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04/26 19:22:02
Name   뜻밖의
Subject   젠더 이슈를 어떤 관점에서 이야기 하는가
얼마 전부터 홍차넷에 들어오는 빈도가 줄어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일부러 들어오지 않았었습니다. 썩 기분이 좋지 않은 일이 있었고, 아무래도 그런 상태에서 활동하면 어떤 발언을 하게 될지 알 수 없으니까요.

기본적으로 저는 커뮤니티를 하면서 제 생각을 많이 드러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주변인에 비해 평균적이지 않은 생각을 가졌던 경험 때문에 그러할 수도 있겠고,
특정 이슈에 대해서는 대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얼마나 저와 반대편에 있는지 익히 알고 있기에 그러합니다.
대체로 커뮤니티에서 다수의 의견 흐름과 다를 경우, 공격적이든 아니든 긍정적인 반응을 얻기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특정 저와 비슷한(?) 의견을 갖고 있는 다른 사람들도 모두 해당 이슈에 대해 조심하고 있다는 것도 제겐 보였습니다.
그러던 중, 새로운 공지가 올라왔습니다. 일단 불편하면 운영진에게 알려라. 직접 대응하는 것보다는 신고를 해라.

처음에는 어떤 대응을 기대하지 않고 신고했습니다. 커뮤니티 내에 이런 의견도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였습니다.
그러다가 의도치 않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제 닉네임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제 앞에서 저의 행동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상황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제 닉네임이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거기서 어떤 얘기를 하는 것도 이상하고, 그렇다고 저에게(?) 쓰여진 글을 제가 안보는 것도 이상한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댓글을 추천하는 것도 아니고, 같이 웃는 것도 아니고, 여여도 있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남는 것은 여성혐오에 대항하는 사람들에 대한 조롱인 것 같습니다. 이 글 어디에서 여성혐오와 관련지을 사항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님이 개인적으로 페미니스트를 혐오하신다면, 그것은 개인의 선택입니다. 그러나 홍차넷의 몇 안되는 규칙 중 하나인 혐오에 대한 규칙도 있는데, **께서 굳이 그것을 댓글로 드러내시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

물론 비난의 대상은 비논리적이고 극단적인 행동입니다.
1) 그런데, 관점 자체가 다른 경우에는 '논리성, 극단성'이 상대적이라는 것입니다.
2) 메갈의 미러링 대상도 비논리적이고 극단적인 행동이었습니다.
메갈의 미러링이 그 원인이 어쨌든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라고 규정한다면,
거꾸로 타인의 행동을 상징화하여 드립치는 것은 뒤돌아봐야 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페미니즘은 남성뿐만 여성 사이에서도 주류가 아닙니다. 마치 어린 세대가 좀 더 진보주의에 가깝지만, 진보주의가 주류는 아닌 것처럼 말이지요.
나이대가 어리고 여초인 사이트들이 메갈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는 남성들의 이야기는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의 뜻은 여성들은 젊은 여초 사이트가 아닌 이상,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메갈과 비슷하고 안하고를 떠나서, 어찌되었든 남성들이 공감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많다는 것이지요.)

여초를 제외한 사이트를 살펴보면, 남성들에 의해 여성을 대상으로 유머 소재 삼고 비하하는 이야기는 많이 나오는데,
여기서 여성들은 선택을 해야 합니다.
같이 웃어 넘기고 남성을 대상으로 비슷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하거나,
그것에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예민하다고 여겨지거나, 아니면 거슬려도 얘기를 안하고 삭히든가..
그런데 두번째 혹은 세번째에 해당하게 되면 자신의 이야기의 상당수는 할 수 없는 이야기에 속하게 됩니다.
어차피 공감을 얻을 수도, 이해를 받을 수도 없으니까요.

