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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04/01 18:18:58수정됨
Name   청춘(낭만주의)
Subject   폴로 그라운드 잡설

더쇼는 매년 시즌 시작할때 사는데, 정작 봄 지나가면 잘 안하는거 같습니다. 올해는 그냥 넘길라고 하다가 또 할인한다고 사버렸음.

더쇼에서 클래식 구장으로 플레이할때 가장 즐겨하는 구장이 폴로 그라운드입니다. 벌써 사라진지 55년이 되어가는 곳인데 신기한 곳이에요.

예전에 썼던 글이 있어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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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가 오랜 기간 큰 인기를 끌었던 주요 원인이라면 밸런스가 크게 무너지지는 않았다는 점 아닌가 싶어요. 테사기니 저징징 프징징 이런말이 없던건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한쪽으로 확 기울거나 이런 모습은 아니었죠. 생각해보면 이런 밸런스를 조절하는데 있어 큰 역할을 했던게 바로 맵 아닌가 싶습니다.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벌어지던 테란 저그 프로토스의 밸런스를 최대한 1:1:1로 맞추던 맵도 있었고, 밸런스는 망했지만 새로운 경기 양상을 만들어내면서 색다른 재미를 주던 맵도 있었죠. 스타 크래프트가 E-Sports로 나아가는데 있어 맵제작자의 역할이 컸다는건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맵이라는게 야구로 치면... 구장이겠죠. 물론 스타에서의 맵만큼 구장이 야구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최소한 팀의 장기적인 전략에 있어 구장은 중요한 요인입니다.

구장별로 큰 차이가 없는 우리나라만 해도 다른 구장보다 담장이 5미터씩은 뒤로 밀린 잠실의 넓은 외야를 수비하기 위해서 두산과 엘지의 외야수들은 빠른 발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나 일본과는 달리 비대칭구장이 많은 메이저리그는 홈구장 좌우 거리를 우타자나 좌타자를 선택하는데 있어 판단 근거로 삼죠. 로키산 중턱에 위치해 공이 뜨면 멀리 날아가는 쿠어스 필드는 투수진을 선택할때 땅볼 투수를 선택할 필요가 있는거구요.


그래도 보통의 구장은 95~100정도의 좌우측 120~130정도의 센터필드라는 규격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지라 대부분의 경우 우리가 예상하는 야구가 펼쳐지죠. 그런데 살다살다 이런 구장은 또 처음 보는지라 -그렇다고 듣보잡 구장도 아닙니다. 명문 뉴욕 자이언츠의 심장이자 양키 스타디움 만들기 전까지 뉴욕 양키스의 셋방이자, 신생 뉴욕 메츠가 태어난 곳이었죠.- 어떤 야구가 펼쳐졌을지 참 궁금한 곳이 있습니다.


바로 폴로 그라운즈~ The Polo Grounds 입니다.



네. 같은 폴로입니다. 원래는 폴로 구장이었다는군요. 위치는 뉴욕의 심장 맨하탄이었구요. 1890년에 건립되었다가 1964년에 헐린 지금은 자료로만 남아있는 곳이죠. 뉴욕 자이언츠가 뉴욕 야구의 맹주이던 시절부터 신생팀 뉴욕 메츠의 첫 2년까지를 책임졌던 곳입니다. 자 이곳이 어떤 곳이냐면 말이죠....



드론샷 (아님)



양키스타디움과 함께




대충 이렇게 생긴 구장입니다.아주 길쭈우우욱한게 꼭 말발굽처럼 생겼죠. 아 우선 맨 아래 그림을 보면 각각 좌중간 우중간 깊숙한 곳에 원형탈모처럼 된 곳이 있죠. 네... 저기가 불펜이라네요.... 파울 지역도 아닌데...경기중에 페어지역에서 투수가 몸을 푼다는건데...상상이 되시나요...


사이즈를 보아하니

 폴로 그라운즈.


