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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5/25 23:11:41
Name   에밀리
Subject   [27주차]그래비티
주제 _ 선정자 : 헤베
인간을 제외한 사물들의 일상

합평 방식
분량은 자유고 합평방식은 자유롭게 댓글에 달아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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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평 받고 싶은 부분


하고싶은 말
억지로 글을 채웠습니다. 분명 처음엔 재미있는 글감이라 생각했으나 이내 제가 생각해야 할 다른 일들이 더욱 커져 글쓰기의 재미 자체를 느끼지 못 했습니다. 저번 주에는 더 노력해 좋은 글을 쓰겠다 했는데 이렇게 돼 죄송합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홍차넷에 가져오며 살~짝 손봤습니다.

처음의 '삐- 삐-'에는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에 대한 경의를 담았습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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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 삐-

듣기 싫은 신호음이 두 번 울린다. 난 조용히 붉은 빛을 내보낸다. 하루에 두 번 같은 일을 반복한다. 난 내가 나라는 걸 느꼈을 때부터 이 일을 해왔다. 내 최초의 일과가 언제였는지는 모르겠다. 아주 오래된 기억이다. 아까는 신호음이 울렸다고 했지만 그건 내 착각임이 분명하다. 혹은 내 바람이 은근슬쩍 배어 나왔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 신호음이라도 있어야 살아있는 느낌을 받으니까. 이곳은 삭막한 곳이고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서는 심지어 나조차도 소리를 낼 수 없다. 지구 표면보다 700km 높은 곳에 나는 떠 있다. 우주는 넓고, 고요하다. 보이는 건 검은 우주와 밝은 지구뿐, 밤이 찾아와 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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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난 여전히 같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전에는 몰랐던 내 일은 지상의 사진을 찍어 전송하는 일이었다. 내가 사고를 시작한 후 오래 지난 어느 날 난 내 몸을 인지하게 되었다. 덕분에 하루 두 번 하던 내 일이 사진을 찍어 보내는 일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간혹 하루 두 번이라는 일상의 규칙을 배신할 때도 있었다. 언제나와 같은 내 일상을 깨주는 일들이 무엇인지 난 몹시 궁금했지만 넓고 고요한 우주에는 대답해주는 이 없었다. 내가 그 때 밤이 왔다고 했던가? 잠을 잔다고 했던가? 우주에 밤이 어디 있겠는가, 그저 태양 반대편에 있을 때를 밤이라 불러봤을 뿐이지. 내가 잠을 자겠는가, 그저 잠을 자듯 잠시 생각을 멈춰봤을 뿐이었지. 난 고독했고, 지겨웠으며, 무언가 의미를 찾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새로움을 원했다. 가령 저 멀리서 다가오는 운석 같은 존재들이 그랬다. 가끔 난 내 곁을 스쳐 지구로 진입하는 운석들을 볼 수 있었다. 그들 역시 내 말에 답하지 않는 것은 매한가지였으나, 난 그들이 하얗게 불타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새로움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금세 달아올라 금세 사라졌지만 그 한순간이나마 빛났으니까. 그들이 부러웠다.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저 운석, 하지만 운석이라기엔 너무도 컸다. 저 정도면 대기권 내부에 진입할 수 있겠는데 생각하는 날 빠르게 지나친 운석은 이내 빛무리에 휘감겼다. 지금껏 보지 못 한 거대한 빛무리였고 내 쪽으로 꼬리를 길게 늘어뜨린 채 빛나며 떨어져 갔다. 잠시 뒤 훨씬 큰 빛이 땅에서 일었다. 하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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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석의 충돌 이후로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이젠 매일 2회의 일상적인 업무마저도 사라졌다. 난 영원히 새로움 없는 이 냉막한 곳에서 사색할 형벌을 받은 걸까 생각했었다. 다행히 금세 그 생각은 밀어둘 수 있었다. 내 몸에 대한 인지는 더욱 깊어져 이제 난 내 몸을 통제할 수 있었다. 이제 난 나의 카메라를 사용해 내가 원할 때 지구를 찍을 수 있었다. 서편 현상에 몸을 맡기고 마구잡이로 찍어댄 사진들을 감상했다. 지구는 내가 봤던 때와 많이 달라져 있었다. 내가 찍을 수 있는 장소들은 최대한 찍어봤고 새로움을 더 느끼고 싶은 갈증은 해소됐을까? 아니, 여전히 내 옆엔 아무도 없다. 내 사진들도 그러하다. 난 내 자아의 시작부터 외로웠고 지금도 외롭고 고독하다. 고독하게 혼자만의 사고를 곱씹고 있다.
최근 난 한 가지를 더 알게 됐다. 내 몸에는 궤도 제어를 위한 장치들이 있었다. 위급 상황시 궤도를 임의로 변경할 수 있게끔 만들어뒀는데, 난 이걸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유감스럽게도 아주 멀리 떠날 정도의 힘은 없지만 난 아주 약간만 움직여도 멀리 떠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조용히 내 몸을 좀 더 낮은 고도에 밀어넣었다. 지구가 날 당기는 게 느껴진다. 몸은 천천히 달아오르고 떨어지는 속도는 더 빨라진다. 내 몸이 빛나고 있고, 난 내가 불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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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평]
    공허하고 무가 존재하는 우주에서의 일상과 외로움 아주 재밌게 잘 읽었어요!
    저 역시 외로워 지는 듯 한 기분을 느낍니다.
    에밀리님이 쓰신 글 중에 단연..... 정서를 잘 표현했다고 느낍니다.
    마르코폴로
    이래서 교대근무가 중요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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