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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 | 26/01/29 11:32:51수정됨 |
| Name | joel |
| Subject | 램 헤는 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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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업들이 다녀간 메모리 펩에는 입도선매 계약이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희망도 없이 내 컴퓨터의 메모리 여유공간을 다 헤일 듯 합니다. 메모리 슬롯에 하나 둘 채워지는 램을 이제 더 증설 못 하는 것은 쉬이 내 지갑이 털리는 까닭이요, 내일의 램값이 더 높은 까닭이요, 아직 기업들의 수요가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램 하나에 추억과 램 하나에 견적과 램 하나에 CPU-Z와 램 하나에 램다익선과 램 하나에 품절과 램 하나에 이재용 회장님, 회장님. 어머님, 나는 램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파코즈에서 키배를 벌이던 사람들의 이름과, 리, 사, 수, 이런 이국 여신의 이름과, 벌써 공급이 중단된 RTX 50 시리즈의 이름과, 양심이 가난했던 어느 상가의 장사꾼들 이름과, '깐부치킨', '크리스피 순살치킨', '바삭한 식스팩', 이런 황사장님 취향의 이름들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램값이 아스라이 높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저더러 이번 기회에 컴퓨터 그만 보고 운동이나 하라 하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램들이 모두 품절된 판매 페이지 위에 메모장을 켜 구매후기를 써보고 다시 지워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친구들은 미리 램을 사두지 않았음을 후회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램의 겨울이 지나고 나의 컴도 수명이 다하면 하드 안에 쓰잘데기 없는 파일들이 늘어나듯이 내 이름자 적힌 구매 영수증 위에도 자랑처럼 램이 무성할 거외다. 2026년 1월, 조립PC 시장은 갑작스런 질환이었던 램값 폭등으로 쓰러졌다. 향년 45세*였고, 젠슨 황이 치킨을 먹으러 한국에 온 지 석 달만의 일이었다. 많은 통곡 소리들이 울려퍼지는 조립시장에서는 덩달아 값이 폭등한 SSD와 HDD, 그리고 VGA가 뒤를 따르고 있었다. 그 옆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몇년 전 삼전에 물렸다가 램값의 폭등으로 16만 전자를 달성하게 된 개미들이었다. '난 오랫동안 조립PC 업계를 지켜봐온 사람일세...자네는 참 'Personal' 하게 살았어. 개인이 직접 컴퓨터를 조립할 수 있도록 말이야. 사람들은 완본체의 호구가 되지 않고, 저렴하고 편리하게 살았어. 뭐랄까...참 행복했던 시대 라고나 할까?' 행복했던 시대. 그렇다. 그것은 앞으로 다시는 오지 않을 IT 역사의 화양연화였다. 32g 램이 70만원을 돌파한 것을 보고 썼습니다. F키를 눌러 조립 pc 시장에 조의를 표합시다. *1981년, IBM은 IBM 5150을 발매하며 x86 아키텍처를 공개했습니다. 오늘날 조립pc 시장이 태동하게 된 출발점이나 다름 없는 중대한 사건이었지요.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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