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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5/04/08 14:07:57
Name   명동의밤
Subject   깨끗시티 깜찍이 이야기
옛날옛적에 ‘깨끗시티’라는 깔끔한 도시가 있었습니다. 이 도시는 길거리를 항상 반짝이게 유지하고 싶어 ‘거리 깨끗’ 규칙을 만들었어요. 쓰레기를 그냥 버리면 과태료를 부과하고, 담배꽁초를 버리면 높은 벌금을 물게 하는 등 거리를 깨끗하게 하기 위한 규칙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도시에 ‘깜찍이’라는 별명을 가진 한 아이가 있었어요. 이 아이는 기상천외한 짓을 하기 시작했어요.

봉투 미스터리
처음에 있었던 '거리깨끗' 규칙은 “쓰레기는 반드시 봉투에 담아 버려야 한다”는 규칙이었어요. 그런데 깜찍이는 이 법을 "봉투 속에 담겨 있으면 뭐든 합법적으로 쓰레기통 근처에 놓아둘 수 있다"고 주장했어요. 일부러 빈 깡통, 무거운 고철 덩어리, 빈박스 따위를 봉투에 모두 쓸어 담고 또 쌓아올려 쓰레기통 위에 산더미처럼 쌓아 올렸어요. 쓰레기는 건물 키를 훌쩍 넘길 정도였어요. 시 당국은 “쓰레기 봉투는 쓰레기통 안에 들어갈 크기로 제한하고, 모든 봉투는 밀봉된 상태여야 한다”라는 새로운 규범을 추가했답니다.

밀봉 악취
새로운 규범이 생기자 ‘깜찍이’는 또 다른 기행을 시작했어요. “봉투는 반드시 밀봉해야 한다”라는 문구를 착안해 쓰레기를 밀봉하되 안에 썩기 쉬운 물질들만 넣어서 길게 방치했어요. 큰 사고 없이도, 봉투 안에서 부패가 빠르게 진행되도록 설계(?)한 것이에요. 밀봉된 봉투는 규칙상 문제가 없지만 그 내부에서 한껏 발효된 쓰레기가 봉투가 조금만 찢어져도 지독한 악취를 뿜어냈지요. 그리고 봉투가 너무 부풀어 터지도록 만든 다음 배출 시간에 맞춰 몰래 쓰레기통 근처에 놔두곤 했어요. 시 당국은 “쓰레기는 밀봉하고 특별 수거 팀이 부패성 물질을 신속 처리하도록 하며, 지정된 시간보다 일찍 내놓는 행위는 금지”라는 규범을 또 추가했어요.

지정된 시간의 함정
새 규범으로 인해 사람들은 쓰레기를 마음대로 미리 내놓을 수 없게 되었어요. 쓰레기는 수거 직전 시간에만 내놓도록 되어 있었고 지정된 수거 시간이 지나면 바로 가져가므로 길거리가 더럽혀질 틈이 줄어들었답니다. 하지만 ‘깜찍이’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들은 “정해진 시간에 모양만 쓰레기가 아닌 것처럼 보이는 물건”을 가져다가 길에다 잔뜩 배치하는 방법을 택했어요. 예를 들어, 쓰레기처럼 보이지 않는 인형이나, 여기저기서 모아온 깨진 자전거 부품들을 “예술 작품 설치”라는 이름으로 몰아서 쌓은 것이에요. 시 당국은 “공공장소에 물건을 설치할 때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며 예술 전시는 정식 등록된 예술품에만 허용한다”라는 까다로운 규범을 도입했지요.

허가받은 '더러움'
새로운 규범이 시행되자 이젠 누구라도 공공장소에 물건을 전시하려면 시청에서 허가를 받아야 했어요. 하지만 ‘깜찍이’는 또 다른 방법을 생각해 냈지요. 정식으로 허가받아 설치하겠다고 시청에 제출한 것은 거대한 ‘쓰레기 아쿠아리움’이었다. 바닥이 투명한 상자를 겹겹이 쌓아서 그 안에 다양한 폐품들을 “물고기처럼” 띄워놓는 컨셉이었어요. “지저분하지만 예술적 시도를 통해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역설한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서 허가를 받고 말았지요.


다음 날도 깜찍이는 유유히 나타나 쓰레기 봉투가 잔뜩 들어 있는 손수레를 끌고 천천히 거리 한복판으로 들어섰습니다. 봉투 안에선 악취가 풍겨 나오고, 일부는 이미 찢어져 길바닥에 진득한 액체를 흘렸지요. 그러자 지나가던 행인 몇몇이 코를 막고 살짝 곁눈질했지만, 모두들 얼른 발걸음을 재촉할 뿐이었습니다. 그중 한 사람이 잠시 멈춰 서서 눈살을 찌푸렸지만, 이내 어깨를 으쓱하며 중얼거렸습니다.
“규칙을 어긴 건 아니니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깜찍이는 부풀어 오른 봉투 하나를 번쩍 들어 쓰레기 더미 꼭대기에 올려놓았습니다. 봉투는 위태롭게 흔들리다 바람에 스치면 터질 듯 부풀어 있었지만 아무도 나서서 말리지 않았어요. 그렇게 순식간에 쓰레기 더미는 다시 키를 넘을 만큼 솟아올랐습니다. 이를 본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시는 대체 뭘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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