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07/11 10:45:41
Name   Raute
Subject   예술가와 작품은 분리될 수 있는가?


몇 년 전에 [진보의 재탄생]이란 책이 나왔었습니다. 노회찬을 중심으로 진중권, 홍세화, 김어준, 변영주, 우석훈, 한윤형, 홍기빈, 김정진 진보 관련 인물들과 벌인 담화를 모아놓은 내용의 책이죠. 이때만 하더라도 노회찬이라든가 진보 정치인들에게 꽤 큰 기대를 하고 있던 터라 열심히 읽었습니다.

여기 나온 대담 중 꽤 인상적이었던 게 [바그너를 좋아하세요?]였습니다. 변영주와 나눈 대담이었는데 [예술가에게 흠결이 있을 때 그의 작품을 분리시켜 향유할 수 있는가?]라는 내용이었죠. 우리에게는 서정주나 이광수 같은 사람들의 글이 먼저 튀어나올 것이고, 표절을 저지른 사람이라든가, 범죄를 저지른 자라든가... 뭐 그런 식으로 적용해볼 수 있겠죠. 정작 글의 결론이 어떻게 났는지는 기억이 안 납니다만...

특히 미술이나 문예와는 달리 음악은 무의식적으로 듣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어쩌다가 듣게 되면 '음 노래는 좋군' 하다가도 정작 제가 노래 골라 들을 때는 안 듣게 되고요. 진지하게 고찰한다면 노래 역시 가수의 삶과 가치관, 그리고 감성이 묻어나오는 하나의 예술품 아닌가? 라는 측면일 것이고, 가볍게 본다면 그냥 불매운동 하는 기분으로 듣기가 싫어지는 걸테고요. 어차피 싱어송라이터가 아니라면 가수와 곡의 관계를 그렇게 엄밀하게 볼 필요가 있는가 하는 생각도 있긴 합니다만 명확하게 답을 내리기 어렵더군요.  저에게는 그 경계에 있는 게 이승철과 아이유(타 연예인과의 에피소드로 인한 개인적 불호), 자우림(표절), 드렁큰타이거(무단샘플링) 등이고 해외 락밴드로는 레드 제플린이 듣기 힘듭니다. [Stairway to Heaven]이 제가 듣는 유일한 레젭의 곡인데 사실 이것도 표절 논란 있다는 게 유머.

아무튼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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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완전 분리됩니다. 바그너 좋아해요. 1박 2일에 걸쳐 물만 마시며 바그너 오페라 본적도 있구요. [양철북]의 작가인 귄터 그라스는 어릴 때 나치복무한 사실을 평생 짐처럼 부끄럽게 여긴 나머지 나중에서야 그 사실을 고백하기도 했죠. 저는 귄터그라스가 진짜 나치였다고 해도 별로 상관없습니다. 제게 중요한 것은 작품이지 예술가 자신이 아니니까요. 오히려 저는 작품에서 작품성이 아닌 예술가의 인격을 읽는게 이상해요.

    표절만 아니면 상관없고 표절이라고 밝혀지면 원본을 즐기면 되죠. 나머지는 법이 알아서 하겠죠.
    귄터 그라스는 자기고백의 형식으로 명작을 써낸 거라 약간 다르지 않을까요? 독일에서는 뭐라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요.
    귄터 그라스가 사회적 행보를 많이 했던것에 비해 그의 고백은 비교적 늦은 편이었죠. 자기고백의 형식으로 쓴 소설도 거의 말년 작품입니다. 그의 고백이 왜 그리 늦었는가에 대해 독일 일부에서는 비난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60년 가량을 숨겨왔으니 위선적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는 있겠지만 그 시간 동안 반나치, 반전체주의 운동을 해왔던 사람이니까 어느 정도 참작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중잣대일지도 모르겠지만요.
    저는 작품에서 제일 필요없는 것이 진정성이라고 생각해요. 진정성이라는 단어의 의미도 잘 모르겠어요. 내 진정성도 잘 모르겠는데 과연 타인의 진정성를 무엇으로 측량할 수 있나 싶기도 하고요. 진정성이 있다고 어설픈 작품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귄터 그라스가 생나찌였다고 해도 [양철북]이 위대한 소설인건 틀림없는 사실이니까요.
    그러면 그 뭐더라... 외재적 감상인가? 이거 맞나 모르겠네요 고등학교때 그 작품 외적인 작가의 생애나 시대적 상황 그런 거 보던 거. 그런 거는 신경 안 쓰고 작품만으로 평가하신다는 거죠?
    네. 저는 완전 상관없습니다.소설 속에서 만들어지는 세상은 실제 세계의 거울이지만 완전히 다른 룰이 내재된 세상이기도 하죠. 그 내재성이 작품의 서사와 맞물려 완벽히 조화를 이룬다면 킬링필드를 묘사한대도 별로 상관없지요. 실제로 코맥 맥카시의 소설 [핏빛 자오선] 같은 경우는 그런 세상을 보여주기도 하고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작가군요. 나중에 한 번 찾아봐야겠네요.
    Yato_Kagura
    과연 제가 싼 똥을 저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을까요?
    DEICIDE
    화장실에서 싸셨다면 분리해도 될것같고
    대로변에서 싸셨다면 분리가 좀 곤란하지 않을까요?
    Yato_Kagura
    우문현답이네요 크크킄