여타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슈와 마찬가지로 젠더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얼마나 편한가는 [어느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한 쪽 성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편하다는 것은, 거꾸로 다른 성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내가 보기엔 우리 모두 편하게 얘기하고 있는데, 쟤들 왜 저럼?" 이라고 생각이 든다면,
대체로 자신과 관점이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 편하게 얘기를 하고 있고,
그와 첨예한 대립점에 있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입을 다물고 있었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이슈(사회가 불균형한 관점을 갖는 이슈)에 대해 균형잡힌 관점을 처음부터 커뮤니티가 갖고 있기는 어렵습니다. (불가능에 가깝지요. 사실 ㅎㅎ)
균형잡힌 관점을 가지려면, 표현되지 않고 있는 관점에 대해 많이 노출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그걸 누가 노출시키는가? 그러한 관점을 갖고 있는 이들이 입을 여는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처음에는 상처를 받겠죠.
'네 시각은 좀 편협한 것 같아,' '네 말은 비논리적인 것 같아,' 등등 다른 관점의 사람들은 자꾸 그렇게 얘기할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대체적으로 표현되지 않는 입장과 관점을 갖는 사람들이 그 이슈에 관심이 있고, 나머지는 관심이 그만큼 덜하기 때문에,
경험적 지식과 통찰의 크기에서 상대적 차이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경험적 지식과 통찰은 대체로 직관성과 관련이 크기 때문에 타인에게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적어도 처음에는요. 결국 계속해서 부딪혀서 생각해보고 조금 설명해보고 수정해서 다시 설명해보고.. 이런 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이슈에 대해 좀 더 쉽게 표현할 수 있는 관점을 갖고 있는 분들도 역할이 있습니다.
가능하면 비아냥이나 조소는 피해주세요. 상대방이 말도 이기적인 얘기를 하는 것 같아서 좋은 말을 못할 것 같으면, 일단 읽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대개 표현이 적은 관점을 가진 사람들은 글을 쓰고도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조금 관대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으면, 그때는 구체적으로 질문을 해주세요.
구체적인 질문이 서로의 토론을 좀 더 편하게 합니다.

결국 커뮤니티가 양 쪽의 관점을 포용하려면, 양쪽 모두 노력하는 수 밖에 없고, 모두 답답함이 있더라도 천천히 나아가는 수 밖에 없습니다.



4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982 일상/생각(+정보 추가) 문과/이과의 구분과 2018 문/이과 통합 30 벤젠 C6H6 17/07/20 6192 0
    5981 일상/생각멘하탄에서 보았던 예술작품 4 중식굳 17/07/20 4584 1
    5978 일상/생각페이코 좋당 'ㅇ'.. 7 Sereno설화 17/07/19 4289 0
    5973 일상/생각괜찮아. 스로틀은 살아 있으니까. 3 틸트 17/07/19 4266 16
    5970 일상/생각Contax S2_카메라 수리했습니다. 7 CONTAXS2 17/07/18 5306 2
    5963 일상/생각화랑곡공방 6 우리아버 17/07/17 5744 2
    5961 일상/생각수박이는 요새 무엇을 어떻게 먹었나 -19 25 수박이두통에게보린 17/07/17 6495 11
    5960 일상/생각10년만에 학회복귀 감상 8 집에가고파요 17/07/16 4621 3
    5955 일상/생각장마철 성가신 거미줄 6 우리아버 17/07/15 5264 4
    5949 일상/생각가난했던 젊은날 24 soul 17/07/14 5747 19
    5947 일상/생각고시낭인이라 욕하지마라. 17 tannenbaum 17/07/14 11199 19
    5943 일상/생각아마존에서 환불을 받으려 헤매인 후기 24 벤젠 C6H6 17/07/13 5685 5
    5939 일상/생각알바생과 근로기준법 이야기 14 tannenbaum 17/07/13 4851 8
    5937 일상/생각[잡설] 회사 생활에서 개인 생활은 어디까지 오픈해야 할 것인가 36 *alchemist* 17/07/13 6485 3
    5928 일상/생각호주섭에서 와우를 하다 들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험담 5 barable 17/07/11 6261 0
    5924 일상/생각뻘일기?! 10 우롱버블티 17/07/10 4556 15
    5921 일상/생각먹태기를 극복한 수박이는 요새 무엇을 어떻게 먹었나 -18 16 수박이두통에게보린 17/07/10 7798 12
    5920 일상/생각정보의 범람과 더 컨버세이션 프로젝트 2 Liebe 17/07/10 4251 2
    5909 일상/생각체육선생님 대처가 매우 놀랍네요 4 중식굳 17/07/07 4717 0
    5896 일상/생각군시절 2박 3일 제주도 여행기 4 tannenbaum 17/07/05 3975 3
    5891 일상/생각수박이는 요새 무엇을 어떻게 먹었나 -17 18 수박이두통에게보린 17/07/04 6528 6
    5884 일상/생각내가 만난 스승들 #3 - 너 내 반장이 돼라 11 SCV 17/07/03 5215 8
    5875 일상/생각'인생을 게임하듯이 사는 법' 그리고 어른 5 삼성갤육 17/07/02 5263 10
    5872 일상/생각지방 그리고 심혈관 질환 22 세상의빛 17/07/01 5984 1
    5868 일상/생각어릴때부터 항상 부러웠던 것들 3 피아니시모 17/06/30 4926 4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