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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5/23 23:55:52
Name   Raute
Subject   하드코어 헨리 - 하드코어 영화로 만든 FPS
* 사실 이 영화는 스포를 하고 싶어도 할 게 없는 게... 영화의 스토리라는 게 딱히 없습니다. 너무 직선적이라서 앞으로 뭐가 나올지 눈에 훤히 보이는 데다가 너무 영화가 정신없이 지나가서 스토리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할까요. 까놓고 말해 너무 뻔하게 만든 영화고, 또 그걸 목적으로 한 영화라 스토리에 관해서는 썰 풀 게 딱히 없습니다.




이 영화의 의의는 FPS를 영화로 옮겨놨다는데 있습니다. 먼저 예고편을 보시죠.



보시다시피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1인칭으로 진행됩니다. 잠에서 깨어난 주인공은 기억도 없고 말도 못 합니다. 뭐가 뭔지 모르는 상황에서 갑자기 도망다니고 싸워야 하는 신세고,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총을 쏘고 육탄전을 벌이면서 붙잡힌 여주인공을 되찾고 악당에게 복수해야 합니다. 비현실적이고 개연성 없는 조연의 출현은 전형적인 미션 던져주는 NPC고, 주인공의 이동이나 액션의 준비자세는 마치 둠1이나 울펜슈타인 3D를 보는 듯 합니다. 그렇습니다. 이건 FPS를 영화로 옮겨놓은 겁니다. 여기에 정신없는 파쿠르 액션을 추가하고, 유혈이 낭자하더라도 아무렇지 않게 팝콘을 먹을 수 있는 경쾌한 BGM을 깔아주고, 미친듯이 죽이고 죽이고 죽이는 영화입니다.

하드코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정말 하드코어한데 제가 영화를 많이 보지는 않았습니다만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잔인하게 사람을 죽여대는 영화는 처음입니다. 맨손, 나이프, 경찰봉, 권총, 소총, 샷건, 기관단총, 개틀링, 바주카, 박격포, 수류탄 등등 다양한 무기로 찌르고 쏘고 베고 자르고 눌러 죽입니다. 새벽의 저주 같은 좀비물이 연출 덕에 쫄깃한 무서움은 있을지언정 잔인함으로는 귀엽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폭력성 외에도 직접적인 베드신은 없지만 스트립걸들이 훌러덩 벗고 나오고, 마약도 나와주시고, 시체 훼손도 나오고 이건 뭐 어떻게 심의를 통과했나 싶을 정도. 어찌보면 그만큼 우리나라가 영화 심의 규정이 많이 널널해졌다고 볼 수 있을지도? 한 번 생각난 김에 영상물 등급위원회 가보니까 주제, 선정성, 폭력성, 대사, 공포, 약물, 모방위험 모두 빨간색(높음)이네요. 이게 매우 높음이 아니야? 싶어서 생각나는 하드코어 영화들 뒤져보니 매우높음 나오는 건 그 유명한 세르비안 필름 뿐이군요 하하하;;;

아무튼 이 영화의 장점은 과격하고 자극적인 액션이고, 1인칭인 만큼 몰입감도 상당합니다. 깨알같은 게임/영화 패러디는 덤이고요. 단점이라면 화면전환이 너무 빨라서 정신없다 못해 멀미가 날 지경이고, 특히 4D로 보니까 중간중간 고개를 저어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찌보면 치명적인 문제인데 예고편이 다입니다. 진짜 예고편 말고 볼 게 없다는 소리가 아니고, 강약강약 쉬어가는 거 없이 쉴새없이 액션만 나오다보니 예고편의 액션을 1시간 동안 하는 느낌? 보는 사람이 지치기도 하고, 예고편을 봤을 때 딱히 끌리는 게 없는 사람이면 본편 봐도 재미없을 뭐 그런 거죠.

아, 영화가 1인칭인 만큼 가장 많이 보게 되는 얼굴은 주인공 헨리가 아니라 그의 동료 지미인데, 디스트릭트 9의 그 샬토 코플리입니다. 엘리시움 이상의 돌아이 연기를 보여줘서 감탄했습니다. 이 아저씨 디스트릭트 9 이후 나오는 영화마다 평가도 흥행도 시원찮은데(아 말레피센트는 흥행 대박이군요) 새로운 인생작 하나 나왔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습니다.


뱀발. 영화 끝나자마자 옆에 앉아있던 커플이 투닥거리는 것 때문에 웃음 참느라 힘들었습니다. 여자친구의 투정을 받아내는 남자가 안쓰럽긴 했는데 이런 영화인 줄 알고도 데려왔으면 본인이 감수해야죠. 한편 제 뒤에 앉아있던 여성은 영화 시작하기 전에 '아 페이데이 하고 싶다'라던데 이 커플은 안 싸웠을 거 같군요. 알고 보니 페이데이2가 이 영화랑 콜라보를 했다고...

뱀발2. 크레딧이 올라갈 때 엔딩곡이 2개 나오는데, 그 중간 바뀌는 타이밍에 짧게 무슨 대사가 나옵니다. 근데 이건 자막도 없고, 워낙 짧게 읊조리고 지나가서 정확히 뭐라는 건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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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대한 개장수
    이거 오늘 볼까 하다 그만뒀는데...

    그나저나 페이데이 커플이 부럽네요.
    저는 페이데이를 안 해봐서 뜬금없이 웬 페이데이일까 싶었습니다 ㅎㅎ
    수박이두통에게보린
    보고 싶은 영화네요.

