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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4/12/08 15:36:14 |
Name | 명동의밤 |
Subject | 무분별, 무책임 |
이 글은 소위 말해서 [긁혀서] 쓰는 글입니다. 무엇에 긁혔을까요? 우선 12월 3일 10시 40분에 저는 계엄령 소식을 알았습니다. 그 때 한 번 긁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곧이어 11시 30분에 계엄사령부 포고문을 보았습니다. 그 포고문은 첫 번째 조항부터 자신의 목표를 분명히 했습니다. 1.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네, 반헌법 독재이지요. 곧이어 군인들이 국회로 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 때 두 번 긁혔습니다. 곧이어 어제 저녁에는 윤석열이 국지전을 기획했다는 주장들이 나왔습니다. 민주당은 10월에 방첩사령부 기획으로 북한에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했습니다. (https://news.jtbc.co.kr/article/NB12226427?influxDiv=JTBC) 계엄 일주일 전에는 김용현 당시 국방장관이 '오물풍선 원점타격'을 지시했다고 MBC가 보도했습니다.(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2868) 저는 예비군이기 때문에 저 말들이 실현되었다면 제 삶에 무슨 일이 벌어졌을 지 압니다. 이 때 저는 세 번 긁혔습니다. 저는 어제 제 연인과 여의도 시위에 나갔습니다. 꼼꼼하고 아름답고 또 귀여운 제 연인은 목도리, 핫팩, 보조 배터리, 촛불 대용 LED등 따위의 물건 목록을 준비하고 이동경로를 점검했습니다. 시위를 나가자는 제안도 연인이 먼저 했지요. 저는 연인이 말하지 않았다면 혹시라도 있을 정치 갈등을 피하기 위해 제안조차 하지 않고 혼자서 나갔을 것입니다. 현장에는 (10)2030 여성들이 많았습니다. 이 표현을 계속 반복해서 쓰는데, 젊다 못해 어리다고 표현해도 될 만한 분들이었습니다. 그 자리 그 순간에 계신 분들은 제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바로 느끼실테지요.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아이돌 응원봉을 든 모습은 그 집회에서 가장 전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정말 솔직하게, 제 나이대(90년대생) 제 성별을 가진 분들은 흔하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자기자신이 속한 사회 지표(성별, 나이, 학력, 지역)를 '정체성'으로 정의한 집단(영호남 등 지역민들, 65세 이상 노인층, 586 운동권, 40대, 젊은 여성층, 젊은 남성층)이 있을 겁니다. 그 집단 가운데 시위현장은 65세 이상 노인분들과 함께 가장 덜 전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여기에 네 번째로 긁혔습니다. 그 날 저녁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건희 특검에 (주로 반대) 표결을 한 뒤 자리를 떠났습니다. 탄핵안 투표를 원천봉쇄하기 위함입니다. 저는 이 때 다섯 번 째로 긁혔습니다. 결국 이 글은 다소간에 긁혀서 쓴 글이라 감정이 묻어있습니다. 그러나 너른 양해를 구합니다. 제가 뽑지 않은 대통령이 독재를 시도했고, 제가 뽑지 않은 국회의원들이 내란을 시도한 대통령 직무정지를 막은 걸 보았으니까요. 제가 극단적 상태에 따른 심신미약이라 해도 좋습니다. 국민의힘이 계엄령을 선포했던 대통령에게 발휘했던 측은지심을 저에게도 가져주신다면 저도 보답할 길이 있지 않겠습니까? 말하고 싶은 건, 왜 이렇게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사람이 많은걸까요? 무엇이 무분별할까요?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걸 가리지 않는 게 무분별합니다. 자기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걸 막상 제대로 챙기지 못해도 무분별합니다. 무엇이 무책임할까요? 자신의 의무와 권리를 올바로 챙기지 않는 게 무책임합니다. 권리가 일종의 공공재라고 친다면, 그 권리에 벌어지는 '공유지의 비극'을 방치하는 게 무책임합니다. 그렇다면 저는 이 심신미약 상태로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요? 많은 사람들이 무엇에 대해 무분별하고, 무책임하다고 말할까요? [민주당을 정당한 권력을 가진 경쟁자로 인식하지 못하는 태도], 나아가 [적대세력으로 규정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윤석열은 대선 후보 시절에 이재명 후보를 "확정적 중범죄자"로 말하며 1:1 토론을 거부했습니다. 전두환에게 공이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이 되고서는 대국민 담화에서 일괄되게 민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지칭했습니다. 저는 이것이 굉장히 위험한 징조라고 생각했습니다. 저의 이런 생각은 계엄령으로써 현실이 되었구요. 계엄령까지는 예상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윤석열이 보인 메세지가 위험했음을 인식하지 못했다면 이는 무분별합니다. 대선후보나 대통령이 반헌법 징조를 보이면 국민들은 여론과 지지율로 이를 경고해야 합니다. 대통령 지지율 변동은 이런 워딩 이슈로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유튜브 영상, SNS, 주류 인터넷 커뮤니티는 이를 외면하거나 심지어 옹호했습니다. 반헌법적 발언을 일삼았습니다. 이는 무책임합니다. 윤석열은 채상병 사건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습니다. 