    그럼 책상서랍이나 바지는..?
    밥 먹다가 보고 뿜었습니다 으허허허
    최종병기캐리어
    현재의 기준이 아닌, 창작자의 시대의 기준으로 판단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금기시되지만, 그 당시에는 널리 행해졌던 것들(락스타의 마약이라던지, 우리나라 초기 힙합계의 샘플링 문제 등)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전 그래서 바그너의 반유대주의 논란은 어느 정도 참작의 여지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그게 잘못되었다는 거야 당연한고요.
    파란아게하
    1 예술가 개인의 사상에 관해서는 \'티가 있는 옥도 옥이고, 옥에 있는 티도 티\'라고 생각합니다.
    2 표절의 경우는 약간 포인트가 다른 것이 변절한 창작자는 변절해도 창작자이지만
    자기 이름으로 낸 작품들이 창작물이 아닌 사람은 창작자가 아닙니다.
    3 다만 \'대중\'들은 이상 사항들과 무관하게 자기 취향대로 즐길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2번에서 표절하는 사람들이 모든 걸 다 표절하는 건 또 아니니 표절하지 않은 작품들에 대해선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라는 고민이 들더군요. 뭐 1번 말씀처럼 티에 있는 옥이라고 봐야할까요
    파란아게하
    티가 있는 옥도 옥이지만
    옥에 있는 티도 티라
    평론가라면 앞장서서 가열차게 까야 하고요
    저같은 대중은 아몰랑 재밌어 하면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랜만에 아이유 노래 하나 들어봐야겠습니다. 으흐...
    Eneloop
    레젭은 표절했음에도 불구하고 원본보다 낫게 완성되었다는 점에서 표절 논란과는 또 별개로 봐야 할 듯 합니다.
    저는 원본보다 나은 표절은 인정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회의적이라 꽤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었는데 레드 제플린의 표절은 블루스를 하드록으로 음악적 변주를 시도한 것이기에 일반적 표절과는 또 다르다란 얘기가 있어서 더 혼란스럽더군요. 음알못이라 그냥 다른 사람들의 비평을 보고 흔들리는 팔랑귀인데 참 어렵네요.
    레지엔
    뭐 저도 레젭 팬이긴 합니다만, 원본보다 낫기 때문에 표절 논란하고 구분된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이건 신경숙 표절 논란에서 쉴드칠때나 나올 법한 얘기고... 레젭의 표절 논란에서 일반적인 표절 논란과 다른 부분은 저작권이 명확하지 않은 멜로디의 차용이라는 점이고, 그 점에서 비슷한 표절 논란이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 기타 솔로 표절 논란입니다. 여기에 시대적 차이에 의한 음악 저작권에 대한 개념 차이가 추가로 붙어서 좀 달라지고...
    사실 당대에도 표절과 오리지널리티 논란이 끊이지 않았지만 레젭이 잘 팔려서 다 묻어버렸다는게 맞을 겁니다. 물어준 돈도 적지 않은 밴드고요.
    DEICIDE
    비슷한 고민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제 경우에는 종교 관련이었습니다. 매우 유명하고 좋은 복음성가를 많이 제작하시던 분이 사생활이 매우 지저분하고 가정이 파탄이 난 사례가 있어서, 과연 예배때 이 사람이 작사작곡한 노래로 찬양을 해도 될것인가가 한참 화두였던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다니던 교회에서 내린 결론은 사람은 죄가 많더라도 그 사람이 만든 찬양은 그 사람을 통해 일하신 하나님의 섭리이므로 그 노래로 찬양할수 있다 였습니다.
    종교이야기가 불편하신 분들께는 부적합한 사례일수도 있지만 저는 위의 사례도 비슷하게 생각할수 있지 않을까 하네요. 예술은 무형의 형태로 존재하다가 그 사람의 손을 빌어 탄생하는 것이고, 그 사람의 인격 여부와 상관없이 작품 그 자체로서 평가받을 가치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사생활 얘기 나오니 루소와 에밀 생각나네요. 하하...
    스타카토
    최덕신 사건이군요.
    저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는데 위 본문이 말하는 딱 좋은 예네요.
    저는 그 이후에 최덕신작곡의 곡이 곱게 들리지 않습니다...
    쉽게 분리는 안되는것 같긴하네요.
    black tea
    분리야 되겠습니다만 정도의 차이야 사람마다 다르겠죠. 분리 안 되기가 더 어렵다고 봅니다. 스스로 필터 하나를 더 만들어서 일일이 모든 것들에 잣대를 들이댄다는 건 피곤한 작업이거든요.
    피곤하기도 하거니와 스스로 이중잣대가 아닐까 고민하는 게 힘드네요.
    마르코폴로
    머릿속으로는 분리해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때그때 내맘대로 정도더군요. 저같은 경우에 정확히 표현하면 제가 선호하지 않는 사람의 창작물은 소비하지 않게 되다라고요. 표절같은 문제와 별개로 말이죠.
    이성보다 감성이 좀 더 빠르긴 하죠.
    Vinnydaddy
    기본적으로 창작물에 대한 제 생각은 위의 파란아게하 님과 같습니다. 티가 있는 옥도 옥이고 옥에 있는 티도 티니까 옥과 티 전체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개개인의 감수성 차이로 결론이 나지 않을까 합니다. 어떤 사람은 옥이 좋으면 그만이지 라고 티에 대해서는 무시할 것 같고, 또 다른 사람은 티가 있는 옥은 옥일 수 없다고 생각할 것 같고.

