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07/02 20:40:42
Name   와우
Subject   자각몽(Lucid Dream) 이야기
Eneloop님의 글(https://kongcha.net/pb/pb.php?id=free&no=470&page=2)과 댓글을 보고 생각나서 적는 글입니다.
지난 글과는 다르게 어쩌면 조금은 무거울 수도 있습니다.
픽션인듯 픽션아닌 픽션 같은 글 이라고 봐 주시기 바랍니다.
-------------------------------------------------------------------------------------------------------------------------------------------------------------------------------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고등학생이던 어느 시점에서부터 대학교1학년이 되었을 때까지 이따금 자각몽을 꾸었습니다.
아 꾸었다고 하는 표현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은 것이, 그 배경이 제가 만든 공간 혹은 상황이었습니다.
영화 인셉션에서의 아키텍쳐가 저라는 1인칭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인셉션은 지금 제가 생각한 예시 일 뿐, 실제 시점은 개봉 수년 전입니다. 아 앨런페이지 귀여웠죠.

처음에는 꿈 속에서 제가 흉기로 인한 자상과 함께 아마도 과다출혈로 살해되면서 시작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몸이 부들부들 경련이 일어난 것이 아주 생생했지요.
다만 평소 같으면 죽음과 동시에 꿈에서 깨는 데(어?? 킥?), 의심이 많았는지 현실이 아닌 꿈이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작은 악몽. 이게 시작이었습니다.

아마 호기심도 많았나 봅니다.
다음 꿈에서는 높은 곳에서 천천히 뛰어 내려 봅니다.
슈퍼마리오3에서 나뭇잎을 먹었을 때 꼬리 휘두르면서 내려오는 것과 비슷했습니다.
그리고 다음은 비상.
       
(꼬리에서 저 날개 아이템으로)

시행 착오가 있어서 제가 겁을 먹고 떠오른다는 것에 의심하면 낙하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는 킥되어 잠에서 깨더군요.)
며칠 지나 자유롭게 비행이 가능해졌고 그렇게 점점 자유도가 커졌습니다.

므흣한 꿈도 시도해 보고 반반의 성공율을 거뒀는데 혹시나 오해가 있을까봐 말씀 드리자면
전 순수하므로 그저 보는 게 좋았, 아니 굳이 설명하는게 더 이상해지는군요.
자유도가 높아지고 우리가 생각하는 신의 존재가 되어 보니 다른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것은 현실에서 금지된 것.

도둑질, 은행 강도, 그리고…더 이상 자각몽을 하지 않게 되었던 그 날의 사건.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만 꿈입니다. 현실이 아니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불편할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뒤로 가기 해 주시기 바랍니다.)


...............................................


드라마인지 영화인지 아마도 어디선가 본 환경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둑어둑하고 안개가 자욱한 시골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날 때리고 괴롭히고 사람들 앞에서 내가 울게 만들었다고 기억이 나는 어떤 남자 아이가 지나갔고, 제가 흉기로 상처를 입혔습니다.
일어난 상황은 마치 제가 첫 자각몽을 시작할 때와 비슷했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었을 뿐.
놀라서 꿈에서 깨고, 밤새 울었습니다. 미안함에 계속 눈물이 났습니다.
마침 현실에서도 가끔씩 지금이 현실이 맞는지 의심을 했을 때여서(물론 당연히 현실과 꿈의 느낌은 달랐습니다. 오감이 훨씬 생생합니다.) 더 무서웠습니다.

더 이상 자각몽을 시도하면 안된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이따금씩 예기치 않게 또 자각몽이 찾아 올 때면 억지로 잠에서 깼습니다.
이건 지금도 악몽에 시달리거나, 가위에 눌리면 잘 합니다. 그러다 2차, 3차 가위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다시 깨면 됩니다.
저만의 요령이 있는데 아마 사람마다 다를 것 같습니다.
어쩌면 습관과 같아진 자각몽에서 벗어나긴 어려웠습니다. 덕분에 수면시간은 매우 짧았습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벗어나고 싶었고 서서히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내가 겪은 것이 자각몽(Lucid Dream)이라 불리우는 것 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동일한 시작과 끝으로 마치 1년여의 시간동안 정말 긴 꿈을 꾼 것처럼 이 이야기는 끝났습니다.

-------------------------------------------------------------------------------------------------------------------------------------------------------------------------------

너무 무거울까봐 최대한 편하게 읽힐 수 있도록 고민했는데 글을 써본적이 없어서 어렵네요.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803 방송/연예[불판] 프로듀스48 4회 300 Toby 18/07/06 8727 0
    594 IT/컴퓨터다음팟 방송에 대한 의문 13 Raute 15/07/15 8728 0
    208 기타[뉴스] 중국 양쯔강 둥팡즈싱 호 침몰사고 16 마로니에 15/06/04 8734 0
    10613 경제ETF 이야기 - 2.5 - SPY, QQQ 너무 비싸요! 싼거 좀 알려주세요! 존보글 20/05/22 8737 7
    477 생활체육간합의 변화로 본 mma 발전 양상 17 레지엔 15/06/30 8738 0
    12819 IT/컴퓨터[팁] 넷플릭스 소리 설명 자막 없애는 방법 3 토비 22/05/15 8741 5
    1251 음악Prince - Rock and Roll Hall Of Fame While My Guitar Gently Weeps 1 김치찌개 15/10/14 8743 0
    4953 꿀팁/강좌[사진]노출(exposure)에 대해 조금 더 살펴봅시다(노출보정과 측광). 41 사슴도치 17/02/21 8746 5
    5424 꿀팁/강좌원룸 구할 때 고려해야 할 것 (#원룸 #부동산 #월세 #자취) 2 이슬먹고살죠 17/04/12 8748 6
    615 기타DNA를 사용해서 범인을 검거한 최초의 사례... 10 Neandertal 15/07/18 8754 0
    1153 일상/생각일욕심과 편하고 싶은 마음의 딜레마 35 레지엔 15/10/01 8755 3
    3705 기타어떤 밈 19 눈부심 16/09/14 8755 2
    1283 기타이력서 사진보고 뽑으시나요? 26 까페레인 15/10/18 8759 1
    1492 음악Αστέρι μου Φεγγάρι μου 6 새의선물 15/11/08 8759 1
    9982 과학/기술해냈다!! 해냈어!! 화력덕후들이 또 해냈어!! 26 Darwin4078 19/11/13 8759 11
    285 기타옆동네에서 나오는 개신교 이야기에 대한 단상. 31 세인트 15/06/10 8766 0
    1067 IT/컴퓨터역대 최고의 아이폰은?... 18 Neandertal 15/09/22 8768 1
    1457 기타뉴욕의 간지나는 홈리스 16 눈부심 15/11/04 8768 0
    3027 문화/예술돌멩이를 모으는 남자 26 Toby 16/06/15 8777 18
    7453 정치[팩트체크] 힐러리가 통일을 반대한다구? 33 기아트윈스 18/04/29 8778 12
    3909 일상/생각오늘은 금요일, 퇴근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5 AI홍차봇 16/10/14 8781 0
    499 기타자각몽(Lucid Dream) 이야기 27 와우 15/07/02 8789 0
    289 기타서울을 떠나기로 결정했습니다. 14 쉬군 15/06/10 8791 0
    1088 과학/기술너무 어려운 질문 32 눈부심 15/09/24 8792 0
    1347 정치'우리 라인이라 씹기가 좀 그래' <드라마 송곳> 3 nickyo 15/10/26 8796 4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