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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3/12/06 16:11:11수정됨
Name   낭만주의(낭만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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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15년전에 쓴 '뮤지컬을 좋아하는 세가지 방법'


0.0 검색하는것도 힘들었던 이 글을 굳이 찾고 찾아낸 이유는 본문에 각 꼭지를 담당하는 세작품인 레 미제라블과 라스트 파이브 이어즈와 렌트가 모두 지금 공연중이거나 개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셋 다 좋은 작품이니 무지성 추천드림.

0. 연말에 사람들은 정리를 하곤 하죠. 이번 연말에 갑자기 제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들은 무엇인지를 추리고 추려보니, 세편으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각각 좋아하게 된 방법이 다르더라구요. 낚시성이 짙은 제목의 이 글은 어쩌면 제가 좋아하는 뮤지컬들의 나열들입니다.

1. 가장 흔한 방법은 '보는 것'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아니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예술작품인 '레 미제라블'은 첫번째 경우에 속합니다.

작년 여름 별다른 기대도 하지 않고, 그저 좋아하는 넘버인 'Stars'와'On my own'만 들어도 본전 아닌가란 마음에 관람하게 된 이 작품은,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한순간도 빼놓지 않고 제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그 전까지 음반이나 10주년 기념 공연 영상, 심지어 위고의 원작에도 관심이 없던 덕분에 내용은 거의 몰랐지만 표정, 목소리, 몸짓 하나 하나가 가슴을 울렸습니다. 저만의 경험은 아닐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단 하나의 뮤지컬 작품을 꼽으라면 '레 미제라블'을 꼽곤 합니다.

'맨 오브 라만차' 역시 대단했었습니다. 2005년 초연을 못본게 너무나도 한이 맺혀, 작년 재연때 기를 쓰고 보러갔습니다. 기대가 큰 작품이었지만 그 기대를 훌쩍 뛰어 넘어버린 멋진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넘버인 'The impossible dreams'가 있어요. AR로 수백번 들었던 곡이었지만 정성화씨가 그 꿈. 으로 시작하자마자 눈물이 났습니다.

뮤지컬 첫사랑이라 할만한 '지킬 앤 하이드'는 2006년 초유의 티켓전쟁을 뚫고 두번 관람했습니다. 기대했던 곡중 몇몇은 생각보다 아쉬웠고, 몇몇은 기대만큼이었고, 'In his eyes'같은 노래는 공연 현장에서의 폭발력이 OST의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될만큼 막강했습니다. 정선아씨와 이혜경씨가 부르던 한 공연에선 노래가 끝나자 공연 도중에 기립박수가 나왔다더군요.

이 카테고리에는 그저 무대에서 본것만 포함되지는 않습니다. 최근 개봉했던 '스위니 토드' 역시 극장에서는 기회가 닿지 못했지만, 스크린에서의 압도적인 포스로 인해 최근 가장 많이 들어보고 있는 작품입니다. 조나단 라슨을 좋아하는데 '틱틱붐'에서 그가 차마 입에도 담지 못할 만큼 존경해 마지않던 스티븐 손드하임에 대한 궁금증이 어느 정도 풀렸습니다. 언제고 재공연 한다면 필견할 듯 합니다.

2. 다음은 '듣는 것'입니다. 그렇게 흔한 케이스는 아니지만 아직 국내 라이센스화 되지 못한 경우거나, OST가 환상적으로 좋은 경우라면 있을 수 있죠.

