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10/18 00:53:47
Name   얼그레이
Subject   어제 전철에서 있던 일 때문에 우울해요.
어제 전철역에서 나오면서 카드를 찍고 통과하고 있는데
누가 뒤에서 절 미는거에요.
엄청 세게 미는건 아니고,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는데 손바닥으로 저를 터치하길래
누가 절 부르는줄 알고 뒤돌아봤더니 한 아줌마가 계시는거에요.
(개찰구 안에서 서로 마주보고 있는 상황)
순간적으로 이 아줌마가 불법으로 돈 안내려고 저러는 것도 인식 못하고
"무슨 일이세요?하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아줌마가 카드를 두고 왔다며, 황망하게 둘러대시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그 아줌마랑 눈 딱 마주치고선 "그러면 이렇게 나오시면 안 되죠"하고 말했어요.
아줌마는 저랑 눈을 마주치시더니 이내 눈을 내리 까셨구요.
저는 말한 뒤에는 몸을 훽 돌려서 제 갈길을 갔어요.
계단 올라갈 때 즈음 뒤돌아보니까, 얼핏 그 아줌마가 못 나오고 계셨던 것 같기도 하고, 정확히는 어떻게 하셨는진 모르겠어요.

계단 올라오면서 저 아줌마를 역무원에게 데려갔어야 하나 생각하다가
갑자기 우울해지고, 착잡해졌어요.

그 아줌마가 저를 밀었던 신체적 접촉이 불쾌하기도 했고, 그 아줌마를 역무원에게 데려간다고 생각했을 때 벌어질 수도 있는 안좋은 상황들이 떠올라서기도 했고, 그냥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착잡하고 우울했어요.

저.. 잘한 것 맞겠죠..?



0


    바코드
    1. 얼그레이님은 앞으로 아줌마처럼 되실 일 없으니깐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2. 아줌마가 카드없이 들어왔는데 설마 카드없이 못나가겠습니까?
    3. 이것저것 신경쓰기에는 지금 앞에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그냥 이렇게 정리하는걸로...
    yangjyess
    잘하신거 맞습니다 흐
    천무덕
    우울하실게 아닙니다. 누군가가 비정상적인 편법을 쓰는걸 막으신건데요. 잘하신겁니다.
    얼그레이
    감사해요.. 제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됐는지 모르겠어요..
    답변해주신 분들 다 감사합니다..!
    난커피가더좋아
    일상에서의 정의구현인데요? 굿잡!
    王天君
    그 우울함이 저 아주머니에 대한 무의식적인 동정일수도 있지 않을까요. [계단 올라갈 때 즈음 뒤돌아보니까, 얼핏 그 아줌마가 못 나오고 계셨던 것 같기도 하고, 정확히는 어떻게 하셨는진 모르겠어요.] 이 문구를 보니 그런 감정을 떠올리게 되네요.
    저여도 저한테 편승하려는 아버지 어머니 대의 분들에게 좀 엮이게 되는 상황이 된다면, 우울할 것 같습니다.
    눈부심
    개찰구 안이라면 카드 스와이프하는 거기, 진입을 막는 막대기 사이로 갇히는 그곳인가요. 거기 엄청 좁은데..
    그 공간으로 사람을 만지면서까지 비집고 들어오는 막무가내행동에 대한 적절한 질타였던 것 같아요. 똑부러지게 잘 하셨고 역무원에게 말씀하지 않으신 것도 잘 하셨어요. 무슨 사정이 있는지 모르니까..
    넘 우울해하지 마세요^^.
    세계구조
    아, 저도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심지어는 지금같은 개찰구가 아니라 봉으로 돌아가던 개찰구이던 시절 그 좁은데서 갑자기 누군가가 뒤에 붙어서 저를 밀더라고요. 당황해서 뒤를 봤더니 아줌마가 휙 가더라고요. 저도 처음에 이유를 몰랐어요. 한 5분쯤 갈길 가면서 생각하다가 부정승차였구나 하고 알았죠. 제 상식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나봐요.
    저는 심지어 아가씨뒤에 어떤 할아버지가 붙어서 나오는 것도 본적이 있습니다. 몸을 바싹 붙여서요. 그 쯤 되면 무임승차가 문제가 아니라 성추행 수준이죠.

