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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2/03 18:47:13
Name   뜻밖의
Link #1   https://femiwiki.com/w/%EB%A9%94%EA%B0%88%EB%A6%AC%EC%95%84
Link #2   https://librewiki.net/wiki/%EB%A9%94%EA%B0%88%EB%A6%AC%EC%95%84
Subject   메갈리아와 페미니즘
현재 한국에서 대다수의 남성과 여성 사이에 남녀차별에 대해 느끼는 정도는 매우 다릅니다.
또한 페미니즘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대중 사이의 관점 차이도 큽니다.

요 며칠간 올라왔던 안티 페미니즘적 사건 (젠더 이퀄리즘 날조 사건)과 유수진씨 관련된 글을 보면서
페미니즘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글을 씁니다.

_______________

현재 20대의 여성은 그 이전의 여성보다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와 공평함이 깔린 문화에 노출된 정도가 훨씬 큽니다.

그런데 한국은 아직 안티 페미니즘이 주류입니다.
메갈이란 단어가 유행하기 전까지 유행했던 단어들인 꼴페미, 페미나치는 일반적인 페미니즘 운동마저도 혐오하는 사회를 그대로 드러냅니다.
사회적으로 여성 비하나 혐오, 여성 대상 범죄가 만연함에도 여전히 이것을 문제시하지 않으며
오히려 이러한 문제를 계속해서 지적하는 페미니스트들을 혐오하는 사회 분위기는 지속됩니다.

이러한 한국 사회에서 이미 머리는 커버린 20대 이하의 여성들의 불안과 불만은 상상 못할만큼 컸겠죠.
결국 안티 페미니즘적인 시류와 이 여성들의 불만으로 탄생한 것이 메갈리아라고 여겨집니다.

지금 인터넷에서 또는 사회에서 그들이 쉽게 웃고 넘기는 이야기들이 여성혐오인지, 여성비하인지 어떻게 보여줄까요?
이 비하와 혐오라는 것이 문화 속에서 이미 뿌리를 내렸을 때는 비하와 혐오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이야기의 등장 인물의 성별을 바꾸어 남성 혐오적인 이야기]임을 보여주면 어떨까?
그 이야기가 남성 혐오적이라면 인터넷에서 아무렇지 않게 떠도는 [원작 이야기가 실은 여성 혐오적]이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이것이 메갈리아의 활동 중 가장 인터넷에 흔히 회자되는 '미러링'이라는 기법입니다.

메갈리아는 이러한 미러링 외에도 페미니즘적인 역사에서 의미있는 활동들을 꾸준히 했었습니다. (https://femiwiki.com/w/%EB%A9%94%EA%B0%88%EB%A6%AC%EC%95%84)

2000년대 굉장히 유행했던 소라넷이나 지금까지도 있는 몰카 등에 대한 운동도 그랬으며
남성잡지 맥심의 표지에 항의하여 그들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등 행동하는 페미니스트로 자리매김했었습니다.

물론 그들에게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들의 분노가 이러한 가시적인 성과로 드러날 정도로 행동하게 만들었다면, 그 분노는 쨈 뚜껑을 닫듯 쉽게 닫힐 수 있는 정도가 아닐 겁니다.
그러한 분노는 그들이 '혐오와 비하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하는 사람들을 교육하기 위해 고안한 방식인' 미러링이었던 것들 속에
스스로가 빠져들도록 만들었을 겁니다. (단,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이, 인터넷에 회자되듯 그들이 실제로 원작 이야기처럼 특정 행동을 하고 그것을 이야기로 바꾼 것은 아닙니다. 즉 원작 이야기에서 실질적으로 자기 여동생을 성추행하는 것을 몰카로 인증샷을 올렸다면, 여기서는 이야기만 사실처럼 하는 것이지요.)

지금도 메갈리아 홈페이지를 가면 왼쪽에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나 혐오, 비하, 문제에 대한 기사 리스트가 있습니다.
제목만 봐도 이런 글만 읽고 있으면 제정신으로 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운동에 대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스스로를 매몰시켜간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한 전체적인 흐름에서 보면 메갈리아는 엄연히 페미니즘 운동의 하나입니다.
어떠한 운동도 완벽할 수 없다는 것과 그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모두 같은 생각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메갈리아 운동은 그 자체가 문제점이라기보다는 그 운동을 하면서 생기는 문제점을 수정해나가면서 하는 것이 옳습니다.
실질적으로 메갈리아 사이트의 문제점을 수정하며 사람들은 다른 커뮤니티로 분화해 나갔습니다.
분화하면서 메갈리아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경우도 있죠.

그래서 김자연 성우 사건 때도 수많은 지식인, 문화인들이 김자연 성우를 옹호한 것입니다.
유수진씨가 메갈 선언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 봅니다.

메갈리아 사이트나 운동에 문제점이 없거나 그것을 덮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갈리아 운동이 페미니즘 운동에 기여한 것은 인정해줘야 한다는 것이죠.


결국은 우리 사회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운동을 어떻게 볼 것이냐와 관련이 깊습니다.
문화속에 뿌리깊게 자리한 편견 속에서 약자가 기득권자에게 그것을 어떻게 알리며,
그 과정에서 생기는 분노는 어디까지 표출을 허용할 것인가,
그것을 보는 사회는 [그들이 가리키는 달을 봐야 할 것인가 아니면 그들의 더러운 손가락을 잘라내야 할 것인가]의 기로에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더러운 손가락을 잘라내자, 그래야 달도 볼 수 있을 것 아닌가가 대중의 우세한 의견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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