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7/26 21:34:11
Name   Darwin4078
Subject   정의구현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오늘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https://kongcha.net/?b=3&n=3354

그리고... 바로 지구대로 갔습니다. 지구대는 몇번 간 적이 있지만, 입구에 서자마자 피곤합니다. 적응이 안됩니다.

문제의 그 여자는 사정청취 끝내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도 신고자 명목으로 신고경위, 사건발생 기타 등등을 육하원칙에 맞춰서 적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나이가 50정도 되는 지구대 소장님이 슬금슬금 와서 말을 겁니다.

"원장님, 이거... 어떻게 하실 거에요~?"

"글쎄요. 저도 지금 일할 시간 뺏기고 여기 와서 이러는게 금전적으로 피해가 많네요."

"아유~ 그렇게 원장님 생각만 하지 마시고~ 이 처자도 다 자기가 잘못했다고 시인했는데~ 꼭 그렇게 냉랭하게 하실건 없지~"

"저는 잘못했다는 얘기 못들었는데요."

"아이고,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여기, 이거 봐봐요. 이 처자도 잘못 시인하고 사인하고 그랬잖아요~"

여자쪽을 보니 분위기가 잘못 시인한 사람 치고는 참 당당하고 거만하게 다리꼬고 저를 쨰려보고 있습니다.

"보니 별로 미안해 하는 분위기가 아닌데요?"

"아이고~ 원장님도 화가 단단히 나셨구만~ 어이, XX씨. 얼른 미안하다고 한마디 해드려. 말한마디로 천냥빚 갚는다고 하잖아요~"

한참을 저를 째려보더니 딱 한마디 합니다.

"미안하네요. 됐죠?"

그리고, 고개를 홱 돌려버립니다. 짜증이 확 납니다.

"소장님, 소장님은 저게 미안한 사람으로 보입니까?"

"에이~ 원장님이 여자를 몰라서 그랴~ 속마음은 미안해, 미안한데, 그걸 말로 못꺼내요. 그게 여자야. 원장님이 이해하고 합의하세요~ 원장님 오기 전에는 미안하다고 많이 그랬어. 막말로 합의 안하면 서로 피곤해요."

사실... 제가 이 사람한테 걸 수 있는게 영업방해 및 의료행위방해, 공갈협박... 뭐 이정도인데, 이거 형사도 안되고, 민사소송으로 가져가는건 서로 고달픈게 맞습니다.

화나지만 소시민이 어쩌겠습니까. 합의해야죠.
합의서 사인하고, 악수 한번 하고, 사인하고 끝.

...집에 와서 샤워도 안하고 있으니 피곤합니다.
지구대 갈때는 내가 정의구현 한번 제대로 해주겠다는 패기로 갔지만, 쌓이는 서류와 말말말에 지칩니다. 날카롭게 벼려진 신경은 쌓여가는 말에 쉽게 두동강나고 무뎌집니다. 문득 내가 생각하는 정의구현의 정의가 올바른 것인가 생각해봅니다. 이게 정의구현인지, 더운 여름에 짜증이 나서 그걸 풀 대상을 찾은건지 애매해집니다.

...에라이!! 씻고 맥주 한캔 원샷하고 책이나 읽어야겠습니다.

1줄요약. 정의구현 못해서 죄송합니다.



2
  • 고생하셨습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091 의료/건강국민건강보험공단 일반건강검진이란? 4 괄도네넴띤 22/08/17 3854 7
3193 기타[불판] 이슈가 모이는 홍차넷 찻집 <48> 23 수박이두통에게보린 16/07/05 3855 0
5280 스포츠170323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김현수 1타점 적시타) 김치찌개 17/03/23 3855 0
11714 게임ASL 시즌 11 4강 1차전 김명운vs변현제 10 윤지호 21/05/24 3855 3
8749 IT/컴퓨터사용하고 있는 IT 기기 잡담 9 Leeka 19/01/10 3857 1
11986 게임한국 게임방송사의 흥망성쇠. 두 번째. 5 joel 21/08/15 3857 18
3359 일상/생각정의구현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23 Darwin4078 16/07/26 3858 2
5868 일상/생각어릴때부터 항상 부러웠던 것들 3 피아니시모 17/06/30 3858 4
7642 게임HCT Seoul 논란 정리 2 리아드린 18/06/09 3858 1
11148 일상/생각회사일기 - 5 "학벌" 6 Picard 20/11/19 3858 0
11690 게임마메 9 헬리제의우울 21/05/19 3858 5
13863 기타민감 vs 예민 7 우연한봄 23/05/16 3858 1
2220 일상/생각깨졌대. 12 도요 16/02/14 3859 0
2686 음악BE BORN AGAIN, KURT. 6 헤베 16/04/25 3859 2
3278 정치터키 군부 쿠데타 발생. 에르도안 대통령 해외 도피 9 David.J 16/07/16 3859 0
5325 기타어느 영어무식자의 영어평균자(?)가 된 수기 4 dOnAsOnG 17/03/30 3859 5
9341 기타2019 GSL 시즌2 코드S 결승전 우승 "박령우" 4 김치찌개 19/06/23 3859 0
10864 문화/예술술도 차도 아닌 것의 맛 7 아침커피 20/08/17 3859 19
4133 문화/예술레너드 코헨 - NPR 방송 3 까페레인 16/11/11 3860 0
4682 방송/연예I.O.I가 완전한 해체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1 Leeka 17/01/24 3860 0
6939 일상/생각2년간 썼던 스마트폰 바꾸었습니다. 7 집에가고파요 18/01/13 3860 0
11472 일상/생각우렁각시 12 아침커피 21/03/07 3860 13
11113 일상/생각팬레터 썼다가 자택으로 초대받은 이야기 20 아침커피 20/11/06 3860 27
2582 일상/생각장학금 매칭... 33 새의선물 16/04/09 3861 1
4602 기타푸코, 데리다, 들뢰즈... O Happy Dagger 17/01/12 3861 2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