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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4/08/20 08:35:04수정됨 |
Name | 바방구 |
Subject | 신간 두 권 소개하고 싶습니다. |
정치적 성향이든 취향이든 드러내는 게 살짝 두렵지만 아주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면 좋겠어서 신간 두 권만 소개하고 싶읍니다 https://naver.me/FjbkDtIm 김원영 작가 신간이고 <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 신체 장애인으로서 자기 몸 안에 갇혀 있지 않고 여러 의미에서 '밖'으로 나온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전작, 특히 저는 그의 첫 책을 아주 무릎을 치고도 물구나무서기하고 껴안을 정도로 좋아하는데 그가 보여주는 통찰과 '정상인 세계'를 넘어서는 사유가 기가 맥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책도 못지 않습니다 https://naver.me/FlZzMjFI 이반지하 작가의 신간입니다 <이반지하의 공간침투> 퀴어 여성이자 아티스트인데 저는 지금껏 작가와 같은 예술가를 본 적이 없습니다. 헤테로 사회에서 자꾸 존재에 대해 설명을 요구받는데, 그걸 아주 시크한 블랙유머로 받아칩니다. 그가 퍽이나 진지하게 내놓은 인터뷰(한예종 유튜브)를 보기 전엔 그게 그가 선택한 부캐 캐릭터인 줄 알았는데 사회적 맥락에서 어떤 의미인지 설명을 듣곤 역시 무릎치고 뒤로 굴렀습니다. 그의 글을 읽을 때면 웃겨서 내장이 막 웃습니다. 입은 안 웃고요ㅡ 진짜 신기한 경험입니다. 그가 살아낸 고백들에는 고개가 숙여지고요. 역시 저는 그의 전작을 모두 좋아합니다. 특히 첫 책에서는 한 장을 넘기고 또 아껴 읽고 또 돌아가 읽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 책도 그렇습니다. 많이 팔렸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으로선 제가 좋아하는 작가에 대한 유일한 응원법이라 친구들에게 선물해주고 있습니다. 관심 있으시면 꼭 사보시면 좋겠읍니다. 관계자 아닙니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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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장애인 무용수의 공연을 보았다. 처음 본 장애인 무용수의 움직임은 인상적이었으나 아름답지는 않았다. 이념만으로는 정당화할 수 없는 명백한 ‘능력’의 차이가 장애인 무용수와 비장애인 무용수 사이에, 나와 비장애인 친구들 사이에 존재했다. 춤 따위에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몸에 주의를 기울이기보다는, 언어와 규범의 세계에서 교양과 전문성으로 무장한 어른으로 살고자 애썼다.
삶은 예측할 수 없다. 그런 내가 이제는 휠체어도 없이 어슬렁어슬렁 기어서 무대에 오르고 내린다. 몸을 움츠려온 긴 시간을 깊이 후회한다. 몸을 움직... 더 보기
삶은 예측할 수 없다. 그런 내가 이제는 휠체어도 없이 어슬렁어슬렁 기어서 무대에 오르고 내린다. 몸을 움츠려온 긴 시간을 깊이 후회한다. 몸을 움직... 더 보기
어느 날 장애인 무용수의 공연을 보았다. 처음 본 장애인 무용수의 움직임은 인상적이었으나 아름답지는 않았다. 이념만으로는 정당화할 수 없는 명백한 ‘능력’의 차이가 장애인 무용수와 비장애인 무용수 사이에, 나와 비장애인 친구들 사이에 존재했다. 춤 따위에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몸에 주의를 기울이기보다는, 언어와 규범의 세계에서 교양과 전문성으로 무장한 어른으로 살고자 애썼다.
삶은 예측할 수 없다. 그런 내가 이제는 휠체어도 없이 어슬렁어슬렁 기어서 무대에 오르고 내린다. 몸을 움츠려온 긴 시간을 깊이 후회한다. 몸을 움직이는 일은 꽤 즐거울 뿐 아니라, 예상보다 잘할 수도 있었다. K팝 댄스를 추거나 발레무용수들처럼 움직일 수는 없다. 여전히 2000년대 중반 그 동아리방, 술자리, 캠퍼스 한가운데로 돌아간다면 나는 장애가 없는 친구들에 비해 ‘효율적으로’ 어떤 일을 해낼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각자의 한계가 있다. 그러나 춤추고 춤추는 몸을 가까이서 볼수록, 함께 춤을 출수록 (미약하게나마) 몸이 간직한 어떤 ‘힘’을 느낀다.
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 | 김원영 저
두 페이지만에 너무 좋네요 ㅠㅠ
저는 인지 또는 신체 기능이 극도로 낮아서 입을 스스로 벌리기 어려워하고 따라서 당연히 스스로 이를 닦을 수 없는 분들을 자주 만나는데 그 분들이 물 한 모금을 삼키려고 하는 혀와 뺨과 목의 움직임에서도 몸이 간직한 어떤 힘을 느껴요.
쭉 읽어가볼게요~~^^
삶은 예측할 수 없다. 그런 내가 이제는 휠체어도 없이 어슬렁어슬렁 기어서 무대에 오르고 내린다. 몸을 움츠려온 긴 시간을 깊이 후회한다. 몸을 움직이는 일은 꽤 즐거울 뿐 아니라, 예상보다 잘할 수도 있었다. K팝 댄스를 추거나 발레무용수들처럼 움직일 수는 없다. 여전히 2000년대 중반 그 동아리방, 술자리, 캠퍼스 한가운데로 돌아간다면 나는 장애가 없는 친구들에 비해 ‘효율적으로’ 어떤 일을 해낼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각자의 한계가 있다. 그러나 춤추고 춤추는 몸을 가까이서 볼수록, 함께 춤을 출수록 (미약하게나마) 몸이 간직한 어떤 ‘힘’을 느낀다.
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 | 김원영 저
두 페이지만에 너무 좋네요 ㅠㅠ
저는 인지 또는 신체 기능이 극도로 낮아서 입을 스스로 벌리기 어려워하고 따라서 당연히 스스로 이를 닦을 수 없는 분들을 자주 만나는데 그 분들이 물 한 모금을 삼키려고 하는 혀와 뺨과 목의 움직임에서도 몸이 간직한 어떤 힘을 느껴요.
쭉 읽어가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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