    아, 볼 사람이 없지..
    IPTV로 나오면 한 번 봐야겠네요. 좋은 영화 추천 감사합니다.


    PS : 헨리는 앙리랑 무슨 사이인가요?
    헨리는 먼저 세상을 떠난 앙리의 친구죠. 그래서 앙리가 헨리의 옷을 입고 축구를 했다는 가슴 아픈 미담이 전해집니다 ㅠㅠ
    마스터충달
    와... 이걸 이렇게 받다니....
    사실 앙리가 아니고 엉히입니다 헤헤
    수박이두통에게보린
    .....시무룩..
    수박이두통에게보린
    그렇군요..그런 슬픈 사연이 있다니..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마스터충달
    영화는 계속 진화한다. 이 명제를 보여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이상의 무엇을 보여주진 못했기에... 결국 신기술의 프로토타입에 그치겠죠. 하지만 이 영화를 기점으로 일인칭 시점의 VR무비가 활성화 됐으면 합니다. 3D기술을 바탕으로 <라이프 오브 파이>가 나왔던 것처럼 놀라운 VR필름이 나올 수 있을거라 기대해봅니다.
    썩은 토마토를 보아하니 실험을 높게 평가하는 평론가도 있었지만, 이게 새로운 거야?라면서 삐딱하게 보는 평론가들도 있더군요. 기존에도 1인칭 영화들은 있었고(대개 캠코더라는 설정이지만) 겜덕이 아니라 단순한 영화팬의 입장에서도 이게 새로운 걸까? 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습니다.
    마스터충달
    페이크 다큐류의 1인칭 영화와는 기술적, 철학적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예고편만 봐도 느껴질 정도로요. 하지만... 예고편이 전부 ㅜㅜ
    그냥 딱 예고편 길게 틀어준 느낌이긴 했죠 ㅎㅎ
    커피최고
    "게이머가 플레이할 수 없는 FPS 게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라는 게 제 솔직한 감상입니다.

    게임과의 차이가 있다면 상대방이 양키고수들이 아니라는 점 정도...ㅎㅎ 헤일로하면서 북미고수들에게 농락당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그래도 뉴비에서 고수로 레벨업하는 과정은 있잖아요 ㅎㅎ
    커피최고
    고수로 레벨업하지 못하는 저의 눈과 손을 탓해야겠네요..ㅠㅠ
    Darwin4078
    드웨인 존슨(더락)이 주연으로 나왔던 둠에서도 후반부에 1인칭 시점으로 영화가 진행되는 장면이 조금 있었습니다.
    처음 봤을때 꽤 신선했었는데요, 이걸 영화 통째로 들고 올 생각을 했다는게 참...

    트레일러만 봐도 멀미날거 같은데, 실제로 보면 진짜 멀미날듯...;;;

    여담입니다만, 영화 둠, 크게 기대하지 않고 액션만 즐기다고 가정하면 볼만합니다. 출연진도 은근 괜찮습니다. 더락에 반지의 제왕 에오메르의 칼 어번, 나를 찾아줘의 로자먼드 파이크까지 나옵니다. 사이버데몬이 안나온게 좀 아쉽지만, 게임원작 영화로는 괜찮게 나온 영화입니다.
    그거 더락 흑역사로 알고 있었는데 은근 장점도 있나보군요.
    구밀복검
    영화를 보지 않아서 평가할 수야 없고, 매체 전환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영화와 게임의 콜라보는 지속적으로 시도되어왔지만 성공적으로 평가받은 적은 없다시피합니다. 가장 주된 비판 지점은 '영화는 감상하는 매체고 게임은 행동하는 매체다. 영화를 게임화한다는 것은 결국 체험감과 현장감을 극대화시킨다는 것인데, 그래봐야 플레이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그럴 거면 애초에 게임을 하는 것이 낫지 왜 게임 같은 영화를 봐야 하느냐. 그것이 오락실 뒤에서 남들이 게임하는 것을 구경하는 것이나 유튜브에서 게이머들의 플레이 영상을 보는 것... 더 보기
    영화를 보지 않아서 평가할 수야 없고, 매체 전환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영화와 게임의 콜라보는 지속적으로 시도되어왔지만 성공적으로 평가받은 적은 없다시피합니다. 가장 주된 비판 지점은 '영화는 감상하는 매체고 게임은 행동하는 매체다. 영화를 게임화한다는 것은 결국 체험감과 현장감을 극대화시킨다는 것인데, 그래봐야 플레이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그럴 거면 애초에 게임을 하는 것이 낫지 왜 게임 같은 영화를 봐야 하느냐. 그것이 오락실 뒤에서 남들이 게임하는 것을 구경하는 것이나 유튜브에서 게이머들의 플레이 영상을 보는 것과 크게 다를 것이 있느냐. 그것을 [영화]라고 할 수 있느냐'라는 것이죠. 이것이 하루 이틀 나온 비판이 아니라 오히려 진부할 정도로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왔던 터라, 게임적인 영화를 만드는 제작자라면 이에 대해 적절한 답변을 준비하는 것이 당연시됩니다. 해서 어떤 영화인지 호기심이 드는군요.
    그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고, 적당한 대안을 시도하지도 못했던 거 같습니다. 긴박감 넘치는 파쿠르 액션과 쉴새없이 흔들리는 카메라로 몰입갑을 높이려 했지만 플레이는 아니었으니까요. 그래서 평론가들의 평이 갈린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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