채상병은 2023년 7월 19일 폭우 사태에 무족한 장비와 무리한 조건으로 수색 하다가 급류로 실종되어, 14일만에 발견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윤석열은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습니다. 해병대 수사단 박정훈 대령은 민간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에서 사령관을 제외하라는 명령에 거부하다가 항명죄 적용을 받습니다. 이러한 사태가 첫째로는 윤석열이 군장병 인권에 관심이 없다는 점, 둘째로는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를 가능성을 읽지 못했다면 이는 무분별한 일입니다. 윤정훈 대령이 3년 선고를 받던 순간 SNS는 조용했습니다. 채상병 사건과 비슷한 시기 훈련소 가혹사 의혹 사건에는 댓글과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이 분기탱천해서 페미니스트들과 문재인 정부를 욕했지요. 정량적 수치 기준으로 모 사이트 기준으로 채상병 사건은 100개 반응도 넘기지 못했으나, 이 사건에는 300개가 넘는 반응을 보일 정도였습니다. 자기 자신이 정한 기준(군인은 신성하다)조차 편향적으로 분노하는 모습이 바로 무책임입니다. 이러한 태도는 국회 진입 반란에서 용감하게 군인을 막아선 사람을 욕하는 기이한 사태로 이어졌습니다. 위에서 채상병 사건을 묘사하면서 '의혹'이란 단어를 썼습니다. 의혹이란 근거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겁니다. 그러나 근거가 충분하지 못한 건 의혹이 진실되지 못해서가 아니라, 검찰와 경찰이 침묵하고 특검을 거부해서 일 수 있습니다. 검찰이 편파적으로 수사하고, 적당히 수사하는 모습을 흘려듣거나 심지어 전적인 민주당 책임으로 하는 분들이 적지 않게 있었습니다. 이는 무분별합니다. 이러한 사태가 반복되어도 일부 언론과 일부 사람들은 야당 잘못, 혹은 기계적 양비론 및 침묵으로 대응했습니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무책임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김건희 특검만 부결시키고 탄핵 의결에는 빠져나가는 모습]으로 증명했습니다. 행동주의 심리학자 스키너는 말했습니다. "행동은 결과"의 함수라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그런 행동을 했던 건 상황만 모면하면 어떻게든 여론에서 수습해준다는 점을 학습시켰기 때문입니다. 대장동 사건에는 화천대유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이들은 개발 이득을 거둔 다음 직원들에게 50억이라는 퇴직금을 나누어주는 식으로 보상했습니다. 그 50억 퇴직금을 받은 사원들은 권력자들의 아들딸들이었습니다. 혹은 직접적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으로도 수사가 진행중입니다. 박근혜 탄핵을 이끈 박영수 특검,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문재인 저격수' 곽상도 전 의원이 대표적입니다. 곽상도는 1심 무죄가 나왔구요. 그 배경에는 이명박 정부와 성남시 의회에서 시작된 개발 의혹이 지목됩니다. 사법부와 국민의힘이 이권으로 묶인 거대한 권력 카르텔이 있음을 암시함을 몰랐다면 무분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50억 무죄 동안 언론 이슈도, 하다못해 SNS 이슈도 제대로 되지 않아서 언제건 이 카르텔이 결탁해서 민주 질서를 파괴할 토양을 키웠습니다. 수많은 밈과 이슈를 낳았지만 결국 자녀 학력문제로 대법원 일정을 앞둔 조국 때 여론과 비교하면 이는 무책임입니다. 요약하겠습니다. 윤석열은 민주당을 적대세력으로 규정합니다. 말과 행동이 그러합니다. 이 행동이 계엄령 사태를 일으켰고, 민주당을 배제하고 국민의힘 권력 이양을 말하는 토대가 되었습니다. 윤석열은 군인을 챙기지 않고, 자신의 권력에 맞서면 항명을 들먹이며 권력으로 탄압합니다. 이런 생각은 군대로 국회의장과 야당 당대표를 체포를 한다는 발상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군인들에게 정상적인 항명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윤석열은 검찰 권력을 통해서 본인 권력을 키우고 지켰습니다. 국민의힘은 나아가 이권 카르텔을 통해 다른 권력과 강하게 결탁하였습니다. 이런 과정은 내란 사태 때 국회가 아닌 국민의힘 당사에 모여있던 50여명 의원들과, 어제 탄핵에 일치단결하여 일어나던 국민의힘 의원들의 모습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모든 것에 적지 않은 사람들은 '민주당만 욕하면 그만이야'로 넘어갔습니다. 이 태도는 '민주당을 적군으로 대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며, 지금도 크게 버릴 생각이 없습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지금도 그런 태도를 보입니다. 반란군들조차 이해하는 사람들이 군인들의 국회 침입에서 안귀령을 가장 크게 욕합니다. 민주당 의원들이 목숨 걸고 국회에 모여도 '정치인들이 그놈이 그놈'이란 말을 합니다. 윤석열이 내려오지도 않았는데 '이재명은 다음 대통령으로 싫은데'라고 말합니다. 시위 현장에는 이런 태도를 가장 크게 가졌을 법한 인구통계학적 집단이 가장 적게 나타났습니다. 윤석열이 처음부터 지금까지 보인 모든 과정은 어떤 파탄을 예고하고 있었습니다. 무분별하게 그 위험 징후를 무시하고, 무책임하게 그 위험 징후를 여론으로 보여주지 않은 어떤 태도가 있습니다. 그 모든 태도는 현재도 진행형입니다. 격한 글 죄송합니다. 다시금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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