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2/16 09:49:40
Name   nickyo
File #1   분신공양.jpg (74.7 KB), Download : 2
File #2   탱크막아선청년.jpg (61.2 KB), Download : 0
Subject   [14주차 조각글]겸 진정성




[조각글 14주차 주제]
사진을 하나 선정하여 이를 모티브로 하여 1000자 내외의 글을 쓰시오.
(주제는 완전 자유이나 반드시 사진을 글 쓰기전에 올려야 합니다. 사진에서 가져온 모티브는 글 시작 전이나 끝난 후에 반드시 설명을 달아주셔야 합니다.)

합평 받고 싶은 부분

하고 싶은 말

사진이 한장인줄 모르고 두장을 올렸네요 죄송합니다.

본문

1번 사진은 분신공양의 사진입니다. 분신자살과는 다른거라고 하더라구요. 종교탄압에 저항하며 종교를 탄압하는 정권이 불교의 가르침으로 깨어나길 바라는 마음에 자신의 몸을 공양하는 행위라고 합니다. 물리적으로 분신자살을 하는것과 뭐가 다를까 싶지만, 온 몸이 불타는 와중에 저렇게 앉아있을 수 있다는 것이 경외롭기까지 합니다.

2번 사진은 유명하죠. 천안문사태때 탱크앞을 막아선 청년. 1만명 이상의 사람이 죽고 난 뒤에도 저 청년이 어디로 갔는지는 알 수 없다고 합니다. 두 사진의 공통점이 있다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사진이라는 거겠죠. 사진이 찰나에 대한 예술성을 가장 강렬하게 드러내는 매체라고 한다면, 두 사진은 단 한순간의 시간을 통해 인간의 감정을 크게 뒤흔들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누구나 쉽게 입에 담는 말 중에 가장 폭력적인 말중 하나를 전 진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실로 당신이 그러한가를 내 마음이 그렇게 느낄때까지- 로 이야기 해 볼수 있을까요. 동시에, 정말 많은 현대인들이 갈구하는 것 역시 진정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술매체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개별적 관계 내에서도 진정성은 아주 큰 가치가 되어 사람들을 붙들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진정성 있는 정치, 진정성 있는 행동, 진정성 있는 사람.. 진정성 있는..


그런면에서 진정성을 느끼고자 하는 욕망은 대체 어디서 오는걸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거짓을 이야기 할 수 있음을 자신의 내면을 통해 알 수 있기에 그 무엇보다도 거짓에 대한 의심, 거짓에 대한 두려움, 순수에 대한 안심 같은 것을 갈구하는 걸까 싶기도 하죠. 누군가에게 바라는 진정성이라는 욕망은 자신의 거짓에 대한 거울과도 같은것은 아닐까 하고요. 인간은 자기 내면 바깥에 있는 것은, 아니 자기 내면까지도 사유의 도구들 없이는 판단할 수 없잖아요. 언어나, 이데올로기나, 지식이나, 감정같은 것들이요. 심지어 그게 내부가 아닌 외부로 향할때는 더 많은 오류가능성을 의심하게 되고.. 그러니 자신의 내부가 순수로부터 먼, 거짓과 가식이 습관화 되어 있을 수록 누군가에겐 순수와 진정성을 찾게 되는걸지도 모르죠.


위의 사진들은 참으로 진정성 있는 사진들입니다. 인간의 모든 세계에 대한 시작과 끝이 있다면 그건 '삶'이겠죠. 삶을 걸고, 때로는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 책임과 진정성을 위해 세계를 끝내는 것. 얼마전에 노동조합을 했다는 이유로 한 버스회사 노동조합장이 조합원 전체에 대한 탄압을 '내 목숨 하나로 책임진다'며 분신했더군요. 자살일까, 살해일까. 살인범은 '진정성', '책임' 같은 이름인가. 어쩌면 우리는 내가 진실하지 못함을 알기에 진정성을 아름답게 포장하고, 책임에 드라마를 입히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누군가의 끝장나는 삶을 바라보고서야 '진짜였구나'하면서 약간의 슬픔도 분노도 증오도, 때로는 어떠한 행동까지도 하게 되는 걸 보면서 왜, 왜, 왜. 죽기전에는 시작하지 못하는가.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칼날에는 지문이라도 묻지, 진정성을 보여라, 책임을 져라는 말에는 묻을 지문도 없고, 흉기도 없네요. 그랬습니다. 언행에 대한 일치, 행동에 대한 진정성, 결과에 대한 책임. 이것들이 좋은 가치가 아님을 부정할수도 없겠지만, 누군가는 그걸 보여주기 위해 오늘도 죽어가고 그럼에도 진정성을 확인코자 했던 이들의 일상은 평화롭기만 하다는 것이. 하지만 믿음으로, 믿어줍시다! 하는 것도 역시 멍청한 일이잖아요. 결국 누군가에게 진정성과 책임을 찾아가는 것이 폭력으로서 기능하지 않게 하려면, 그러한 것을 요구하고 바라보아야 하는 상황과 판단에 대한 근거를 더 열심히 경계짓고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기분 내키는대로들 하니까... 요원할 일이겠죠. 어쩌면 그런 이들을 위한 가장 좋은 예술이 사진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꼴을 보기 전에는, 기분이 내키지 않는걸요.



사진을 고른 이유는, 분신자살을 80명 넘게한 티베트 소수민족은 아직도 독립못하고있고, 법적으로 보장된 노동조합 했다가 분신자살로 책임져도 '치워져버리는' 사회에서 진정성과 책임은 이미 폭력적 흉기로 변해버렸다는 생각을 풀어 쓰기 위해 골라봤습니다. 이걸 쓰다보니 요즘 세태란게 '뒤지게 맞다 뒤져도 말을 안들어' 같은 세상인건가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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