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06/28 13:41:33
Name   tannenbaum
Subject   날도 더운데 우리 사이다 썰 나눠봐용~
우선 저부터.


1. 대학 신입생 때

타과는 모르겠으나 경영학과는 100명이 넘어가는 인원에다가 진로에 있어 학연,지연 이런게 별 쓸모가 없어서 과 선후배간 서로 소 닭보듯 하는 분위기입니다. 과 행사는 고사하고 과엠티나 오티도 참석률이 20프로도 안되는 철저히 개쌍마이웨이(이 표현 맞나요?) 분위기였죠. 그래서 선배는 고사하고 동기들 간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경우가 수두룩 했습니다.

여튼간에 어느날 해병대 예비군복 입은 두명이 수업 시작전 강의실로 들어왔습니다.

'너네 신입생들 선배 알기를 아주 개떡같이 아는 경우가 많아.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고 해도 선후배간에 예의가 있는거야. 오늘 00시에 1명도 열외 없이 대운동장으로 집합해. 한명이라도 빠지면 너희 학번 다 죽는다. 알겠어!!'

황당한 시츄에이션에 우리는 서로 얼굴 쳐다보며 웅성거렸죠.

'저 사람 누구야? 학생회야?'
'몰라'
'쟤 뭐래니?'
'냅둬. 미친놈인가부지'

웅성거리를 우리를 향해 그 예비군복들은 소리를 질렀습니다.

'잘들어. 오늘 빠지는 놈 하나라도 있으면 니네 학번 앞으로 대학생활 고달플거야'

수업이 끝나고 같이 공부하던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어떡할래?'
'뭘 어떡해. 오락실이나 가야지. 너는?'
'응 나도 바뻐'

그날 수업을 마치고 00시가 넘어 알바를 하러 가는 길에 대운동장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아까 그 예비군복 두명이 쪼그리고 앉아 담배피고 있더군요. 물론, 모인애들은 한명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우리학번의 대학생활은 아무일도 없었구요.


2. 군대시절.

제가 근무하던 사무실의 장은 중령이었습니다. 그리고 중사, 5급 군무원, 하사관, 병 네명.... 요래 구성이 되었었죠. 아무래도 1스타 지원부대이다 보니 발에 채이는 건 영관이요, 돌보다 흔한 게 위관이었습니다. 군무원만 5천명이었죠. 그런데 병은 60명이 조금 더 되어서 각 사무실마다 신병이 오면 서로 데려가려고 알력 싸움이 장난 아니었습니다. 각 부서에서는 병이 한명이라도 더 있어야 간부들이 편하니까요.

여튼간에 저는 행정에 배치가 되었고 다행이 사무실 대빵인 중령이 병들에게 너무 천사표라 무난무탈한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 중령님이 참 인자하시기도 했지만 가끔 치킨도 사오고 햄버거도 사오시고 과자 사먹으라고 용돈도 주시고.... 그러다보니 저는 더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원래 군대에선 먹는 거 주는 사람이 최고입니다. 근데... 이분은 병들에겐 부처님이었지만.... 위관들에게는 저승사자 끝판왕 정도 되었습니다. 아주 잡아 먹드만요...

한 보름쯤 지났으려나요. 잘 모르는 중위 한명이 점심시간에 사무실에 찾아왔습니다. 저를 보더니 영어로 된 000 설명서를 내밀면서 조심스레 이거 해석 좀 부탁한다고 하더군요. 몇 페이지 안되길래 알겠다 하고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그게 화근이었습니다. 그 중위는 가면 갈수록 당여하다는 듯 자신의 일을 나에게 맡기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는 전화로 '너 이거이거 언제까지 해서 우리 사무실로 가져와' 하는 지경까지 가게 되었죠. 그리고 일이 터졌습니다.

얼마 뒤 그 중위는 '00해전사'를 내밀며 내일까지 독후감을 써오라고 했습니다. 더이상은 안되겠다 싶은 저는 행정과장(사무실 대빵 중령아저씨)님이 시키신 일이 있어 어렵겠다고 거절했습니다. 순간 그 중위는 제 뒤통수를 후려 갈겼습니다.

'삐리리야 하라면 할것이지 말이 많아. 내일 몇시까지 해놔. 알겠어!!'

그리곤 사무실을 나갔습니다. 이때 야마가 제대로 돌았죠. 전 속으로 복수를 다짐하며 이를 갈았습니다. 다음날이었습니다. 중령님이 저에게 어제 시킨일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전 속으로 요시그란도를 외치며 금방이라도 울것같은 표정으로 '00해전사' 책을 내밀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사실은 00부 00중위가 어제 점심때 와서 이거 오늘까지 해 놓으라고.... 중령님이 시키신 일 있어서 못한다 거절하니깐 때렸어요...ㅜㅜ'

중령님은 어이가 가출한 표정으로 그거 그만하고 내가 지시한거 빨리 마무리 하라 시더군요. 그리곤 내선전화로 그 00중위를 호출했습니다. 겁 먹은 표정으로 달려온 중위를 데리고 사무실 안쪽 방화문을 열고 기밀보관실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두꺼운 벽이었지만 '빡, 퍽, 으윽~, 아악!' 소리가 한참 계속 들려왔습니다.



우선 이정도 생각나네요.

우리 사이다 썰 풀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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