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3/16 19:57:28
Name   제주감귤
Subject   [조각글 18주차] 풀 베기
[조각글 18주차 주제]
대화로만 이루어지는 글

[추가공지]
주제선정해주신 분께서 대화로만 이어지면 아무래도 작성이 힘들 것 같아
'대부분의 내용이 대화로 이루어지는 글'로 쓰셔도 괜찮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대부분'의 기준은 정해진 것은 없고 자의적인 판단으로 쓰시면 되겠습니다.ㅎㅎ

- 분량, 장르, 전개 방향 자유입니다.

맞춤법 검사기
http://speller.cs.pusan.ac.kr/PnuSpellerISAPI_201504/

합평 받고 싶은 부분

하고 싶은 말


본문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넓은 잎과 가지 속에서 너의 얼굴이 나오고, 나는 네 얼굴 위의 한 점이 무덤만큼 커지는 것을 지켜본다. 너는 조용히 누워있고, 나는 그걸 너의 특기라고 생각하고 싶어. 조용히 자라는 것, 빨리 자라는 것, 누구보다도 술을 빨리 마시는 것. 그러고는 그것들 위에다가 몇 개의 글자들을 적어둔다. ‘이제는 더 이상 육식을 할 수 없지만...’같은 말들. 네가 육지처럼 운다고 생각했을 때, 나는 무수히 많은 무릎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넓은 해변을 상상한다. 사방에서 쓸데 없어... 라는 말이 들려오는 것만 같은.

아무 말이 없는 너의 입 속에는 어떤 모양의 방아쇠가 들어가 있는 걸까? 탕,,..나는 작아지는 나에 대해 생각하고, 그 다음은 조용히 휘파람을 불고 싶고, 그 다음 순간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작은 점이 되어 공기 속에 못 박힌다. 바람이 불어도 걱정이 없는 박제처럼, 나는 혼자 중얼거리고 싶다. 하지만 너 역시, 너 자신을 빨아들이며 거기 있겠지. 무덤이 쓸모없기 때문에, 그 위에 난 것들에게 쓸모를 주어야 하는 걸까. 예쁜 모양으로 풀을 벨 때마다, 나는 혼자 부는 바람인 것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

네가 나에게 연두를 가르치려 할 때, 나는 가벼운 풀들 사이에서 앉아 풀을 헤치고 있다. 네가 전부인 너의 집 속에 나의 집을 지을 때, 등 떠밀어주는 사람이 없고, 나는 혼자 이야기하는 사람인 것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나를 탓하는 사람도 없었어... 나는 마치 연두에 가까워지는 색깔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걱정이 없는 너의 집에서.



1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023 창작[조각글 11주차] 캉디드 1 16/01/14 3446 1
    2027 창작[조각글 11주차]잠수를 타고, 두절이 되어, 절단에 이르는. 3 nickyo 16/01/15 3811 1
    2062 창작[조각글 12주차] 공화주의 10 선비 16/01/19 3601 2
    2096 창작[조각글 12주차] 괜찮아 2 우너모 16/01/23 3936 2
    2103 창작[조각글 13주차] 201X년 봄 4 우너모 16/01/23 3973 1
    2116 창작[조각글 13주차] 아재요 깃발 습니까. 5 nickyo 16/01/25 3628 2
    2329 창작[조각글 16주차] 5월, 그 봄 2 *alchemist* 16/03/01 4329 3
    2327 창작[조각글 16주차] 만우절 1 얼그레이 16/03/01 3303 3
    2308 창작[조각글 16주차] 친구의 진실 3 nickyo 16/02/28 4044 3
    2340 창작[조각글 17주차] 닭에 관한 여러 가지 고찰 11 *alchemist* 16/03/05 5292 2
    2354 창작[조각글 17주차] 잘 되야 한다 3 레이드 16/03/08 3198 1
    2362 창작[조각글 17주차]닭상(닭에 관한 단상들] 7 난커피가더좋아 16/03/09 4328 1
    2395 창작[조각글 18주차] 궁극의 질문 8 마스터충달 16/03/13 3486 3
    2422 창작[조각글 18주차] 방문 3 얼그레이 16/03/17 3454 3
    2368 창작[조각글 18주차] 카톡 5 까꿀 16/03/10 3633 1
    2414 창작[조각글 18주차] 풀 베기 2 제주감귤 16/03/16 3399 1
    2425 창작[조각글 19주차] 카를과 디르도 6 nickyo 16/03/18 3432 0
    2456 창작[조각글 19주차] 탄생 1 얼그레이 16/03/23 3493 0
    1382 창작[조각글 1주차] 모난조각 34 얼그레이 15/10/30 8054 3
    2530 창작[조각글 20주차] 공생충의 5초 3 드라카 16/04/03 3675 2
    2485 일상/생각[조각글 20주차] 너무 위대한 먼지 1 nickyo 16/03/28 3664 1
    2496 창작[조각글 20주차] 보이니치 2 얼그레이 16/03/30 3193 0
    2495 창작[조각글 20주차] 시간 2 레이드 16/03/29 3534 0
    2487 창작[조각글 20주차] 아마도 마지막이 될. 1 RebelsGY 16/03/28 3929 0
    2499 창작[조각글 20주차] 알파고 -얼그레이님의 보이니치를 잇는 글 2 마르코폴로 16/03/30 4282 2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