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4/10/13 00:01:26
Name   당근매니아
Subject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가장 역겨웠던 전시
여행 중 겪은 일들 중 이야기로 남기고 싶은 것들이 이것저것 있는데, 일단은 한가지만 간단하게 쓰려구요.

이번에 늦은 여름휴가를 이태리로 잡은 김에, 이틀 일정으로 비엔날레를 살펴봤습니다.

저도 이번에 처음 가보고 알게 된 거지만, 베니스 비엔날레는 메인전시관이 있고 각 국가별 전시관이 따로 있더군요.
메인전시관보다는 국가별 전시관이 자존심 대결 같은 느낌도 있고 전시 내용도 충실했습니다.

한국관은 향을 주제로 삼아 후각을 이용한 전시를 시도했는데....
사실 비엔날레 전시관에 안 맞는 방식의 전시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에 몇명 안오는 안국동 갤러리였다면 충분히 괜찮은 전시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다른 전시관들 대부분이 시각, 청각에 의존하는 상황이고, 미각, 촉각은 대규모 전시에 활용하기 어려우니, 남은 후각을 자극해보자는 의도가 재밌었거든요.

하지만 실제로는 한시간에도 수백명이 오가는 전시장이다 보니 주기적으로 뿌리는 향은 출입구로 다 날아가버리고,
서양인들이 체취도 강하고 데오드란트나 향수도 세게 쓰다 보니, 그 향에 전부 묻혀서 전시대상인 향을 느끼기도 어려웠습니다.
상주하고 있던 작가님도 우연하게 지나치기도 했는데 여러모로 아쉬웠네요.

쭉 보다가 인상 깊었던 건, 스페인관이 아프리카 식민지 운영에 관한 처절한 자기 반성을 주제로 삼았다는 점,
네덜란드는 자기관을 통째로 콩고쪽 단체에 빌려주고 플랜테이션 농업과 과거 식민지배에 대한 비판 메시지를 담아낸 점,
반면에 정작 원주민들 손발 자른 걸로 악명 높은 벨기에관은 저 둘 사이에 껴서는 세상 쌩뚱맞은 전시를 했다는 점이 있겠습니다.

우크라이나관은 그냥 현재의 시가지를 비디오로 찍어 걸어놓는 것만으로도 뭐... 설명이 필요 없었네요.

그리고 가장 역겨운 전시는 이스라엘관이었습니다.
찾아보니 관련 기사가 있어서, 사진은 아래 링크를 참조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전시 보러 간 당시에 이스라엘관 앞에 집총한 군인들을 세워놔서 함부로 사진 찍을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었거든요.

https://www.yna.co.kr/view/AKR20240417005951109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스라엘관 전체를 닫아잠그고는 "이스라엘관의 작가와 큐레이터는 휴전과 인질 석방 합의가 이뤄지면 전시관을 열 것이다"라는 문구를 걸어놨습니다.
그러고는 전시관 테러가 우려된다면서 군인들을 세워놓았고, 공교롭게도 이스라엘관이 미국관 바로 옆이더라구요.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이스라엘의 귀책이 상당부분 있다고 보는 입장에서는, 참 꼴보기 싫은 광경이었습니다.



5
  • 이 글은 유익하며 생각할 점이 많은 글이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5503 정치선거에 이기는 방법은? 5 닭장군 25/06/08 1924 4
15502 게임[LOL] 6월 8일 일요일의 일정 9 발그레 아이네꼬 25/06/07 1204 0
15501 게임[LOL] 6월 7일 토요일의 일정 1 발그레 아이네꼬 25/06/06 1130 0
15500 일상/생각쳇가) 도끼의 언어와 AI의 언어 1 알료사 25/06/06 1394 2
15499 정치대법관 늘리는 부분이 충분히 숙의가 필요한 이유. 21 kien 25/06/06 2515 8
15498 스포츠지구역사상 최악의 야구팀을 볼수있는 기회 1 danielbard 25/06/06 1993 9
15496 정치다수파의 교체는 어떻게 가능한가? 2 meson 25/06/04 1639 8
15495 정치대선 후기 12 알탈 25/06/04 2069 6
15494 도서/문학(마감) 그림책 나눔합니다 27 왕킹냥 25/06/04 1762 18
15492 정치오냐오냐가 내 세대 특정 계층을 망쳤다 40 명동의밤 25/06/04 3906 17
15491 정치개표 참관 후기 5 dolmusa 25/06/04 1865 19
15490 정치대선 결과 소회 9 사슴도치 25/06/04 1835 10
15489 정치오늘 아침 정치뉴스 2가지 보고..(득표율, 총리) 4 Picard 25/06/04 1882 0
15488 정치두서없는 선거 소회 8 내알아할게요 25/06/04 1793 15
15487 정치문재인정부 시절의 실수를 반복하면 안됩니다. 34 닭장군 25/06/04 2556 4
15486 게임[LOL] 6월 4일 수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5/06/04 1055 0
15485 정치20년 전의 망상이 설마 진짜로 실현될 것인가? 8 닭장군 25/06/03 1997 0
15484 정치[불판] 제21대 대선 60 이이일공이구 25/06/03 2656 0
15483 일상/생각내란 밤 이야기 거소 25/06/03 1602 38
15482 일상/생각처음으로 주택을 매수했습니다. 15 right 25/06/03 1715 17
15481 꿀팁/강좌만화와 애니를 추천드립니다 19 흑마법사 25/06/02 1815 9
15478 일상/생각최근 AI 툴 사용 방식 변화와 후기 6 kaestro 25/06/01 2136 6
15477 정치이재명/민주당/의원/지지자들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 25 kien 25/05/31 2611 0
15476 일상/생각와이프한테 야설쓰는거 걸렸습니다. 10 큐리스 25/05/31 2738 6
15475 정치『오염된 정의』 - 김희원의 정의는 깨끗한가? 5 meson 25/05/31 1849 12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