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낯선 상식 - 영남패권주의를 논한다.
지난해 출판된 책 중 가장 훌륭한 서적 한 가지를 꼽으라면 <아주 낯선 상식>은 반드시 들어갈 만한 책입니다. 그러나 이 책은 베스트셀러는 물론 아니고 언론에도 단 한 번도 다루어 지지 않았습니다. 이 책이 다루는 ‘지역주의의 인정’이 정치인은 물론이고 지식인들, 그리고 지성 있는 독자들을 불편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정치체제에 영남패권주의는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뤄서는 안 될 것’, 혹은 ‘존재 하지 않는 것’ 취급을 받으며 뿌리를 박고 정치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아주 낯선 상식>은 이러한 말하기 싫은 불편한 진실을 외치는 냉철한 통찰력이 있는 책입니다. 감성적이 되기 쉬운 주제를 선정했지만 그것을 그 어떤 사회과학서보다 분석적으로 접근한데서 이 책은 매력적입니다.
친노패권주의라는 말은 우리에게 익숙하게 들리지만 영남패권주의는 어색하게 들립니다. ‘친노패권주의의 실체가 있는가 없는가’로는 논쟁이 벌어지지만, 영남패권주의는 인정은커녕 수면위로 떠오르지도 않는 주제로 치부됩니다. 그만큼 지역주의에 관한 이야기는 ‘언급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로 다루어집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영남패권주의가 존재합니다. 지난 1961년부터 2016년까지 55년 동안, 영남 출신이 최고 권력자가 아닌 시절은 한국에서 5년 남짓 밖에 없었습니다. (심지어 민주당의 노무현도 영남권 인사 대통령입니다.) 이것이 과연 우연일까요? 영남의 사람들이 타고난 정치력이 뛰어나서 이런 일이 발생할까요? 청와대와 대기업 총수일가에서는 ‘경상도 말’이 표준어 취급을 받습니다. 과연 이런 것이 우연일까요. 작가는 이 지점에서 말하기 껄끄러운 ‘영남패권주의’를 정의하고 그것이 만연한 사회에 말하기 불편한 진실을 논합니다. 이 책에서 영남패권주의는 ‘한국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영역에서 영남 지역 출신 인사들이 패권을 행사하는 것’이라는 의미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호남의 민주당 올인 투표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으로부터 호남은 전혀 보상받지 못합니다. 선거철에 광주시민들은 항상 ‘민주투사’의 사명을 지게 되고 새누리당을 지지하면 ‘도덕적이지 못한’ 사람이 됩니다. 광주에 출마하는 국회의원들은 전략공천을 받으면 비난받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대구 달서구에서 4선 국회의원을 하고 대통령 선거에 잘만 나왔죠. 왜 지역을 위한 당은 존재하면 안 되는것일까요? 당은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투표하는 집단입니다. 지역의 이익을 위한 당이 나와서 안 될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투표는 죄악시 되고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이 지적하는 영남패권주의의 메카니즘이 가동되는 지점입니다. 영남에서는 해도 괜찮은 것들이 호남에서는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 되는 것입니다. 작가는 현재의 ‘신성화된 광주’가 ‘세속적인 광주’가 되어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정당에 투표하기를 원합니다.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면서 가장 논쟁적인 부분입니다.
저는 이런 논쟁적인 책에서 작가가 스트롱스타트를 끊고, 은근슬쩍 발을 빼는(열린 결말 형식의) 태도를 많이 봐왔습니다. 하지만 저자 김 욱은 이 지점에서 특별합니다. 그는 나름의 영남패권주의를 한국에서 척결하기 위한 방책과, 신성광주가 세속광주가 되어야 하는 이유, 그리고 한국정치에 미래에 대해 나름의 해답을 내 놓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모든 부분이 정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책이 많이 읽히길 바랍니다. 특히 야당 정치인들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