]라고 정의해 놓았고

다음 영어사전에서도

[조류: 흉내지빠귀 (참고) 북미 남부에 분포하며, 다른 새의 울음소리를 흉내냄]

이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두 포털의 사전 어디에도 앵무새라는 정의는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두 새는 모습은 유사할까요? 구글을 통해서 mockingbird의 이미지를 검색해 보았습니다.

아래와 같은 이미지가 검색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앵무새라고 할 때 떠오르는 새는 아래의 이미지 같은 새일 것입니다.





굳이 국내 최고의 조류 전무가 윤무부 교수님을 불러올 것도 없이 저 같은 문외한이 봐도 둘은 전혀 다른 새입니다. 그렇다면 왜 mockingbird가 앵무새가 된 것일까요?


정확한 이유야 알 길이 없지만 아마 제가 생각하기에 우리나라에 최초로 이 책이 번역되어 나왔을 때 원서를 번역했던 사람이 mockingbird를 앵무새라고 잘 못 알고 그렇게 번역한 것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그대로 굳어진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렇다면 김욱동 교수 말대로 일단 제목에 오류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으면 이제라도 이 책의 제목을 [앵무새 죽이기]가 아니라 [흉내지빠귀 죽이기]로 바꿔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저 둘은 비슷한 종류의 새들도 아니고 [앵무새][흉내지빠귀]가 우리나라에서 혼용해서 쓰이고 있지도 않으니까 현재의 제목이 얼마나 굳어져서 쓰이고 있는가 하는 문제와는 상관없이 정확하게 바로잡아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김훈의 [남한산성]이 영어로 번역되면서 [남한시장]이 되어 버리면 그건 잘못된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또 막상 [흉내지빠귀 죽이기]이러면 상당히 어색할 것 같기도 하네요...--;;;)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077 과학/기술외계 행성 중 ‘지구형 행성’ AKA 골디락스 행성 구별법 8 곰곰이 17/03/04 7404 10
    6343 경제외감법 개정과 감사인 지정제는 왜 해야하는가 72 CathedralWolf 17/09/26 5813 8
    598 꿀팁/강좌왠지 쓸모 있을 것 같은 링크 3 눈부심 15/07/16 7412 0
    596 기타왜 흉내지빠귀는 앵무새가 되었을까?... 40 Neandertal 15/07/16 20684 0
    2891 일상/생각왜 한국은 안되고 미국은 서양에서는 되는것일까? 20 까페레인 16/05/25 4378 0
    7574 일상/생각왜 한국야구를 안보나요?에 대한 바른 대답 28 No.42 18/05/23 4938 11
    7798 일상/생각왜 펀치라인? 코메디의 구조적 논의 6 다시갑시다 18/07/06 5244 24
    13185 기타왜 통합적 사고가 중요하고, 아는 것을 연결하는 힘이 중요할까요? 1 조기 22/09/27 3214 3
    2209 과학/기술왜 최근에 빌 게이츠, 엘론 머스크, 스티븐 호킹 등 많은 유명인들이 인공지능을 경계하라고 호소하는가? 46 절름발이이리 16/02/12 10033 7
    11976 정치왜 조민 친구의 번복된 발언은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을까 68 마카오톡 21/08/11 6461 19
    5499 정치왜 정치인들은 여성우대정책을 펴지 못해 안달이 났는가? 6 Raute 17/04/23 5299 5
    11830 역사왜 작은 어머니를 숙모라고 부를까. 19 마카오톡 21/06/30 8868 20
    7235 일상/생각왜 일본 애니에선 성추행을 성추행이라 부르지 않을까요? (추가) 19 덕후나이트 18/03/14 13850 1
    7813 문화/예술왜 일본 만화 속 학교엔 특활부 이야기만 가득한가 - 토마스 라마르 30 기아트윈스 18/07/09 6030 22
    8906 영화왜 우리는 열광하지 못하는가 : 글래스 3 왼쪽을빌려줘 19/02/27 3524 2
    12757 사회왜 요즘 페미니즘은 성적으로 덜 개방적인가 52 카르스 22/04/28 5600 14
    3510 스포츠왜 영국은 'UK'에서 'GBR'이 되었나 9 DrCuddy 16/08/14 47179 0
    5215 사회왜 여자는 권력을 차지하지 못하는가 44 익금산입 17/03/17 6526 2
    2575 도서/문학왜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으면 안 되는가 22 Moira 16/04/08 6968 4
    7337 일상/생각왜 쓸데없이 정직했을까?? 4 염깨비 18/04/05 4025 1
    3200 역사왜 사계절이 뚜렷하면 좋은 나라일까. 39 기아트윈스 16/07/05 7345 3
    12726 기타왜 범행일이 아니라 판결일로 집행유예 처벌이 달라져요? 6 집에 가는 제로스 22/04/15 7090 26
    11537 역사왜 멕시코는 북아메리카에 속하는가? 19 아침커피 21/03/31 6023 10
    10532 일상/생각왜 또, 매킨토시 21 사이시옷 20/04/27 4628 0
    11855 기타왜 나의 글은 추천게시판에 갈수 없는가 94 마카오톡 21/07/08 7357 1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