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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11/10 01:12:51
Name   温泉卵
Subject   이 시국에 올리는 고토치라멘 이야기 - 2
저번에는 홋카이도 + 토호쿠  + 칸토의 고토치라멘 얘기를 썼는데 일부러 도쿄는 빼놨거든요. 도쿄는 수도인 만큼 지역 특색을 살리는 고토치라멘이라기보다 새로 등장한 라멘의 아류, 아니면 이런저런 '유파'를 다루는 게 맞아보이는데(오리지널 도쿄 라멘은 이제 찾기도 힘든 지경이고), 뭐 일본 위키 봐도 그냥 고토치라멘으로 분류해두는 것들도 있어서 그냥 시리즈물의 하나로 넣어서 쓸까 합니다.


하치오지라멘 (하치오지시)
그나마 도쿄에서 고토치라멘이라고 부를 만한 게 이 하치오지라멘인데, 쇼유라멘에다가 다진 양파를 고명으로 쓰는 게 특징입니다. 뭐 TV 같은 데서 종종 도쿄의 고토치라멘으로 소개되곤 하는데 이거 먹어봤다는 사람 아직 한 번도 못 봐서 진짜 그리 대단한가 싶긴 합니다. 저도 아직 안 먹어봤어요. 덧붙여 원조는 하츠후지(初富士)라고 하는데, 여긴 타베로그 점수가 무려 3.02에 불과합니다.


히가시이케부쿠로 타이쇼켄
츠케멘은 라멘의 일종인데 스프에 말아먹는 대신, 찍어먹는 라멘이란 의미입니다. 저는 그냥 푹 담가서 먹긴 하는데 하여간 뜨겁지 않아서 여름에 먹기 좋고, 국물 안 마시니까 그 대신 면을 엄청나게 많이 주는 게 원칙이라 살찌기배부르게 먹기 좋죠. 사실 소바 먹는 것처럼 뜨거운 물이나 면 삶은 물 같은 거 스프에 부어서 먹는 경우도 많은데 아무튼 면 많이 줍니다. 일반적으로 이 츠케멘의 원조로 여겨지는 게 히가시이케부쿠로 타이쇼켄(東池袋 大勝軒)의 모리소바입니다. 이 가게의 창업주인 故야마기시 카즈오가 츠케멘의 창시자로 대접받다보니 야마기시가 젊은 시절에 수련했던 오기쿠보의 마루쵸(丸長)나 처음으로 점장을 맡았던 나카노의 타이쇼켄이 진짜 원조 아니냐고 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그래도 일반적으로는 여기를 원조로 간주합니다. 야마기시 사후 제자들끼리 다툼이 있어서 유파가 갈라지기도 했고, 독자적으로 발전한 뛰어난 츠케멘 가게들이 등장하면서 원조라는 상징성 말고는 큰 메리트가 없는 느낌이긴 합니다만...



아부라소바
이것도 라멘의 일종인데 면에다가 달걀, 파, 김, 멘마 같은 고명을 얹어주되 스프는 따로 붓지 않습니다. 이름처럼 기름(아부라), 보통 라유를 부어서 비벼먹습니다. 그러니까 국물 없는 비빔라멘인 거죠. 이것도 나름 조합따라 맛이 다르다보니 가게에 따라 편차가 꽤 큽니다. 몇 년 전부터 크게 유행했던 타이완 마제소바도 이 아부라소바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건 나중에 따로 적는 걸로. 아부라소바의 원조는 아지아대학 근처의 친친테이(珍々亭)라는 설과 히토츠바시대학 근처의 산코(三幸)라는 설이 있는데, 현재 평판은 친친테이 쪽이 더 좋은 듯 합니다.


아오바계
츄카소바 아오바(中華そば青葉)라는 가게에서 20년하고 좀 더 전에 시작한 라멘으로 비교적 역사는 짧은 편이지만 도쿄를 중심으로 관동지방에 퍼져있는 유파입니다. 닭 부속물로 깔끔하게 우려낸 게 특징인 도쿄라멘과, 돈코츠로 찐하게 우려낸 큐슈라멘을 섞고, 독자개발한 면을 사용합니다. 뭐 어쨌든 라멘은 라멘인지라 딱히 할 말이 더 없군요.


오기쿠보 라멘
스기나미구의 오기쿠보는 라멘 격전구로 알려져있는데, 그 오기쿠보 라멘들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가게가 하루키야(春木屋)입니다. 현재 도쿄의 츄카소바 하면 떠올리는 라멘의 형태는 이 오기쿠보 라멘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담으로 현재 하루키야에서는 완탄멘을 주력으로 내거는 거 같은데 뭐 굳이 비싼 돈 주고 그렇게 먹을 필요는 없는 듯 합니다.


에이후쿠쵸 타이쇼켄
도쿄에 유명한 타이쇼켄 일파가 3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위에서 언급한 츠케멘의 히가시이케부쿠로 타이쇼켄, 다른 하나는 도쿄에서 가장 오래된 유파 중 하나인 닝교쵸 타이쇼켄(현재 본점은 업종을 카페로 바꿔버렸고, 계열 가게들이 카야바쵸라든지 근처 골목골목에서 명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이 이 에이후쿠쵸 타이쇼켄입니다. 지름이 25cm라든가 무지막지하게 큰 그릇에 엄청난 양의 라멘이 담겨 나오고, 돈코츠와 니보시를 섞어 기름지다못해 느글거리는 스프가 특징입니다. 그래서 저는 챠슈멘보다 그냥 오리지널이 더 나았어요.


탄탄테이계
스기나미구 하마다야마에 위치한 탄탄테이(たんたん亭)라는 가게를 본점으로 하는 유파입니다. 이 가게는 완탄멘이 유명한데... 솔직히 개인적으론 완탄은 뭐가 맛있다는 건지 잘 모르겠고 그냥 오리지널 라멘인 시나소바가 맛으로 보나 가성비로 보나 그냥 제일 나은 느낌...


간코계
요츠야산쵸메의 가게(一条流がんこラーメン総本家)에서 출발한 유파로 역사는 35년 좀 넘었으니 중견급은 되는 거 같네요. 여기 가장 큰 특징은 규코츠, 그러니까 소뼈로 우려낸 국물이라는 점이고, 고명이라든지 면도 나름 특색이 있는 편입니다. 근데 여기 계열점 엄청 많았는데 대부분 폐업하거나 독립해나간 것으로...


그 외에 유파 몇 개 더 있는데 다들 요새 영 힘을 못 쓰는 거 같아서 생략. 한편 현재도 잘 나가는 유파로 국내에도 꽤나 알려진 지로계가 있는데 이건 아예 꺼무위키에 별도 항목이 있으니까 그거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6


    자공진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번에도 스크랩해 갑니다. 언제 또 도쿄 가서 저런 거 먹어보나...
    温泉卵
    비행기 쌀 때 다녀가시져 ㅎㅎ
    the hive
    삼겹살에 양파라..상추를 넣어도 괜찮으려나요
    温泉卵
    상추 꼬다리라면 아삭아삭한 식감이 있으니까 가능...할라나요...?
    그런데
    이 분은 라면 먹기 위해 일본에 계시는 거였음.
    1
    温泉卵
    사실 라멘보다 카레를 더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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