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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6/07/20 00:17:45 |
Name | 당근매니아 |
Subject | 메갈/일베 등의 옹호 발언을 이유로 하는 징계해고가 가능한가 |
뭐 시끌시끌한 사건 관련해서 저런 사생활 상의 문제 내지 사상의 문제를 가지고 기업이 불이익을 주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얘기가 많더군요. 그래서 판 깔린 참에 썰 좀 풀어 봅니다. 원래는 노동부가 근로자 탄압하는 내용들을 먼저 써볼까 했는데 마침 이게 터져서... /전제:계약의 종류 전제로 하고 들어갈 것은, 이후로 나오는 이야기는 기업과 근로계약 관계를 맺은 근로자에게 특별히 적용되는 법리라는 겁니다. 이번 사건과 같은 성우들의 계약은 프리랜서와 기업 간의 민법 상 도급계약 내지 고용계약으로 볼 수 있을 듯 한데, 이는 계약서 내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컨대 KBS 등 방송국에 아예 소속되어서 해당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는 등의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면 고용계약으로도 볼 수 있겠지만, 캐릭터 하나 녹음 분량 처리하고 끝내는 프리랜서 성우들의 경우에는 도급 계약으로 볼 여지가 클 겁니다. 여튼 간에 아주 나이브하게 구분하자면, 도급은 '일의 완성을 목표로 하고, 그 일을 수행하는 데에 있어서 독립성이 인정되는 형태의 노무 제공'이고, 고용은 '일의 완성을 목표로 하지 않고, 독립성 또한 인정되지 않아 사용자의 지휘명령을 받는 형태의 노무 제공'입니다. 이런 민법 상 고용관계는 다시 또 쪼개지는데, 근로기준법 상의 보호를 받는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가 그것입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학원 단과 선생, 학습지 교사, 레미콘 지입차주, 골프장 캐디 같은 이른바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그에 속하게 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뭐 또 다른 글을 파야 할 수준이라 이 정도로 넘어갈게요. 중요한 건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가 법에 의해 가장 빡시게 보호받고, 그 다음으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보호가 세고, 도급 계약의 경우엔 노동법 상 보호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노동법은 근로자가 사용자에 비해 실질적으로 권력 관계에서 열세에 있다는 걸 전제하고 그 균형을 맞추어주는 건데, 도급은 어찌되었건 동등한 관계로 치거든요. 그래서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가 사생활 문제에 있어서 보호를 받지 못하는 부분이라면, 이외의 카테고리에 속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똑같이 그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이 논의의 실익이 생기게 됩니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이번 사건과 같은 경우 프리랜서 성우의 계약이고, 그 형태를 볼 때 도급 계약으로 볼 여지가 매우 큽니다. 실제로 나딕과 넥슨, 해당 성우 간의 문제 해결 과정도 도급 계약 방식으로 이미 종결된 상태입니다. 때문에 근로기준법 상의 보호는 받기 어렵겠습니다만, 많은 분들이 이 문제를 '부당해고'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아서 아예 징계해고라고 깔고 이야기를 해보지요. 게임사에 직접 소속되어 있는 성우를 생각하시고 따라오시면 될 듯 합니다. ............................................... /징계해고의 정당성 문제 '징계해고'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징계'로서의 성질이고, 다른 하나는 '해고'라는 수단의 강도 문제입니다. '부당징계해고'라는 것은 '징계'로서 정당하지 못하였거나, '해고'가 정당하지 못한 경우 어느 한쪽에만 해당하더라도 해당하게 됩니다. 징계할 수 없는 사안에서 징계하였거나, 해고해서는 안되는 상황이었을 때 어느 쪽이든 상관 없이 부당해진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정당성을 요구하는 근거는 근로기준법 23조의 1항입니다. 내용을 따다 붙이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근로기준법 제23조(해고 등의 제한) ①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懲罰)(이하 "부당해고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한다. A. 징계의 정당성 여부 이 규정에 따라서 우선 징계가 정당하기 위해서는 그 사유가 정당하고, 절차가 정당하고, 수단이 정당해야 합니다. 이 중 '절차'는 징계위원회 같은 게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규정되어 있다면 그 절차를 온당하게 밟아야 함을 의미하고, 수단의 정당성은 문제가 된 사안에 비해 너무 과다하거나 다른 케이스에 비교해서 형평성이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는 걸 뜻하죠. 