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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4/07 01:09:19
Name   프렉
Subject   일기 6회차.
오전 0201

유튭으로 노래 듣다가 눈이 감기는 걸 느꼈다. 타이밍이었다. 이불 둘러쓰고 잔다.

오전 0813

간만에 흡! 하고 눈을 떴다. 마치 뇌내 자명종이 있어서 울린 느낌이었다. 좀 있으려니 폰 알람이 울린다 끄고 보일러를 켰다.
한 5분 정도 배게를 등받이 삼아서 벽에 기댄채로 이불을 덮고 있었다. 아마 하루 24시간 중에 제일 맘 편한 시간일꺼다.
20분쯤되서 물이 다 데워진 것 같았다. 물을 틀고 샤워를 했다. 머리 감고 이빨 닦고 수염 밀고 클렌저로 얼굴 씻어내고.
밖으로 나오니 0845분쯤 된다. 샤워를 좀 오래했다. 몸이 회사가기를 거부하는 모양이지만 안나가면 짤린다.

오전 0925

사무실에 출근 찍고 들어가니 팀장님과 직원 한 분이 앉아서 일을 시작하고 있다. 대충 세팅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엉덩이에서 이머전시 콜이 들어온다.
아마 아침에 먹은 그 무엇들이 드디어 영양가만 쏙 빠진 그 무언가로 변환이 완료된 모양이다. 호모 사피엔스로서 배출할 의무가 있었다.
뜨거운 물을 한 잔 마신 뒤에 화장실로 향했다. 변기에 앉아마자 시원하게 일을 치렀다. 출발이 괜찮다.

오전 0955

전날 말했던 머리 좋은 신입사원의 기가 막힌 회사 탈출은 우리의 일상에 변화를 가져왔다. 업무적으로 말이다.
우리 회사 사이트의 글을 검열하고 삭제하는툴이 있다. 사이트가 정식으로 오픈하면 우리는 이걸 보는 시간이 훨씬 많은 팀이다.

정식 오픈이 아닌 지금에야 글 쓰는데 여념이 없지만 하여간 저 일이 주를 이루게 되기 때문에 기능을 배워두었다.
그런데 이 툴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야구 시즌이 되면 끊임없이 밀려드는 매체의 뉴스를 분리하고 정리하기 위해서이다.
우리 회사는 의외로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어떤 스포츠 언론과 계약을 맺은 상황이다. 그리고 매일 야구, 해외야구, 기타 가십기사를 받는다.
지금은 종목이 야구 뿐이라 야구 기사 관련으로 많이 들어오지만 조만간 다른 스포츠 뉴스도 들어온단다. 각설하고.
그 툴 관련 업무는 양이 많은데 한 사람이 툴을 전담하고 나머지는 글을 쓰는 형식으로 근무 로테이션을 돌리고 있다.

근데 그 신입이 몸을 빼는 바람에 일자가 하나씩 앞으로 당겨졌다. 보아하니 내일 해야하는 내가 오늘하게 된 모양이다. 에휴..

오전 1040

두 가지 업무를 동시에 하려니 시간이 안난다. 툴 업무를 하면서 글도 할당량 정도는 써두어야 눈치가 안보인다.
방금 전에 들어온 기사 50개를 분류하고, 사진을 배치하고, 모바일 기기에서 잘 나오는지 확인도 하고.. 해놓고 나서 글을 하나 쓰는데 성공했다.
평소 같으면 2, 30분 정도면 쓰는데 거의 50분 가까이 잡아먹었다. 아마 점심 먹고나서 한 차례 더 몰려올 것 같으니 글을 열심히 써놔야겠다.

오후 0101

툴 만졌다가 글 썼다가.. 왔다갔다하는 사이에 시간이 벌써 점심이다. 이 일 하는 날 유일한 장점은 시간이 빨리 간다는거다. 무슨 말년도 아닌데..
팀장과 관리자가 강남 사무실로 회를 가버린 바람에 사무실은 순식간에 무두절 상태가 되었다. 편하게 이야기하면서 작업 속도를 높였다.
이 사람들이랑 있으면 죄다 사원들이라 마음은 편한데 마음 편하다고 업무 진도 나가는게 아니니까.. 손가락을 열심히 놀렸다.
시간보니 밥 먹으러 나갈 시간이 되서 오늘은 사람들 데리고 건물 내의 식당으로 향했다. 바깥에 비해 월등히 싸고 양도 많이 준다.
이 곳에 자주오지 않는 이유는 딱 하나. 팀장과 관리자가 맛이 물린다며 다른 곳 가자고 하기 때문이다. 돈 많아서 좋겠다.

오후 1327

밥 먹고 돌아와보니 팀장과 관리자가 잠깐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인사를 하고 화장실 가서 이닦고 와서 바로 업무를 재개했다.
이런 류의 업무는 싫어도 성실하게 할 수 밖에 없는게 놔두면 쌓이기만 하고 욕 먹고 수습도 어려워진다. 적을 때 해야한다.
두 시쯔음 되니 구장에 출근한 선수들 사진이 새록새록 올라온다. 선수들 분류해서 올리고, 사진도 선수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구분하고.
솔직히 귀찮고 피곤하지만 업무 끝나고 넘기면 막 어깨가 가벼워진다.

오후 1603

일이 바쁘니까 되려 집중하게 된다. 사진 분류는 다 해놨다. 글 갯수가 적은게 맘에 걸린다. 글을 무진장 쓰기 시작했다.

오후 1815

사람들이 야구를 하나 둘 켜기 시작한다. 사내 내기는 이미 일상이 됐다. 내 뒤에 앉은 LG팬은 그제(새벽 1시 기준으로)의 게임에서 꼴지를 했기에
오늘 점심이 끝나고 근처에 슈퍼마켓에서 아이스크림을 한가득 사왔다. 이사, 팀장, 관리자가 이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을 입사 이래 본 적이 없었다.

오후 1915

집에 왔다. 차 긁혔다는거 보러가야하는데 귀찮다. 야구를 켠다 오늘도 넥센은 지는 중.

오후 2120

내가 보는 게 합성인가? X넥센 선발 투수가 외국인도 아니고 국산이 7이닝을 먹다니.

오후 2201

야구의 신이시어 감사합니다... 우리 팀에 재영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개X센 선발이 7이닝을 먹었다는 소식에 너무 기뻐서 한 잔 했습니다!

오후 2315

잉여짓에 몰두한다. 요새는 달리 할 일도 없고 해서 회사 사이트 돌아다니면서 트집을 잡아서 회의시간을 통해 개발실에 넘긴다.
난 아무래도 이 회사랑 안맞는 것 같다. 달리 할 일도 없는 회사 다니는데 왜 이리 피곤한거야.

오전 0109

일기를 다썼다. 이빨 닦고 잘 생각이다. 졸린다. 오늘의 일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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