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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4/12/12 22:51:38수정됨
Name   바쿠
Subject   모니터 대신 메타 퀘스트3 VR 써보기(업데이트)
(댓글에 추가 내용 있습니다.)

타임라인에 적은 대로 메타 퀘스트3 VR을 모니터 대신 사용해 보고, 후기를 공유 드립니다.

https://kongcha.net/tm24_2/21755

요약부터 적겠습니다.

눈 건강은 신경 써야 하겠지만, 척추에는 오히려 좋을 것 같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흔들림 없는 다수의 큰 화면을 쓰고 싶다는 니즈는 충족했고,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세팅도 가능해 만족도가 높습니다.

사용 환경은 메타 퀘스트3 + 초기형 M1 맥북 에어 + Immersed(PC 화면 중계/업무용 메타버스 앱)입니다.



1. 인체공학: 눈

안경 쓴 채로 사용 가능하다고는 하는데, 처음 박스 뜯고 안경 위에 착용했을 땐 도저히 못 버틸 만큼 뿌옇고 어지러워서 70만원 조졌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나 안경점 가서 렌즈가이드에 렌즈 맞춰다 끼워서 사용하니 또렷하게 잘 보이더군요.

눈이 매웠던 것도 퀘스트3과 Immersed의 밝기 조절 옵션을 못찾아서였고, 밝기를 조절하니 훨씬 나아졌습니다. (ㅎㅎ)

화면을 볼 때 발생하는 눈 피로의 원인 중 하나는, 원래 무의식적으로 되던 눈 깜빡이기가 눈에 밝은 빛을 쏟아내면 자동으로 안 되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VR의 경우는 빛을 눈 바로 앞에서 쏘기에 이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죠.

작업 전후로 인공눈물을 넣고, 45분마다 휴식을 취하고, 의식적으로 계속 눈을 깜빡거리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습관 들이는 걸 잘 하는 편인데 불편하게 느껴지는 분도 있겠군요.


1-1. 화질

동영상 캡처를 만들고 보니 시야가 제 체감보다 좁게 나왔네요. (특히 좌우가.) 고글 프레임이 보이긴 하는데, 평소 안경 사용자라 그런지 시야가 답답하다는 느낌은 크지 않습니다.

해상도가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는데 현실보단 (당연하지만) 저해상도입니다. 쓰는 동안은 덜 느껴지는데 벗으면 역체감이 있네요. 애플 비전은 퀘스트3보다 훨씬 고해상도라고 하니 아마 그 부분은 많이 나아졌을 것 같네요.




2. 인체공학: 착용감과 척추

처음에는 착용 방법을 정확히 몰라서 너무 헐렁했고, 3일차까지는 너무 꽉 조여서 얼굴이 아팠습니다. 일단 적절한 착용 방식을 찾고 나니 훨씬 낫더군요.

퀘스트3 무게는 500g을 살짝 넘습니다. 저는 오토바이를 타다보니 그 무게가 부담스럽진 않았습니다. 군용 헬멧(화이바) 무게가 1kg고 오토바이 헬멧은 좀 더 무거우니까 몸에 당장 큰 문제가 없다면 VR 기기의 무게로 문제가 생기진 않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보다 자세에 신경 쓰려고 노력하며 사용하고 있습니다.

자세만 본다면 일반 모니터보다 척추 건강에 훨씬 좋을 것 같습니다. 화면 위치와 크기를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물리 모니터였다면 불가능한 위치에 화면을 배치할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책상 위의 독서대 위에 책을 펴놓은 듯한 위치에, 타이핑하고 있는 손과 겹쳐지도록(!) 화면을 띄울 수 있죠.


...............................................


(영상이 구려서 죄송합니다... 지금의 저로서는 이게 최선입니다...)


3. 소프트웨어와 사용성

Immersed 앱을 퀘스트에 깔고, Immersed 홈페이지에서 에이전트를 받아 컴퓨터에 깔고 사용합니다. 이 앱은 기본적으로 무료고, PRO 구독 시 사용 가능한 화면 수가 3에서 5로 증가하는 등의 혜택이 있는데… 아직은 무료로도 충분한 느낌입니다.

앱을 실행하면 가상 공간에 들어갑니다. 내 방안 모습을 보면서 증강현실처럼 사용할 수도 있고, 키보드랑 손만 보이게 뚫어놓을 수도 있습니다. 화면을 3개까지 띄울 수 있고, 각 스크린의 크기와 해상도, 위치를 마음대로 조정 가능합니다. 해상도 옵션이 다양하고, 상당한 고해상도까지 지원하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맥북 에어의 경우 외장모니터로 판정되는 두 번째 화면부터 본격적인 고해상도 이용이 가능합니다. 커브드 스크린 옵션도 있는데 곡률도 원하는 대로 설정할 수 있고요.