비교용 카우프만 스타디움 (잠실구장 사이즈)


우선 왼쪽 담장은 85미터, 오른쪽 담장은 무려 78미터 밖에 안 됩니다. 자 우측 파울라인 펜스 앞 20미터 앞에서 잡힐만한 평범한 외야 플라이를 떠올려보세요. 어익후 넘어갑니다. 덕분에 그린몬스터까진 아니지만 높은 녹색 벽을 세웠습니다.


반면 좌중간 우중간은 136미터를 넘을만큼 멀어집니다. 잠실의 센터필드를 기준으로 10미터는 더 뒤로 가야죠. 좌중간을 가르는 평범한 2루타가 펜스에 멈추지를 않습니다.


가운데 담장은 더 심합니다.147미터. 이곳을 넘긴 홈런이 얼핏 듣기로는 그 긴 역사 중에 3개 있었다고 합니다. 


이 가운데 담장덕분에 역사상 가장 유명한 수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1954년 월드시리즈 1차전 자이언츠의 중견수 윌리 메이스는 딱 하는 소리에 무조건 뒤로 뛰기 시작합니다.



약 130미터 즈음에서 머리위로 넘어가는 공을 잡은 윌리 메이즈는 바로 공을 던져서 주자들의 추가 진루도 막았죠. 'The Catch' 바로 그 캐치입니다.


가장 유명한 장면은 바로 The Shot Heard 'round the World 입니다. 1951년 네셔널리그 챔피언 결정전. 폴로 그라운드에서 자이언츠는 라이벌 다저스를 만나게 되었는데요. 




더 자이언츠 윈 더 패넌츠!! 보비 톰슨의 역전 삼리런으로 월드 시리즈에 진출합니다. 경기장을 꽉 채운 관중들이 눈에 들어오네요.


 The Catch 에서 보듯이 중앙과 좌중간 우중간이 멀어서 홈런이 많이 나오지 않았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수도 있는데, 오히려 홈런수는 타 구장에 비해 많이 나왔습니다. 홈런 팩터가 낮게는 120대 많게는 170 정도 나왔습니다. 자이언츠를 대표하는 강타자 멜 오트는 홈에서 홈런 323개를 때리는 동안 원정에선 188개에 그쳤습니다. 


반면에 엄청나게 양산될거 같은 2루타와 3루타는 오히려 조금 적었구요. 타율도 낮아서인지 득점팩터는 거의 100에서 플러스 마이너스 5정도 입니다. 아마 엄청나게 넓은 파울지역의 영향이 있을것 같습니다. 홈런은 좌측 우측의 낮은 담장을 넘기는 경우도 있지만 2루타나 3루타가 그라운드 홈런으로 바뀐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뭐 사실 이게 다 입야구죠. 당시의 경기가 어떤 모습이었을지는 추측하기 어렵습니다. 아마 우리가 흔히 보는 야구랑은 조금 다르지 않았을까. 이런 저런 상상해봅니다.


아. 한가지 체험해볼수 있는 방법이 있네요. 게임에서요. 




폴로 그라운즈 주인이었던 자이언츠와 뉴욕 라이벌 다저스의 50년을 넘어선 대결입니다. 게임내에서 피더슨의 홈런이 95미터가 안되죠.

이런 홈런들이 많았으리라 예상해봅니다.


폴로 그라운즈를 비롯해서 많은 클래식 구장들이 지금으로 봐서는 기형적인 구조입니다. 사각형 모양이라든지, 한쪽이 크게 찌그러져 있다든지 (펜웨이 파크만 떠올려보셔도 되죠) 도심속에 빌딩들 사이에 지으려다 보니 이런 구장들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이젠 일부러 비대칭적인 구장을 만들기는 하지만 더이상 이런 형태의 구장이 나올 리는 없어보입니다. 이런 구장에서 하는게 이상적인 야구는 아닐지 몰라도 색다른 맛은 줄 수 있을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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