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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4/13 00:58:43
Name   커피최고
Subject   원서를 멋대로 재구성하는 출판사
마이클 센델의 저서인 <공공철학 Public Philosophy>가 다시 출간됩니다. 국내에서 센델의 책들은 대개 김선욱 교수가 감수를 맡는 편입니다.(실제로 친분이 있는 사이이죠.) 그런데 작년 디턴 관련하여 번역 문제를 야기한 한경이 센델 관련해서도 문제를 일으켰다는 이야기를 본인의 페북에 남겼습니다.
----------아래가 그 내용입니다-----

마이클 샌델의 이 책을 아십니까?

최근에 출판사에서 마이클 샌델의 저서 <공공철학 Public Philosophy>를 다시 출간하면서 감수를 맡아 달라고 해서 작업을 시작했었습니다. 이전에 출간되었던 책이 있다고 해서 물어보았더니 놀랍게도 제 책장에 꽂혀 있던 <왜 도덕인가?>라는 책이었습니다.

이 번역서에는 큰 글씨로 Why Morality라는 글이 있어서 저는 Why Morality라는 책을 번역한 것인 줄 알았습니다. 제 친구인 다른 교수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같은 반응이었습니다. “원래 Why Morality를 번역한 것이 아니었나요?”라는 답변을 들었지요. 물론 번역서 표지에도 Public Philosophy라는 글이 있기는 합니다만 훨씬 작고 희미한 글자체로 쓰여 있지 말입니다. Why Morality는 원서에 붙어 있는 부제목 Essays on Morality in Politics와도 같지 않습니다. (본문으로 들어와서 있는 copyright 페이지에는 제대로 된 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책 제목을 원문 그대로 옮기지 않는 경우는 많기 때문에 제목만 보고 다른 책이라고 생각했다면 그렇게 생각한 사람의 잘못이라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그런데 목차까지 완전히 다르다면 이야기는 다릅니다. 한 번 보시죠.

<왜 도덕인가?>의 목차

Part I 도덕이란 무엇인가 : 공정한 시민사회를 위하여

1장 경제적 도덕
-복권과 도박
-스포츠와 시민 정체성
-공공기관의 상업적 브랜드화
2장 사회적 도덕
- 온실가스 배출권
.....
3장 교육과 도덕
....
4장 종교와 도덕
-존엄사
-배아복제
-낙태와 동성애
5장 정치적 도덕
...
Part II 도덕적 가치의 원류를 찾아서
6장
...
Part III 자유와 공동체를 말하다
11장 모두를 위한 경제정책은 무엇인가?
-거대 기업에 거대 정부로 맞선다면?
-독점자본을 규제하다
-성장과 분배 정의의 실현
12장 시장중심주의가 시민의식을 어떻게 왜곡하는가
.....
13장 시민의식은 회복될 수 있는가
.....
14장 개인주의를 넘어 공동체로
특별기고: “정의의 한계와 도덕적 가치에 대해 묻다”
<공공철학 Public Philosophy>의 목차
제1부 미국의 시민생활
1장 미국의 공공철학 탐색
2장 개인주의를 넘어: 민주당과 공동체
2장 미완의 덕성 정치
4장 거대한 아이디어
5장 예의의 문제
6장 탄핵-과거와 현재
7장 로버트 F 케네디의 약속
제2부 도덕적, 정치적 논쟁들
8장 복권사업에 대한 반대론
9장 광고와 상업주의
10장 공공영역의 브랜드화
...
제3부 자유주의와 다원주의 그리고 공동체주의
22장 도덕과 자유주의 이상
.....
30장 공동체주의의 한계

여러분들께서는 두 개의 목차를 비교해 보시면 같은 책이라고 생각하셨겠습니까? 저는 전체적으로 느낌은 비슷하지만 두 개는 별개의 책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번역서에 대해 뭐 이런 식으로 책을 썼나 하고 샌델 교수에 대해 좀 실망했었습니다.)

나중에 비교를 해 보니 번역서의 1부는 원서의 2부의 글들을 새로운 범주를 만들고 순서를 바꾸어 새로 편집했고, 이 가운데는 1부의 글들도 절반 정도가 포함되어 있더군요. 번역서의 2부는 원서의 3부의 일부만 옮겨 놓았구요, 더욱 놀라웠던 것은 번역서 3부의 글은 원서의 1부를 해체하여 번역서 3부의 도입부의 글로, 그리고 11장, 12장, 13장으로 분리하여 수록했습니다. 하나를 찢어 세 개의 장으로 분리해 놓은 것이지요.

더 흥미로운 것은, 마지막에 붙어 있는 <특별기고>는 번역서 출간에 덧붙여진 새로운 특별 기고가 아니라, 원서의 30번 글을 셋으로 나누고 각각의 부분 앞에 짧은 문답 형태의 글을 담은 틀을 앞에 달아 놓고 나뉘어진 본문을 설명처럼 뒤이어 붙여 놓은 방식으로 새로 편집한 후에 <특별기고>라는 제목을 붙여 놓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앞부분에는 이 글이 ‘공동체주의의 한계’를 재구성한 것이라는 말이 있기는 합니다. 이렇게 재구성을 한 원래의 원고가 원서에 있다면 거기에 <특별기고>라는 말을 쓰지 않았어야 옳습니다.

리고 원서에 들어 있는 글이 번역서에 없는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글 제목과 본문이 많이 왜곡되어 있어서 일일이 다 찾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려서 중도에 그만 두어버렸습니다. 위에 쓴 내용만 하더라도 스캔들이 되기에는 충분할 것입니다.

저는 번역서의 이러한 자의적 편집에 충격을 받아서 샌델 교수께 이메일을 보내 이 사실을 사전에 통보받거나 현재 인지하고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출판사로부터 이런 식의 ‘변형’에 대해 사전에 들었던 기억이 없으며, 모르고 있었다고 답신을 보내왔습니다.

이런 것을 출판사의 관행이라고 봐 주고 그냥 인정해야하는 일인가요? 저만 놀라고 분노하고 있는 것인가요?

좌우간, 새로 나올 번역본에서는 모든 글이 제 순서로 갔고, 원서의 내용에 보태서 들어가는 글도 있습니다. 번역서의 제목은 <정치와 도덕을 말하다>로 하고 영문으로 크게 Public Philosophy라고 넣겠다고 출판사에서는 말을 하는군요. 저는 원래대로 <공공철학>으로 하자고 했지만, 내용을 보면 딱 맞는 의역이라고 볼 수는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시장조사를 했더니 <공공철학>이라는 제목이 생소해서 <정치와 도덕을 말하다>가 더 좋겠다는 여론이 많이 우세했던 모양입니다. 어쨌든 쫌 재미없는 경험을 하고 있는 요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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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하루빨리 알파고가 번역과 편집까지 해주는 세상이 도래할 필요가 있는 요즘입니다.



2
  • 답은 [영어 공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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