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4/05/13 20:51:12
Name   danielbard
File #1   i15061595227.jpg (46.9 KB), Download : 0
Subject   삽자루를 추모하며


https://youtu.be/x04OBbi4eQ0?feature=shared

형부터 시작해서 3남매 모두 다른건 다 잘했으나 수학을 못했다.

6차 교육과정 마지막 형은 불수능의 특혜를 받아서 수학의 빈자리를 다른 과목들로 메웠으나, 계속 수학은 절었다고 했다.

누나는 결국 수리를 극복 못해서 지거국을 갔다가 편입으로 인서울 중상위권 대학을 들어갔다.

형과 8살 차이났던 나는 어렸을때는 알지 못했으나, 서울 사립대학 2개의 등록금을 내야했던 어머니는 일을 다시 시작했다.

중-고등학교는 광주 최고 꼴통 학군이라서 학교선생님들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름 반에서 3손가락 안에 들었지만 이정도 모의고사 성적으로는 인서울 하위권 겨우 갈 성적이었다.

수학학원에 다녔으나 계속 수학은 극복이 되지 않았다. 그해 고1 12월 전국모의 3등급을 맞고 엄마는 이렇게 할거면 지거국 가서 아빠일을 물려받던지 니 알아서 하라고 했다.

그때 디씨인사이드 수능(인강?)갤러리에서 한 인증글이 올라왔다. "수포자의 구세주 삽자루로 1등급 찍었다 ㅋㅋ"

바로 비타에듀를 켜서 맛보기를 보고 엄마한테 사달라고 했으나, 엄마가 너랑 안맞으면 어떡할거냐고 했다.

다음날 PMP로 인강듣던 친구놈한테 물어봤다. 이거 얼마냐? 야 XX디스크에 다있어 다운받아서 보면돼

그날로 코원 PMP를 엄마한테 사달라고 하고 XX디스크에 5만원을 충전해서 둠강을 보기 시작했다. SJR의 정석을 다 다운받고 책은 중고나라 제본본을 샀다.

SJR의 정석 풀이를 시작하고 문과로 들어간 나는 내신 수리 1등급을 놓친적이 없었다. 모의고사도 거의 1~2등급이 나왔다. 엄마는 서울대까지는 어려워도 인서울이나 국립대는 갈수 있지 않겠냐고 했다. 그리고 고2 겨울방학이 되었다.

삽자루 선생님은 본인 회사에 소속된 강사 강의 모두를 1년간 들을수 있는 프리패스를 30?40?만원에 풀어줬다. 이 프리패스 하나면 언어부터 탐구까지 모두 들을수 있었다. 엄마한테 졸라서 그거하나 사고 1년을 버텼다. 보란듯이 내가 목표로 했던 상위권 국립대학교에 붙었고, 엄마는 겨울에 김장을 하다가 기뻐서 우셨다.

그리고 프리패스 이벤트에 당첨되어 당시 유럽에서 여행사업을 하던 SJR민박과 연계해 일정 부담금을 내고(70만원 가량) 15일동안 유럽을 보내주셨다. 인천공항에서 집결하였는데 그때 삽자루 선생님이 나오셨다.

"얘들아 목표하던 대학을 갔던 안갔던 시야를 넓히고 와라. 나는 바쁘고 늙었으니 너희들이라도 해라"

유럽여행을 같이갔던 사람들과는 아직까지도 연락하고 있다. 오늘 뉴스 소식이 나오자, 서울사는 사람들은 이미 모여서 세브란스로 간다고 했다. 나는 연세대학교 장례식장 홈페이지에서 비대면 조문을 하였다.

오랫동안 빌어먹게 신세 많이졌습니다. 서울시립승화원 가서 찾아뵙겠습니다.



27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4705 일상/생각기계 번역의 성능 향상이 번역서 품질의 저하를 불러오지 않았을까 하는 가설 4 nothing 24/05/27 1342 3
    14703 일상/생각고민게시판이 없네요 / 이혼 고민. 15 냥냥이 24/05/26 1921 0
    14702 일상/생각아직은 아들놈도 귀여운 나이입니다. 큐리스 24/05/24 1238 5
    14699 일상/생각와이프한테 핫스팟 얘기했다가 ㅋㅋㅋㅋㅋ 17 큐리스 24/05/23 2247 2
    14683 일상/생각작고 소중한 28회의 클릭 2 kaestro 24/05/16 1018 4
    14681 일상/생각비어있는 공백기가 아니라 충만한 탐색기(1) 4 kaestro 24/05/15 1179 2
    14674 일상/생각삽자루를 추모하며 3 danielbard 24/05/13 1327 27
    14672 일상/생각인체공학을 염두에 둔 내 pc용 책상 세팅(2) 4 kaestro 24/05/12 1130 0
    14671 일상/생각요즘에는 은근 아껴쓰는거 같네요. 14 아름다울 24/05/12 1798 0
    14668 일상/생각인생 첫 신차 구매 여정 브리핑 15 삼유인생 24/05/11 1454 0
    14655 일상/생각정리를 통해 잠만 자는 공간에서 나로써 존재할 수 있는 공간으로 6 kaestro 24/05/07 1188 2
    14654 일상/생각인간관계가 버겁습니다 12 janus 24/05/07 1523 1
    14640 일상/생각합격보다 소통을 목표로 하는 면접을 위하여(2) - 불명확한 환경에서 자신을 알아내기 위해 안전지대를 벗어나고, 이를 꾸며서 표현하는 방법 kaestro 24/05/02 937 2
    14637 일상/생각합격보다 소통을 목표로 하는 면접을 위하여(1) - 20번의 면접을 통해 느낀 면접 탐구자의 소회 4 kaestro 24/05/01 1110 4
    14633 일상/생각그래서 고속도로 1차로는 언제 쓰는게 맞는건데? 31 에디아빠 24/04/30 1820 0
    14632 일상/생각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 비사금 24/04/29 1563 0
    14629 일상/생각방문을 열자, 가족이 되었습니다 9 kaestro 24/04/29 1319 10
    14624 일상/생각5년 전, 그리고 5년 뒤의 나를 상상하며 6 kaestro 24/04/26 1261 3
    14619 일상/생각나는 다마고치를 가지고 욕조로 들어갔다. 8 자몽에이슬 24/04/24 1494 17
    14618 일상/생각저는 외로워서 퇴사를 했고, 이젠 아닙니다 18 kaestro 24/04/24 2006 17
    14604 일상/생각개인위키 제작기 6 와짱 24/04/17 1700 13
    14599 일상/생각가챠 등 확률성 아이템이 있는 도박성 게임에 안 지는 방법 21 골든햄스 24/04/12 2101 0
    14589 일상/생각지난 3개월을 돌아보며 - 물방울이 흐르고 모여서 시냇물을 만든 이야기 6 kaestro 24/04/09 1078 3
    14588 일상/생각다정한 봄의 새싹들처럼 1 골든햄스 24/04/09 1078 9
    14587 일상/생각탕후루 기사를 읽다가, 4 풀잎 24/04/09 1258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