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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2/06/19 22:17:22수정됨
Name   카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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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유자왕 피아노 연주회 리뷰 (2022.06.19, 예술의전당)




잠시 타임라인을 쉬는 동안, 동남해안으로 여행도 다녀오고 영화 브로커도 보고
오늘은 유자왕 연주회를 보러갔다왔습니다.

유자 왕(Yuja Wang)
레파토리 넓은 버르츄오소 피아니스트,
그러면서도 자극적인 드레스 등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여류 피아니스트죠.

예전부터 관심 가졌던 연주횐데
지인이 페북에서 다른데서 했던 공연 좋았다 이야기하길래 급히 서울 예술의전당으로 예매했습니다.
다행히 표는 많이 남았더군요 ㅎㅎ

코로나때문에 예술의 전당 온 건 2년 반만입니다.
유명 피아니스트 연주회는 거의 3년만에 오네요.


1부   

원래는 베토벤 소나타 18번 연주될 예정인데
연주자 사연으로 곡이 슈베르트곡들로 바뀌었습니다.
프로그램 정정과 함께 곡별로 속한 시대를 의식하지 말고 들으랬는데 설마 그 때문인 걸까요?
 
1. Franz Schubert/Franz Liszt - Schwanengesang S. 560
No.1 Liebesbotschaft
No.6 Aufenthalt
12 Lieder von Franz Schubert S.558 
No.4 Erlkonig

원래 연주 예정이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8번이 사라지고 새로 등장한 곡들입니다. 
페달링이 예술의전당 특유의 음향과 섞여서 다소 번지는 느낌이었지만, 전반적으로 무난했습니다.
슈베르트 특유의 고전적이면서도 서정이 좀 들어간 느낌을 잘 살렸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옥타브 트레몰로로 도배된 난곡 마왕은 역시 버르츄오소 유자왕이다 싶더군요.


2. Arnold Schoenberg - Suite for Piano Op.25

12음기법, 표현주의 기법으로 악명높은 현대음악가인 쇤베르크 곡입니다.

그런데 유자왕은 이 현대음악 곡을 기교 넘치는 낭만파 피아노곡인양 연주합니다.
곡 전체에 루바토와 페달링이 다채롭고, 난해하고 질서 없어보이는 곡을 좀 난해한 낭만파곡처럼 들리게 만들었습니다. 
이해는 안 되더라도 질서는 있는 곡으로 포장했지요. 

꽤 독특한 해석인데, 개인적으로는 호였습니다. 
난해한 현대음악도 새로운 해석을 통해 괜찮게 만들 수 있겠네요. 


3. Franz Schubert - Hungarian Rhapsody in b minor, D. 817

앞의 슈베르트 곡과 비슷합니다. 페달링이 좀 과해서 울리긴 했지만 나쁘지 않습니다.


4. Gyorgy Ligeti - Etudes 
No. 6 Automne a Varsovie
No. 13 L'escalier du diable

기하학적이고 냉철하면서도 정제된 유기성이 느껴지는 현대음악가 리게티의 에튀드들.
개인적으로 프로그램에서 제일 별로인 연주였습니다.
Pierre-Laurent Aimard의 명연주에 익숙해졌을 수도 있고,
정말 좋아하는 곡들이라 기대를 많이 했을 수도 있는데 갠적으론 실망스러웠습니다. 

악보 보면 난이도가 죄다 장난 아니어서 버르츄오소 유자왕이 잘 해낼 줄 알았는데,
기교는 둘째치고 해석을 이상하게 했습니다.
너무 급하게 쳐서 냉철하면서 정제된 느낌이 느껴지지 않았고,
기하학적인 음악적 심상이 헝클어진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No. 13에는 중간에 치명적인 미스터치가 하나 있어서 더 별로였네요.


2부

원래 카푸스틴 전주곡 2개가 연주될 예정이었지만 내부사정으로 취소되었습니다.


5. Alexandre Scriabin - Piano Sonata No. 3 in f minor Op.23

제일 맘에 들었던 연주네요.
전에 리게티 연주에 대한 반성 때문인지 루바토를 여유있게 해가면서 쳤는데 
스크랴빈 특유의 분위기를 잘 살렸습니다.

스크랴빈 특유의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느낌과
스크랴빈 전기의 열정적이고 쇼팽의 연장선같은 느낌이 중첩돼 있는데
이 둘을 잘 살렸다고 생각됩니다.  