이 사안에서 절차의 문제는 딱히 생각해볼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건 일단 제하고 가지요. a. 징계 사유의 정당성 징계의 '사유' 측면에 있어서 이번 일의 문제는,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의해서 지게 되는 의무가 아닌 부분을 이유로 해서 징계하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점입니다. 근로계약을 체결함으로서 근로자는 근로 제공의 의무가 생기고, 사용자는 그 반대급부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주된 의무로서 발생하게 됩니다. 근데 여기에 더해서 몇가지 부수적인 의무가 생기게 되죠. 흔히 '신의칙 상의 의무' 등으로 뭉뚱그려 버리는데, 예컨대 근로자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든지 사용자의 재산에 고의로 피해를 입혀서는 안된다든지 하는 것들입니다. 이 사안에서 문제는 사생활 상의 문제 되는 행동으로 인해서 징계가 가능한가 하는 것이죠. 이에 대해 판례(2000두3689)의 입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원문을 긁은 건 아니고 이해하기 편하게 조금 가공을 했습니다. 1. 해당 비위행위가 직무의 내용과 관계가 있거나, 기업의 사회적 평가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경우 징계의 사유가 될 수 있다. 2. 상기 기업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끼칠 우려는 실제로 이어지지 않아도 무방하다. 3.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인지 여부는 당해 행위의 성격과 정상, 기업의 목적과 경영방침, 사업의 종류와 규모, 근로자의 지위 및 업무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시 말해 근로계약 관계가 지속되는 와중에 문제 행동을 했고, 그게 직무 내용과 관계가 있다면 징계의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기업의 사회적 평가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면 징계의 사유가 될 수 있고, 이 때 실제로 그러한 영향이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상관 없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피해의 실제 발생을 전제로 하지 않기 때문에 그 판단기준이 문제가 되고, 판례는 이에 따라 그 기준(3 부분)을 제시하게 되는 것이죠. 이 사건과 같은 일을 게임사 전속 성우가 저질렀다고 한다면 위와 같은 사안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징계가 가능한 사안인지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겁니다. 물론 이건 판사들의 몫이지, 시험준비나 깨작거리고 있는 제가 확언이나 단언을 내릴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요. 다만 지금 상황을 생각해보면 개인적으로는 징계 사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 쪽으로 기울긴 합니다. 당장 예약 손님이 떨어져 나가는 수준이라면 실제 피해가 발생하게 된 셈이니까요. 그 다음에 문제되는 것은 징계의 수단으로서 해고가 정당한가 하는 측면입니다. b. 징계 수단의 정당성 징계해고의 수단성에서 문제가 되는 건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형평성'과 '상당성'입니다. 비슷한 짓을 저지른 타인과 비교해 형평성이 있어야 하고, 해고까지 갈 사안이 아닌 걸로 해고 할 수 없다는 것이죠. 이 사안에서 형평성을 고려하기에는 비교 대상인 타근로자가 마땅치 않고, 따라서 상당성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남습니다. 징계해고의 상당성 판단에 있어서 판례(97누18189)는, 취업규칙 등에 징계해고사유가 명시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징계해고가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고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 유지하지 못할 정도의 사유가 근로자 귀책에 의해 발생하였을 것을 요구한다고 합니다. 이 기준이 애매모호하다보니 추가로 그 판단기준을 제시하게 되죠. 판례는 '사용자 사업의 목적과 성격, 사업장 여건, 근로자의 지위, 담당직무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기업 위계질서 문란의 위험성 등 영향과 과거 근무태도' 등을 종합해서 저 '고용관계 계속 불가능' 여부를 판단하라고 합니다. 이번 사안을 놓고 보라면 음... 글쎄요. 이게 해고까지 갈 수 있을 사안인지에 대해서는 잘 판단이 안 서네요. 공력이 딸려서 그렇습니다. B. 해고의 정당성 해고의 정당성에 문제 되는 것은 위에도 적었던 23조 1항의 '정당한 사유'가 있는가 문제와, 26조(해고예고)와 27조(서면통지) 문제입니다. 사유는 이미 위에서 이야기를 다 해서 더 할 이야기가 없습니다. 그래서 절차 이야기를 좀 하자면 여기에 해당되는 것이 바로 근로기준법 26조와 27조입니다. 26조는 해고 한달 전에 미리 예고해야 한다는 조항이고, 27조는 해고 통지를 서면으로 근로자에게 해야 한다는 내용이죠. 여기 대해서도 좀 시비 걸릴 건덕지들이 있어서, 징계해고를 하는데 문제가 된 취업규칙 조문만 띡 적어 보내고 하는 건 금지됩니다. 