    사실 이런 논란과 유사한 게 \'음악에 수준차이라는게 있는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음악적으로 대단히 단순하고 별 것 없는데 대중이 좋아하는, 일부에서는 \'저속하다... 더 보기
    기본적으로 창작물에 대한 제 생각은 위의 파란아게하 님과 같습니다. 티가 있는 옥도 옥이고 옥에 있는 티도 티니까 옥과 티 전체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개개인의 감수성 차이로 결론이 나지 않을까 합니다. 어떤 사람은 옥이 좋으면 그만이지 라고 티에 대해서는 무시할 것 같고, 또 다른 사람은 티가 있는 옥은 옥일 수 없다고 생각할 것 같고.

    사실 이런 논란과 유사한 게 \'음악에 수준차이라는게 있는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음악적으로 대단히 단순하고 별 것 없는데 대중이 좋아하는, 일부에서는 \'저속하다\'라고 말하기도 하는 음악은 공들여서 만들어서 알아듣는 사람에게는 정말 환상의 음악이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큰 호응 없는 음악보다 수준이 낮은 것인가? 딱 부러지게 그렇다고도 아니라고도 말할 수 없는 부분이고 개인의 견해차이가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요. (개인적으로는 김태원씨의 \'모든 음악은 평등하다\'는 말을 좋아합니다.)
    수준 논쟁은 풍부한 배경지식과 높은 이해가 있어야 이게 어떤 작품인지 논평이라도 해볼 거 같은데 전공자도 아니고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가끔 표절 얘기 나올 때 코드 주르륵 읊어주는 사람들 보면 신기해요. 저는 노래 들을 때 음계도 잘 모르겠거든요.
    이거 대학교 교양 수업에서 다뤘던 주제네요. 화장실가서 깊게 생각해보려 했는데 그 내용은 진작에 다 까먹었습니다. 아무튼 이 주제를 다루는게 미학인지 철학인지 그럴것 같은데, 관련 논문도 수두룩하게 나와있을 것 같네요. 물론 그런 자료들을 진득하게 찾아보는 정성은 제겐 없었습니다. 허허
    마르코폴로
    치질 조심하세요~~~
    사실 진득하게 찾아보기엔 귀찮을 주제죠 흐흐
    소크라테스
    옥과 티 비유로 보면
    티가 옥의 가치를 손상시킬 때에 비로소 옥의 진정한 가치도 떨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어떤 옥이 과연 가치가 있는가도 사실은 개인의 가치관에 의해서 구분이 될 뿐인데, 그렇다면 티도 티 나름으로 구분해서 생각해야 하고, 그 구분의 기준은 결국 개인의 가치관이라고 봐요. 오히려 그 티가 더 예술성을 강화하는 기제가 될 여지도 있구요.