6. Issac Albeniz - Iberia Book 4, "Malaga"

기교적으로도 쉽지 않은데 스페인 무곡 특유의 박자감각까지 살려야 하는 대난곡.
Alicia de Larrocha의 전설적인 음반 Iberia는 들은 지 몇 년 된 지금도 귀에 맴돌지만, 
스페인인도 아닌 유자왕에게 차마 그 완벽함을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역시나 초반에 좀 버벅대다가 나중에는 리듬감각도 잘 살려 연주를 하더군요.
Larrocha의 전설적 연주엔 못 미쳐도,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합니다.

7. Issac Albeniz - Iberia Book 3, "Lavapies"

위와 같습니다. 버벅거리는 부분은 덜해서 위보다 조금 더 괜찮았네요.


3부 앵콜
아래는 앵콜곡들 목록입니다.
보다시피 앵콜로만 12곡을 쳤고, 전체 연주하는데 30분 넘게 소요됐습니다.
이정도면 거의 3부 수준.

모든 곡이 괜찮았습니다. 본 프로그램의 구조적으로 무겁고 긴 곡들은 해석에서 호불호가 갈렸는데
앵콜의 가벼운 곡들은 버르츄오소로서 일괄적으로 가볍고 편하게 쳐내는 느낌이 시원했습니다.

1. Philip Glass - Etudes No.6
요소들을 반복시키면서 변주시키는 전형적인 미니멀리즘 곡. 단조로울지 몰라도 편안합니다. 

2. Arturo Marquez - Danzon No.2
클래식 피아노곡 + 탱고 + 재즈를 통합한 느낌의 재미있는 곡.

3. Joannes Brahms/George Cziffra - Hungarian Dance No.5
또다른 버르츄오소가 편곡한 브람스의 헝가리 댄스 5번. 
현장에서 들었으면 알겠지만 양손이 미쳐 날뜁니다.
그나마 루바토를 많이 써가면서 쳤기에 그나마 양심적으로 들리네요(?)

4. George Bizet/Vladimir Horowitz - Carmen Variations
위와 마찬가지로 미쳐날뛰는 기교를 자랑하는 곡.
하지만 유자왕에게는 이정도는 식은죽 먹기입니다.
이 곡 끝나고 유독 관중석 분위기가 뜨거웠습니다.

참고로 밑의 세 곡은 연달아 연주됐습니다.
5. Franz Schubert/Franz Liszt - Gretchenam Spinnarde
처음 듣는 곡인데 괜찮았습니다.
6. Franz Schubert/Franz Liszt - 12 lieder von Franz Schubert
No.2 Auf dem wasser zu singen 
얼핏 들어본 곡인데 서정적인 느낌이 괜찮았습니다. (2)
7. Franz Liszt - Annees de pelerinage Ⅰ: Swiss
No.4 Au boud d'une source
산 낀 바닷가를 여행하면서 느낄만한 분위기의 순례의 해 곡입니다.
분위기 잘 살렸습니다.

8. Sergey Prokofiev - Piano Sonata No.7 Ⅲ. Precipitato
어렵기로 악명높은, 토카타 느낌의 피아노 소나타 7번 3악장.
하지만 무사히 기교를 보여준 버르츄오소!
역시 클라스는 다릅니다.

9. Mozart/Volodos (본인편곡도 추가) - Turkish March
예전에 유튜브에서 유자왕이 유명해진 유명한 연주.
난곡으로 유명한데 거기에 재즈적 요소를 넣어서 훨씬 재미있게 만들었습니다.
역시 버르츄오소는 버르츄오소

그런 상징성이 있는지라 앵콜도 끝일 줄 알고 화장실에 갔는데... 무려 3개나 더 반복되더군요.
두개는 같이 친 듯 한데 10-11/12인지 10/11-12인지 제대로 안 들어서 모릅니다.

10. Felix Mendelssohn - Liedor ohne Worte, Op.67 No.2 
11. Pyotr Illyich Tchaikovsky - Danse des petits cygnes from 'Swan Lake'
12. Christoph Gluck - 'Melodie' from

그렇게 12곡을 연주해서야 3부에 가까운 앵콜이 끝났고 연주는 마무리되었습니다.


전반적으로 프로그램이 계획과 달라져서 아쉬운 것도 있었고(카푸스틴 ㅠㅠ)
아쉬운 곡 연주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만족입니다. 
해석은 좀 갈리더라도 역시 이래서 버르츄오소구나, 기교가 쩔구나 느낄 수 있었네요. 
본 레파토리는 그냥 괜찮은 정도였는데 앵콜까지 들으니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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