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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5/06/13 17:20:08수정됨 |
Name | 바쿠 |
Subject | 스마트폰과 불안 세대와 K-컬처의 승리 |
탐라에서 추천하셨던 “불안세대(조너선 하이트)” 서평 영상을 봤습니다. https://youtu.be/jhv5e1r-Blw 우울하고 불안한 아이들이 많아지는 이유 전세계적으로 스마트폰/소셜 미디어와 함께 성장한 세대는 그로 인해 정신건강이 심각하게 망가지고 있으므로 이를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는 내용의 책인 듯합니다. 어려서부터 소셜 미디어에 과노출된 아동들은 모든 일에 타인의 시선을 과도하게 의식하도록 훈련되며, 놀이를 통한 자율적 리스크 감수라는 성장에 필수적인 경험이 결핍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 부분에서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거… 그냥 원래 한국사회인데?’ 00년대 후반 이후 한국에 대한 불만 담론은 빈부격차나 계층사다리 이야기가 주가 되었지만, 90년대에는 사회문화적인 부분도 컸습니다. 눈치보기, 만인의 만인에 대한 과도한 오지랖, 허례허식, 서열문화, 체면/수치심 중심의 윤리구조, 남들이 하는 거는 나도 해야 한다는 쏠림 현상(요즘 말로는 FOMO겠죠), ‘국민ㅇㅇ’ 시리즈로 볼 수 있는 리스크 회피 성향 등등. 고 신해철이 이런 관점에서 한국을 열심히 비판했던 것 같습니다. ‘아주 가끔은’이란 노래가 생각나네요. https://youtu.be/y1Nx2yBnpxk 신해철_아주 가끔은_M/V_1996 달리 말하면, 무식해서 할 수 있는 비약인데… (왜와 어떻게는 물론 과연 그런가도 모르겠지만) 한국 사회는 이미 20세기 후반부터 지금의 소셜미디어 사회의 특징을 갖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과 북유럽의 결혼식 문화 차이를 생각하면, 전자가 후자보다 사회문화 전반적으로 훨씬 인스타그램 친화적, 아니 인스타그램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않느냐는 거죠. 그리고, 그렇다면, 2010년대 이후 K-컬처의 전 세계적인 승리는 (K-컬처 자체의 실력 향상도 물론 있겠지만) 소셜 미디어에 의한 전 세계인의 한국인화에 힘입은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스마트폰/소셜 미디어가 세계적으로 확산된 것과 K-컬처가 서브컬처 지위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인정받으며 흥행한 것은 시기가 겹치지 않습니까? ‘아니 이런 것까지 공감한다고…?’가 우연이 아니었던 게 아닐까요? 그렇다고 한다면 9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내며 ‘한국이 싫어서’ 반사회적인 태도로* 서양 음악이나 일본 서브컬처를 비롯한 힙스터 취미에 몰두하던 어린 저는 그때 스스로 착각했던 것처럼 ‘앞서가던’ 것이 아니라, ‘뒤처져 있었던’ 것일 터입니다. 같은 관점에서 이렇게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K-컬처는 폐허에서 일어서 피나는 노력으로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라잡은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아주 앞선 곳에서 출발해 다른 모두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며, K를 따라잡기 위해 달려온 다른 나라의 경쟁자들이 가까운 미래에 엉뚱한 방향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이상 아무말 뇌피셜이었습니다. *반사회적인 태도로: 하필 그게 서양 음악이나 일본 애니라는 게 중요한 건 아니고, 한국 사회문화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데에 방점이 있습니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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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나쁘게만 보진 않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나쁜 점만 있는 건 아니겠죠. 코로나 방역같은 것도 잘하고, 치안도 좋구요. 오히려 장점일지도?
좀더 생각해봤는데, 일본이 문제입니다. 그럼 일본이 더 앞서간 것 아니었나? 눈치보기와 집단사고는 일본이 더 쩔지 않나...?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설명은 이겁니다. 일본은 봉건주의 문화라서 가붕개들이 용되려고 악쓰며 덤비지 않는다. 그래서 압력이 두 방향으로 가해지지 않는다. 타인의 시선은 의식해야 하지만 경쟁은 내 위치에 맞게 적당히만 하면 된다. fomo 없음. 수도권 국평 아파트 없으면 결혼 못한다고 얘기하는 사람 없음. 그런 점에서 일본사회는 '엄친아가 아니라 금수저들과 경쟁해야하는'(서평 영상의 표현) 소셜미디어 사회의 특성은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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