    어떤 분에게는 작가의 나치부역 그 자체로 그 작가의 작품도 끝일 수 있고, 어떤 분에게는 그정도로는 큰 의미 없다고 볼 수도 있겠죠. 또 어떤 사람에게는 그의 나치부역이 ... 더 보기
    옥과 티 비유로 보면
    티가 옥의 가치를 손상시킬 때에 비로소 옥의 진정한 가치도 떨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어떤 옥이 과연 가치가 있는가도 사실은 개인의 가치관에 의해서 구분이 될 뿐인데, 그렇다면 티도 티 나름으로 구분해서 생각해야 하고, 그 구분의 기준은 결국 개인의 가치관이라고 봐요. 오히려 그 티가 더 예술성을 강화하는 기제가 될 여지도 있구요.

    어떤 분에게는 작가의 나치부역 그 자체로 그 작가의 작품도 끝일 수 있고, 어떤 분에게는 그정도로는 큰 의미 없다고 볼 수도 있겠죠. 또 어떤 사람에게는 그의 나치부역이 작품의 완결성을 부여한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발화자의 정치성향을 기준으로 어떤 글이나 발언의 가치를 상반되게 평가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고(예를 들어 진중권씨 발언이나, 토론에서의 \'잘했다\'는 평가등은 각 지지세력마다 극과 극으로 판단하기도 하더라구요) \'사실 그 진리값 자체는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마지막 문단에 대한 얘기도 글을 하나 써볼까 싶긴 합니다. 결국 받아들이는 주체의 해석에 따라 완전히 다른 값이 나와버리니...
    레지엔
    분리할 수 있는가는 개인적인 답이겠지만 분리해야 마땅하다고는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죄의 대가는 사회적 사형말고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그러나 확실히 감상을 방해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아는게 독이겠죠 어떤 의미에서는.
    도종환의 재혼을 알고 나서 멘붕에 빠졌던 기억이 나네요. 그건 진짜 아는 게 독이었어요.
    yangjyess
    당연히 분리되어야 한다고 생각은 하는데 실제로는 내가 좋아하면 분리, 내가 싫어하면 동일시... 되더라구요. 전자는 이문열이 그렇고 후자는 공지영, 이외수 등이...
    셋 다 저에겐 불호로 들어가는 작가들이네요 크크
    죽음불꽃소나기
    음악의 경우에는 나름 분리해서 받아들일 여지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문학의 경우에는 그게 쉽지가 않더군요. 특히 서정주에 대해 알고나서는 이 사람 작품이 교과서에 실려도 될까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친일도 친일인데 스스로를 종의 아들로 칭하는 마름집 아들이기에 서정주의 글은 다 말장난처럼 느껴지더군요. 글 잘 쓰는 건 알겠는데 감동 같은 건 전혀 없었어요.
    니생각내생각b
    저는 정철을 배우면서 글과 인격은 관계 없구나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크크....... 글씨는 그 사람의 인격을 나타내지만 글은 그렇지 아니하다가 저희 은사님 말씀이셨어요. 예시로 들어주신게 정철이었구요. 으허허허