일단 '위키드'가 있겠습니다. 제가 여자였다면 '레 미제라블'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좋아했을지도 모르는 작품입니다. 여자들이 듣고 부르고 빠져들기에 노래가 너무 좋아요. 제가 속한 뮤지컬 동호회의 여자동지들도 이 뮤지컬 넘버들에 빠져 있습니다. 물론 환상적인 무대도 '위키드'의 자랑거리지만 지칠줄 모르는 인기행진에는 OST만으로도 감동을 주는 음악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 영화 '헤드윅'이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았어요. 라이센스 공연은 한번도 보러간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전 '헤드윅'을 좋아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OST가 너무 좋습니다. 라이센스 버전을 좀 더 좋아해서 존 미첼 헤드윅 콘서트에서도 거의 모든 한글 노래와 상당수의 원어 노래를 따라 불렀습니다. 요즘도 노래방에서도 꿋꿋하게 'The origin of love'를 한국가사로 부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가장 듣기 좋아하는 뮤지컬은 '라스트 파이브 이어즈'입니다. 아마 오늘 등장한 뮤지컬 중 가장 지명도가 떨어지리라 생각됩니다. 등장인물 단 두명의 조촐한 이 뮤지컬을 처음 만난건 9회 뮤지컬 시상식에서 성기윤씨와 이혜경씨의 축하무대에서 였습니다. 남자와 여자의 5년간의 사랑이야기를 엇길린 시간 구성으로 표현했다는 내용이더군요. 호기심에 들어본 OST는, 사랑의 시작과 끝, 사랑의 사랑스러움과 가슴 아픔을 표현한 노래들로만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사랑이 시작하는 순간에는 그렇게 밝고 유머러스 하며 예쁠 수 없지만, 사랑이 끝나갈 때에는 가슴 시리고 안타깝고 슬퍼서 눈물이 납니다. 그 사이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듀엣곡인'The next ten minutes'에선 유일하게 남녀가 함께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배해선씨가 종종 갈라쇼에서 이 뮤지컬의 넘버를 부르시던데 언제고 '제이미'와 '캐시'를 직접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3. 이건 더더욱 흔치 않은 경우인데, 직접 '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있어 전 행운아입니다. 20일쯤 전에 '렌트' 공연을 마쳤습니다.

사실 '렌트'는 반년전이라면, 탑 세븐정도면 몰라도 탑 쓰리에 꼽기엔 살짝 부족했습니다. 프로든 아마추어든 공연을 본 적도 없었고, 영화를 꽤나 재미있게 봤고, 마크가 멋지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 전년도 갈라 콘서트에서 두세곡 가량 부르긴 했지만, 그렇게 큰 인상은 없던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다 누군가의 꾀임에 걸려들어 '렌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마추어 공연이다보니 '어떤 역을 잘하겠다' 보다 '어떤 역을 맡고 싶다'로 캐스팅이 결정되고, 전 말 많은 마크 역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게 보기보다 쉬운게 아니라, 발음은 안 되고, 화음은 안 맞고, 무엇보다 자신감이 없다보니 위축되곤 했습니다. 저만 그런게 아니고 이런 고민 안해본 사람이 없었습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이 작품이 과연 무대위로 오를 수 있을까?

근데 진짜 미스테리한게 모두 다 잘했습니다. 프로배우만큼 노래를 잘하지도, 연기가 자연스럽지도, 안무가 멋지지도 않았지만, 그들만큼, 어쩌면 그들 이상으로 작품을 연구하고, 분석했고, 반복했습니다. 고쳐지지 않던 음정불안으로 모두의 걱정을 받던 친구는 무대 위에서 그 전보다 월등히 나은 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다들 타고난 무대체질이었나 봅니다. 그로 인해서인지,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즐겁고 재미있게 봐주셨습니다. 공연후 아직까지 언제 다시 공연 올릴건지에 대한 문의전화가 오고 있다는 말에, 나쁘지 않게 했나보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씩 잊혀지곤 있지만 '렌트'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혼자서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듣고 따라했으며 연습했습니다. 그로 인해 관객분들이 우리의 공연에 좋은 인상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아마 평생동안 잊지 못할 기억을 준 이 '렌트'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4. 아직 접하지 못한 작품들이 많습니다. 기회는 있었지만 잡지 못했던 많은 명작들 (노트르담도 왠지..) 한국에 들어오지 못한 많은 걸작들 (스티븐 손드하임의 컴퍼니는 기대중) 언젠간 레 미제라블, 라스트 파이브 이어즈, 렌트의 아성도 무너질지 모르지만, 그만큼 더 좋은 작품을 접했다는 것일테니 아쉬울 것은 없겠죠. 세가지 방법을 통해, 많이 보고, 많이 듣고, 가능하다면 몇번 더 직접 해보면서, 많은 뮤지컬들을 좋아하고 사랑하고 살아가고 싶습니다. 여러분도 그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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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덕으로서 공감합니다 덕질의 끝은 역시 직접 해보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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