컴퓨터와의 통신은 와이파이 공유기 또는 USB-C 케이블을 통합니다. 텍스트 작업에 문제 될만한 레이턴시 문제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Immersed의 경우 컴퓨터 화면의 마우스 커서가 우글거리는 현상이 있는데, VR 커서라는 옵션을 끄면 정상화됩니다.

Virtual Desktop 이라는 3.5만원짜리 앱이 있는데, 이쪽이 가장 인기가 많은 것 같아 한 번 써보고 싶은 마음이 있긴 합니다. 메타에서 제공하는 원격 데스크탑 앱은 악평이 너무 많아서 시도조차 안해봤네요.

퀘스트3은 자체 컨트롤러 또는 핸드 제스처로 조작합니다. 핸드 제스처가 살짝 불편합니다. 컴퓨터 작업할 때는 키보드랑 트랙볼만 만져서 퀘스트 컨트롤러를 집어들기가 불편하기 때문에 이점은 약간 불편하네요.

(어제는 자꾸 손 때문에 오동작이 났었는데 지금은 타이핑하는 동안에는 손 인식이 꺼져있네요.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편리합니다.)

한 가지 사소한 문제(?)가 있는데, 커서는 집게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거고 ’클릭’에 해당하는 핸드 제스처는 엄지-검지를 찝는 겁니다. 그래서, 정확한 위치에 커서를 가져가서 클릭을 하려다 보면 아주 자연스럽게 ‘그 손가락’ 동작이 나옵니다. ㅎㅎㅎ


3-1. 동영상 문제

Immersed를 통해 PC에서 넷플릭스를 재생할 수는 없네요. 아마 불법 공유 방지 장치에 걸리는 것 같습니다. 가상 데스크탑 앱이 화면 캡처 메커니즘을 사용하기 때문일 듯하네요. 단, 메타 퀘스트3 자체 브라우저로 보면 됩니다.


4. 휴대성

퀘스트3이 휴대기기로 분류되진 않는 듯합니다. 캐링 케이스(2.5만원)의 크기만 봐도 휴대가 부담스러워지죠. 하지만 대형 트리플 모니터라고 생각하면 반대로 휴대성이 대단히 뛰어난 듯 느껴집니다. 그런 다중 모니터가 필요한 작업을 집 밖에서 해야 하는 사용자라면 들고 나가는 것도 충분히 고려해볼만 할 것 같습니다.

화면이 나한테밖에 안 보이기 때문에 프라이버시도 보호됩니다. 저는 평소에는 나갈 일이 없고 밖에서 일할 때는 그냥 맥북 화면으로 때우기는 하는데, 카페에서 퀘스트를 사용해 작업하면 왠지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네요.




5. 전반적인 만족도, 앞으로 해봐야 하는 것들

타임라인에 적었듯이, 공간 문제와 타이핑할 때 모니터 흔들리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두 가지는 확실하게 해결된 것 같고, 훨씬 편한 자세로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전반적으로 만족합니다. 반대급부로 눈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지만 감수할 만한 것 같습니다.

퀘스트3이 아니라 보다 저렴한 3S를 샀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렌즈 방식이 다릅니다. 3이 눈의 피로가 더 적은 방식이라고 하더라고요. 요걸로 해보고 싶은 다른 일들도 있어서 일단 합리적 소비였는지에 대한 고민은 그만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오큘러스 창업자가 만든 Visor라는 헤드셋이 내년 출시 예정인데, 발매 중이었으면 이걸 샀을 것 같습니다. 보다 업무 용도에 특화된 제품 같더군요.)

엘리트 스트랩이라는 걸 구입해서 얼굴에 고정하는 끈을 교체할 수 있습니다. 만만한 가격은 아니긴 한데 착용감이 크게 개선된다고 해서 구입해볼 생각입니다.

아직 완전히 모니터를 치우지는 않았습니다. 퀘스트3과는 직접 관계는 없는 방안 세팅을 몇가지 바꿔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본 배터리 사용 시간이 2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컴퓨터에 유선 연결을 하면 화면 공유와 충전이 함께 이뤄진다면 좋겠지만 어쩐지 그렇지 않을 것 같네요.  저는 레이턴시를 줄여야할 필요는 없어서 큰 문제는 아닌데, 컴퓨터에 연결하든 충전기에 연결하든 충분히 긴 USB-C 케이블을 하나 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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