    저는 많은 부분에서 분리하려고 하는 사람입니다만은 그것도 내로남불인것같습니다. 제 눈에 미운 사람은 그것도 잘 안되더군요.
    마르코폴로
    \'정철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니었다. 그는 민첩하고 부지런했다. 그는 농사를 짓는 농부처럼 근면히 살육했다. 살육의 틈틈이, 그는 도가풍의 은일과 고독을 수다스럽게 고백하는 글을 짓기를 좋아했다. 그의 글은 허무했고 요염했다.\' 칼의 노래 속 정철에 대한 묘사가 생각나네요. 흐흐흐
    어우 정철 장난 아니죠. 동인들 족치는 거 보면 그냥 도살자가 따로 없으니...
    예술의 가치는 주제가 아니라 주제가 표현하는 방식에 있지요. 개별 작품 역시 마찬가지고요. 정작 대단한 작품 중 주제만 놓고 볼 때 대단할 수 있는 작품은 거의 없습니다. [서구 회의주의 꺼지시고 그리스 정교회 만세]라는 수꼴 마인드에 위대함이 터럭만큼이라도 있나요? 하지만 이 수꼴 마인드가 소설 속에서 소설적으로 정당화되니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위대한 작품일 수 있는 거죠. 비교적 근작인 미셸 우옐벡의 소립자를 봐도 드러나고요. [발작적인 포스트모던, 더러운 동성... 더 보기
    예술의 가치는 주제가 아니라 주제가 표현하는 방식에 있지요. 개별 작품 역시 마찬가지고요. 정작 대단한 작품 중 주제만 놓고 볼 때 대단할 수 있는 작품은 거의 없습니다. [서구 회의주의 꺼지시고 그리스 정교회 만세]라는 수꼴 마인드에 위대함이 터럭만큼이라도 있나요? 하지만 이 수꼴 마인드가 소설 속에서 소설적으로 정당화되니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위대한 작품일 수 있는 거죠. 비교적 근작인 미셸 우옐벡의 소립자를 봐도 드러나고요. [발작적인 포스트모던, 더러운 동성애와 페미니즘 가운데 유럽 정신은 썩었으니 인류는 멸종하고 다른 종에게 지구를 넘겨주는 게 바람직할듯]. 화자가 욕 처먹기 딱 좋은 말이지만 이 발화가 소립자라는 방식으로 완성된다면 이야기는 아주 달라지죠. 아마 우옐벡도 주제 자체에는 별 관심이 없었을 거에요. 그 주제가 자신이 바라는대로 형상화될 때 비치는 어떤 심상이나 정서를 원했겠죠. 주제는 이를 위해 이용한 거나 다름없구요. 형식적으로 작품은 주제의 실현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작품을 위해 주제를 갖다쓰는 경우가 대부분일 겁니다. 소설의 결말을 쓰면서 바꾸었다는 작가들이 많은 것도, 작품에 있어 정작 관념적인 주제 자체는 결코 본질이 될 수 없음을 시사한다고 보고요.

    작품 속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나고 표현되는 주제조차 이러할진대, 작가 개인의 가치관이나 인생사라면 말할 것도 없지요. 개인의 인간됨을 바라보는 잣대와 그가 빚어낸 작품의 미의식을 평가하는 기준은 전혀 다른 곳에 있어야하며, (위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실제로 그러합니다. 간혹 바그너나 서정주와 같은 극단적인 사례가 논란되는 것뿐인데, 그조차 잘 알다시피 논란만 될 뿐입니다.
    기아트윈스
    좋은 댓글 잘 보았습니다.