    그런 사람은 아주 드물게 있어야 하는데 생각보다 자주 보인다는 점에서 저는 전쟁으로 인한 가난을 경험하고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던 세대의 비극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나운나비
    와.. 깔끔하십니다. 정말 잘하셨습니다.
    불쾌한 터치를 보니 저도 문득 토요일 지하철에서 분노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오비니삭스에 치마를 입고, 가방과 옷을 안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조심해서 잘 앉았다고 생각했는데 옆에 앉으신 양복입고 머리벗겨지신 할아버지가 손을 툭 내리시더라구요.
    살에 손이 닿아서 깜짝놀라 옆으로 살짝 움직였죠. 할아버지도 곧 손을 올리시더군요.
    그리고 몇 정거장 안가서 맞은편 문이열리고나서, 할아버지가 일어나는 척 손을 내리시더니 제 허벅지를 싸악 훑고 뒤도 안돌아보고 내리시더군요.
    정말 너무 깜짝놀... 더 보기
    와.. 깔끔하십니다. 정말 잘하셨습니다.
    불쾌한 터치를 보니 저도 문득 토요일 지하철에서 분노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오비니삭스에 치마를 입고, 가방과 옷을 안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조심해서 잘 앉았다고 생각했는데 옆에 앉으신 양복입고 머리벗겨지신 할아버지가 손을 툭 내리시더라구요.
    살에 손이 닿아서 깜짝놀라 옆으로 살짝 움직였죠. 할아버지도 곧 손을 올리시더군요.
    그리고 몇 정거장 안가서 맞은편 문이열리고나서, 할아버지가 일어나는 척 손을 내리시더니 제 허벅지를 싸악 훑고 뒤도 안돌아보고 내리시더군요.
    정말 너무 깜짝놀라서 소리도 안나오고 굳어서 뒷모습만 보고있었는데 빈 자리에 앉으시던 아주머니도 놀라서 절 보시더라구요.
    와.. 뒤통수에 가방이라도 집어던졌어야했는데.. 나이먹고 그러고싶나 속으로 어찌나 욕을 했는지 몰라요. 불쾌하고 열받고 억울하고 몇가닥 안 남은 머리카락이라도 쥐어뜯을 걸 싶고..
    전에도 조는 척 하는 아저씨한테 똑같이 당해서 안그래도 자리에 앉을 때마다 꼭 가방이나 옷으로 잘 가리고 앉는데, 그 사이로 손을 넣을 줄은 몰랐어요.
    벌써 올 해 허벅지만 세번째 당하고 나니 분노가 가라앉질 않네요...

    어쨌든 아마도 저처럼 어리버리한 여자애를 또 쓰윽 밀고 내리셨을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카드 없이 잘 들어오셨으니 잘 나가셨을 거에요.
    불쾌했던 터치는 속으로 욕합시다. 나 좀 안만졌으면.
    눈부심
    그럴 때 정말 천불나죠.. 저런.. 정말 화 많이 나셨겠어요.
    스타로드
    혹시 지하철 CCTV에 찍혔으면, 신고하면 못잡으려나요.
    사나운나비
    사람이 앉아있는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라 아마 안찍혔을겁니다.
    그리고 찍혔더라도, 지하철 성추행범의 경우 현행범이 아닌 이상 유동인구가 워낙 많기 때문에 잡기가 매우 어렵다고 하더라구요..
    제 친동생은 잠복중이던 경찰아저씨읟 도움으로 현행범으로 잡아서 신고를 했는데도, 약 2달 후에 결과만 덜렁 연락와서 들었는데 몇 번의 경고 후에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전부였다고 오히려 허탈해했었구요..
    참 썩을놈이 많아요.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2761 일상/생각어쩌다가 홍차넷에 흘러들어왔는가. 17 파로돈탁스 22/04/29 4510 8
    11674 일상/생각어쩌다 음악-2 한달살이 21/05/14 4753 4
    11670 일상/생각어쩌다 음악-1 8 한달살이 21/05/13 4509 9
    14065 창작어쩌다 보니 그림을 그리게 된 건에 대하여 60 퐁퐁파타퐁 23/07/25 4083 13
    6305 도서/문학어째서 10덕인가? (前) 18 프렉 17/09/19 6072 8
    817 일상/생각어젯밤에 둘째가 태어났습니다. 77 VinHaDaddy 15/08/19 4698 0
    5525 일상/생각어젯밤 이야기 12 열대어 17/04/26 4685 4
    2142 기타어제자 손석희 앵커브리핑.jpg 9 김치찌개 16/01/29 5705 1
    9351 게임어제자 블소 이벤트 던전 플레이 후기 2 뜨거운홍차 19/06/27 5581 0
    14003 일상/생각어제의 설악산-한계령, 대청봉, 공룡능선. 2 산타는옴닉 23/06/25 3237 11
    1246 일상/생각어제의 기분 좋음/나쁨 12 새벽 15/10/13 7564 0
    346 기타어제는 잠에만 취했습니다 27 지니 15/06/17 7756 0
    7125 일상/생각어제, 오늘 국도로 부산-대구를 왕복한 이야기 5 맥주만땅 18/02/16 3644 0
    15282 일상/생각어제 회식하고 돌아온 아내 상태 체크중입니다. 2 큐리스 25/02/26 1243 6
    1282 일상/생각어제 전철에서 있던 일 때문에 우울해요. 13 얼그레이 15/10/18 7783 0
    192 기타어제 있었던 "메르스 확산, 어떻게 막을 것인가?" 에 대한 토론 전문입니다.(스압) 2 아나키 15/06/03 11811 0
    14037 기타어제 이벤트 홍보 글 올렸었는데... 8 오리꽥 23/07/13 2693 2
    14807 일상/생각어제 와이프한테 청양고추 멸치볶음을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3 큐리스 24/07/29 1728 5
    14971 일상/생각어제 와이프한테 맞아 죽을뻔했습니다. 7 큐리스 24/10/10 1784 4
    14812 일상/생각어제 와이프랑 10키로를 뛰었습니다. 8 큐리스 24/07/31 1917 7
    3956 스포츠어제 승부조작을 다뤘던 피디수첩 본편 영상이 내려졌습니다. 2 키스도사 16/10/19 3490 0
    1278 기타어제 서울 광화문.. 어느 여고생..swf 8 김치찌개 15/10/17 8080 1
    1079 음악어제 본조비 내한 공연에 다녀왔습니다. 10 세계구조 15/09/23 10354 1
    14826 일상/생각어제 마트에서 황당한 할머니를 보았습니다. 10 큐리스 24/08/06 2028 1
    10905 도서/문학어셴든, 영국 정보부 요원 / 서머싯 몸 6 트린 20/08/31 5211 7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