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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4/01/31 22:46:44
Name   danielbard
Subject   역사 관련 책들을 안읽게 된 계기
어렸을때 저희세대는 먼나라이웃나라와 전략삼국지를 필두로 만화 역사책을 시작으로 이문열삼국지, 로마인이야기 등등 역사책 광풍이 불던 시기였습니다. 이후 수능치고 갓 대학교 들어가기전 일본 친척분들에게 인사를 갔는데..

아직도 잊을수 없는 근현대 대한민국 현장 체험담을 듣게됩니다. 이후 음슴체로

(당숙이 기타큐슈 인근 무나카타라는 곳에 아직 거주중이심, 작은할아버지는 당연히 돌아가심)

설명을 드리자면 증조할아버지는 몰락한 양반(사실 조선후기라 믿기어려움)이라 상그지 소작농따리였고

그와중에 4명의 아들을 낳았는데 셋째였던 우리할아버지 2살에 돌아가심(이유 당연히모름)

증조할머니마저 13살에 돌아가시고 악덕 지주집에서 걍 노비살이를 시작하게됨. 그러다가 조선에 슬슬 일본인 지주들이 생기기 시작하였음

근데 일본인 지주들이 소작농들한테 주는 페이가 훨씬좋았음. 나이많은 양반들이야 당연히 일본인들에 대한 반감이 앞섰지만 할아버지를 포함한 형제들 모두 알빠노하고 일본인 밑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는데 나라팔아먹는 XX들이라고 마을사람들한테 뒤지게 쳐맞음(1차 위기), 물론 악덕지주는 멕여주고 재워주면 됬지 그냥 노예처럼 쳐부려먹어서 그밑에서는 꿈과 희망도 없었음

사실상 마을에서 축출되서 남은돈으로 4형제는 일본으로 배타고 감. 일본 탄광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당연히 조센징 차별이야 있었지만 거기서 다들 결혼하고 단칸방이지만 집도얻고 잘살았다고 함.(할아버지는 이때 할머니를 만남) 그러다가 갱도가 한번 무너져서 몇일간 구조못되서 죽을뻔함(2차 위기)

쭉 잘 살다가 태평양 전쟁터지고 전선에 끌려가나 싶었지만 탄광 야가다 군수산업이라서 그런가 끌려가진 않음. 열심히 그냥 쭉 야가다 일하다가 해방됨. 4형제중 우리 할아버지만 조선복귀 밀항선을 타고 나머지 할아버지들은 일본에 정착함 뭐 나름 우여곡절 있었지만 할아버지 인생에 비하면 순탄하게 쭉 잘 사는중

할아버지는 고향이 그리워 밀항선 탔지만 고향에서 일본가서 일본놈들 밑에서 일한 친일파라고 또또 축출당함(??) 근처 다른도시로 가서 좌판 장사를 시작했는데 6.25 터짐 이때 아버지 위에 있던 형이 장갑차인가 트럭인가 치여 죽음

좌판장사하다가 국기를 잘 몰라서(교육이란건 배워본적도 없음) 대한민국 국기 꼽았다가 인민군한테 뒤질때까지 맞음(3차 위기)

이후 유일한 친척들인 일본거주 할아버지들에게 연락하려 했지만 사실상 해방이후 일본 조선계는 조총련이 꽉 잡고있었고 조총련 묻은사람들이랑 연락했다가는 바로 죽는다고 할머니가 만류함 노태우 정부 전까지 연락못함 그 이후 처음으로 어머니 아버지가 형을 낳고 89년인가 90년부터 연락닿기 시작

아주아주 건조하게 써서 이정도지만 제가 초중고 국사책 그리고 여러 책에서 보았던 역사와 내 피붙이가 겪었던 역사가 180도 달라버리니 그때부터는 하나도 안보게 되더라구요. 뭐 일본이 좋아요 북한이 좋아요도 전혀 아니고 역사라는걸 너무 평면적으로만 보게 되는거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입니다.

할머니 이야기를 하면 한 이거 2배는 되는데 ㅋㅋㅋ 끝이 안날것 같아 할아버지만 예시로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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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놓치기 쉬운 이야기


침묵의공처가
흥미롭네요. 역사책은 학자와 권력자들이 만든 것이라...
세계사도 서구권 중심으로 쓰인 책이 대부분이라 인도의 네루가 쓴 세계사 편력을 읽어보려고 했었더랬는데 영 흥미가 안 가서 역사서 포기했습니다.
nothing
역사를 배울 때에는 대개 거시적으로 배울 수 밖에 없는데 그 거시적 흐름에 엮여들어간 개인의 이야기도 너무 흥미롭네요.
명절은추석
요코이야기가 생각나는 글이군요.

재밌게 잘 읽었씁니다.

탈민족주의, 국사의 해체등을 주장하는 임지현 교수의 책을 좀 읽어보시면 다시 역사 관련 책들을 읽고 싶으실 수도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https://m.yes24.com/Goods/Detail/103153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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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위키
역사는 큰 시대의 흐름을 이야기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놓치게 되는 개인의 서사들이 있는건 당연하죠.

미국 남북전쟁 시대에 흑인들과 정말 형제처럼 지낸 백인 지주도 있었을 것이고,
유태인들을 정말 살려주고 돌봐주려던 나찌 간부도 있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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