    헌데, 주제 (혹은 소재) 자체가 작가 본인의 삶과 그 삶에 대한 해석, 포용, 승화 같은 것일 경우는 과연 분리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예컨대 박완서의 소설 들을 박완서 본인의 일생과 떨어 뜨려서 설명할 수 있을런지요.
    그... 전 \"주제조차도 그 관념 자체만으로는 작품에 대한 평가에 있어 본질적이지 않을텐데 하물며 작품에 극명하게 드러나지도 않는 작가의 일생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박완서 본인의 삶이 그 소설에 짙게 배어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 삶이 그러한 소설을 완성도 높게 만드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서요. 박완서와 비슷한 세대에 그녀와 같은 삶을 산 이가 박완서만은 아니겠지만, 그들 모두가 박완서와 같은 소설을 쓰지는 않죠. 그녀의 삶이 그녀로 하여금 그러한 주제에 인력을 느끼게 했을 수는 있지만, 그것이 작품 평가의 영역에서 얼마나 비중을 차지해야하느냐는 의문입니다.
    절름발이이리
    전분리
    문제가 되는 게 작품을 바라보는 개인/독자/청자/평자의 가치관이라면, 다음 영역에서는 그 각각의 가치관을 평가의 잣대 위에 올려놓아야겠지요. 과연 그 가치관이란 게 어느 정도의 타당성과 내적 일관성 갖추며, 현상의 많은 부분을 비출 수 있느냐. 이것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만족되어야 제대로 된 심미관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평자가 언제나 속편히 평자의 자리에만 설 수 있는 게 아니죠. 자신의 기준이 진정 기준이 되고자한다면 타인을 설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얻어야할 겁니다. 이를 포기한다면? 자신을 설득하기에도 부족한 개인의 \'호... 더 보기
    문제가 되는 게 작품을 바라보는 개인/독자/청자/평자의 가치관이라면, 다음 영역에서는 그 각각의 가치관을 평가의 잣대 위에 올려놓아야겠지요. 과연 그 가치관이란 게 어느 정도의 타당성과 내적 일관성 갖추며, 현상의 많은 부분을 비출 수 있느냐. 이것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만족되어야 제대로 된 심미관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평자가 언제나 속편히 평자의 자리에만 설 수 있는 게 아니죠. 자신의 기준이 진정 기준이 되고자한다면 타인을 설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얻어야할 겁니다. 이를 포기한다면? 자신을 설득하기에도 부족한 개인의 \'호불호\'에 그칠 뿐이고요. \'호불호\'가 타인의 가치관과 쟁론하는 영역에서 존중받기는 매우 어렵겠죠. 그리고... 이러한 쟁론의 영역과, 그 영역에서 각각이 투쟁하며 일궈낸 결과물이 오늘날의 미학일 것이고요(물론 정작 그 영역에서는, 어쩌면 당연하게도, 이러한 윤리의식과 미의식 사이의 대립은 이제 아무 의미값도 지니지 못합니다만)
    문학은 주제가 핵심이라고 생각했던지라 굉장히 놀라운 댓글인 한편 제가 읽어봤던 소설들 되짚어보니 어느 정도 이해가 갈 거 같기도 하고 그렇네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키치 어쩌고 힘 빡 주면서 \'저거 설명하려고 글 쓰는구나\' 했지만 정작 저는 그건 잘 이해도 못하겠고 단순히 서사만으로 즐겁게 읽었거든요. 당연히 작가와 작품이 이어지고 작품에 작가의 사고가 투영된다고 생각했던지라 뤼야님이나 팟저님의 댓글이 많은 걸 생각해보게 하네요.
    王天君
    이게 명확히 큰 틀에서 구분한다/구분하지 않는다로 나누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안의 경중, 창작자의 인격적 면모와 상관없이 제 자신의 지극히 주관적인 호불호 미터 아래서 적용되는 경우가 많더군요. 같은 성범죄자라 할 지라도 (작품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저는 이수의 노래는 좋아하지만 고영욱의 노래는 듣기만 해도 소름이 끼칩니다. 마누라를 속여서 바람핀 이병헌은 연기에 몰입하기 정말 힘들지만 마누라를 두들겨팼던 숀 펜의 연기는 그냥 저냥 감상하죠. 표절을 한 걸 알면서도 어떤 가수의 노래는 아직도 좋은 반면 어떤 가수 노래는 짜게 식을 때도 있고....
    기대치나 평소의 인식이 오히려 더 큰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카라숏
    실제로 이미 대부분 분리하여 즐기고 있지 않나요. 언뜻 떠오르는 것만 해도 표절을 즐겼다는 헨델이나 미성년자 강간의 로만 폴란스키에 극우에 빠져 쿠데타 선동하는 정신나간 소리 하다 자살한 미시마 유키오도 있고 일일히 열거가 어려울 만큼 많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작품들이 평가 받지 못하는 건 아니니까요. 전 완전히 분리해서 생각합니다.
    뷰코크
    가끔 작품을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들이 작품을 까내리기 위한 수단으로 작가를 까지 않나..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스스로도 그냥저냥 보던 작품은 작가가 이상하다면 안 보게 되는데
    진짜 재미있게 보던 작품은 작가가 어떻다든 보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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