더불어서 27조 2항이 그런 서면통지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해고의 효력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죠. 왜냐면 저 서면통지를 강제하는 건 '사용자가 해고를 한번 더 숙고하게 하고, 근로자가 해고에 대응할 가이드 역할을 해주며, 나중에 분쟁 붙었을 때 사실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함'인 탓입니다. 때문에 꼭 지키고, 이걸 안 지키면 그 기간 동안 계속 월급 줘야 한다는 거죠. 실질적으로 일을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 기간 동안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해 근로 제공을 못한 것이니 임금 지급 의무는 발생해버립니다. 이게 대법원 판례까지 갔던 게 있는 거 보면, 그 사건에서 진 사용자는 아마 2~3년 치 연봉을 그대로 줘야 했겠지요. C. 취업 전 사유로 인한 징계 가능성 추가로 헷갈릴 수 있는 부분은 취업 전의 일을 이유로 징계가 가능한가 하는 부분일 겁니다. 이에 대해서 보통 문제가 되는 건 '취업 과정에서 비리를 저질렀거나', '입사지원서 등에 학력이나 경력을 허위로 기재한 경우'입니다. 아직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하지 않았고, 따라서 글 도입부에서 이야기했던 근로자의 사용자에 대한 부수적 의무(신의칙 상의 의무)가 발생하기 이전의 문제인데 이걸 가지고 징계가 가능하냐 하는 거죠. 각각 또 글 한편 쓸 분량의 이야기이긴 한데... 간단히 정리하자면 전자의 경우에 판례는 '비리에서 취업까지'를 하나의 행위로 보아서 취업 후에 이를 이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했고, 후자는 입사지원서가 가진 목적이 '근로자의 근로능력이나 기업에의 정착성' 등을 판단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취업규칙을 근거로 삼아 징계할 수 있다고 판시했었습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사실 실무적으로 어떤 경우에 많이 문제가 되었냐면, 다른 기업에서 노조 빡시게 했던 경력을 숨긴 경우 혹은 과거 운동권 학생들의 공장 등 위장취업 때 문제가 되었습니다. 과거 판례들 보면 완전 이런 노동운동에 대한 혐증을 엿볼 수 있는데-_-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까기로 할 게요. 간단히 원칙만 말하자면 일반적으로는 취업 전의 사유를 이유로 근로자를 징계할 수 없다는 겁니다. 지가 전과 적어내라고 한 적도 없이 뽑아서 잘 쓰다가 '엥? 너 취업 전에 음주운전한 적 있네?'라면서 해고를 한다든지, '님이 그 유명한 루저녀군요!' 내지 '너 예전에 일베했었구나!' 하면서 자를 수 없다는 겁니다.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한 이후의 문제인지, 그 이전의 문제인지는 이런 식으로 중요합니다. 아 그리고 취업 과정에서 사용자의 질문에 대해서는 진실을 말해야 하는 '진실고지의무'가 있지만, 법적으로 묻는 것이 금지된 것이나 부당한 질문을 받았을 때에 거기에 대해 거짓말을 하는 건 문제 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근로기준법 6조는 사용자가 성별, 국적, 사회적신분, 종교 등을 이유로 차별적인 대우를 하는 걸 금지하고 있습니다. 판례는 이때 '종교'를 협소한 의미의 종교가 아니라 '신념'을 뜻한다고 보고 있지요. 물론 그 신념이 법적인 보호 가치가 없는 반사회적인 것일 때에는 딱히 6조 상의 차별 대우 금지 의무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봐야할 겁니다. ............................................... /마무리 여튼 간에 뭐 이 정도 이야기입니다. 사건 터지고 댓글들 여기저기 폭발하는 걸 보다보니 공부 중이던 판례들도 생각나고 함 연습 삼아서 써보면 좋겠다 싶어서 써봤습니다. 결국 노무사나 변호사 시험 노동법 문제들이 이런 사례들 던져주고 정당한지 아닌지 썰풀어보세양~ 하는 식이거든요.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위에 설명한 내용은 어디까지나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한 경우'의 문제입니다. 이번 사건의 실제는 '도급 계약'으로 볼 여지가 훨씬 크고, 따라서 위 내용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근로계약관계에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하면 도급계약 형태에서는 당연히 보호 받지 못할 게 뻔하다 보니 설명충질을 좀 해보았던 거구요. 결론만 좀 정리를 해보자면, 1. 이 사안에서 만약 근로계약관계라고 가정했을 때 징계사유는 될 가능성이 높지만 해고까지 갈 지는 잘 모르겠다. 1-1 일반적인 경우로 논의의 범위를 넓힐 경우엔 사업의 종류나 그 직무 내용, 지위 등에 따라서 징계 가능성 역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2. 도급 관계에서는 만약 계약 해지한다고 해버려도 무방할 것이다. 3. 성우들의 녹음 계약의 경우엔 보통 일회적으로 발생한 뒤 녹음 종료와 동시에 도급 계약이 완료되어 버리기 때문에, 전속 계약 등을 특별히 맺은 게 아니라면 딱히 해지할 계약이나 법적 관계 자체가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가 되겠습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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