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6/21 23:12:07
Name   얼그레이
Subject   [조각글 31주차] 대답
[조각글 31주차 주제]
당신이 쓸 수 있는 가장 밝은 글을 써주세요.
주제나 소재는 상관없습니다.
글을 비틀거나 꼬는 것 없이 밝은 글로 써주세요. 

주제 선정 이유
글을 쓰다보면 항상 어두워져서, 이런 절 벗어나고싶어져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분량 제한]
A4용지 0.5~1.5 사이

[권장 과제 - 필사하기]
불참하시는 분들 중에서 가급적이면 권장해드립니다.(의무는 아니에요)
자신이 좋아하는 글귀를 최소 노트 반장 분량의 글을 써주세요.
필사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문체나 표현등을 익히기에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글쓰기가 어려우신 분은 필사를 통해 천천히 시작하시는 방법도 좋은 방법입니다!
시도 좋고 소설도 좋고 수필도 좋습니다.
혹시 꾸준히 작성하실 분은, 일정한 분량을 잡고 꾸준히 진행해나가시는 것도 좋습니다.
글을 쓰신 분들 중에서 원하신다면 필사 과제를 추가로 더 작성하셔도 좋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새로생긴 '타임라인 게시판'을 활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합평 받고 싶은 부분
급하게 마감하느라 문장을 더 다듬지 못해서 아쉽네요 ㅠㅠ
시간을 표현하는 부분과 현우의 작업 멘트를 조금 더 살리고 싶은데 조언 부탁드릴게요!

하고싶은 말
1. 아들 새끼 키워봤자 다 소용 없다더니..
2. 주제는 밝은 이야기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왜 아닌 것 같을까요 ㅠ_ㅠ

본문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일을 늘리실 수밖에 없었어요. 아침 일찍 나가 밤늦게 돌아오셨죠. 저는 고작 중학생이었나. 어머니껜 자주 칭얼거렸어요. 제가 등교할 시간보다 어머니가 항상 더 일찍 집을 나가셨거든요. 그럼 뒷정리는 제가 했어야 했어요. 혼자 밥그릇을 치우고 설거지를 해야 했었죠.

어느 날은 엄마한테 단 하루만 늦게 나가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어요. 혼자 밥 먹고 치우기가 싫어서요. 엄마는 안 된다고 하셨죠. 저는 그간 참았던 설움이 폭발해서는 엄마는 나보다 일이 더 중요하냐며 울었어요. 그때 어머니는 제가 울음을 멈출 때까지 조용히 기다려주셨다가 차분하게 말씀해주셨어요.

‘현우야.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시간을 하루 이십사 시간으로 표현하자면 엄마에게 현우는 늘 아침 여섯 시일 거야. 잠들었다 깨어나서 하루를 시작해야 하는 시간. 남은 하루를 보내야 하는 가장 처음이 되는 기준점. 엄마가 일을 시작하고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바로 현우야. 잠들었다 다시 깨어도 항상 눈을 뜨면 찾아오는 시간처럼, 현우는 늘 엄마에게 아침 여섯 시일 거야.’

그때부터 엄마는 제게 아침 여덟 시가 되었어요. 모든 준비를 끝내고 하루를 맞이하기 위해 집을 나서야 하는 시간이요. 어머니에게 제가 기준점이었듯, 어머니도 오랜 기간 제 삶의 기준점이었어요.

아침이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이라면, 저녁은 하루를 끝내야 하는 시간이잖아요. 어렸을 땐, 저녁 아홉 시 반쯤이면 항상 잘 준비를 했어요. 열 시에는 잠자리로 가야 했거든요. 그럼 전 그 삼십 분 동안 너무나 달뜨고 안달나 했어요. 오늘이 벌써 끝났다고 하는 아쉬움. 한창 놀 때는 친구들하고 헤어지기가 무척 아쉽고 그런것 처럼요.

혜경 씨가 그래요. 아홉 시 삼십 분 같아요. 해가 저물어 헤어져야 하는 시간이 오면 아쉽고, 안달 나고. 내일이 기다려지고. 오늘 있었던 일 남한테 말하고 싶어서 달뜨고. 자랑하고 싶고. 그런 거요.

난 애정 표현 같은 건 많이 서툴러요. 그래서 직접 표현하는 것도 좀 어려워 하구요. 너무 횡설수설하게 얘기했지만 내 대답은 그거에요. 혜경 씨 좋아해요. 하루가 끝나는 것이 아쉬울 만큼 매 분초가 흐르는 게 안타까워요. 늘 같이 있고 싶고 헤어지기 싫어요. 그러니까 나랑 결혼해요. 우리 같이 살아요. 앞으로 내게 아침 여섯 시가 되어줘요.




1
  • 끝났구다고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1391 7
14935 육아/가정패밀리카에 대한 생각의 흐름(1)-국산차 중심 23 방사능홍차 24/09/21 485 0
14934 도서/문학이영훈 『한국경제사 1,2』 서평 - 식근론과 뉴라이트 핵심 이영훈의 의의와 한계 6 카르스 24/09/19 649 15
14932 일상/생각와이프한테 충격적인 멘트를 들었네요 ㅎㅎ 9 큐리스 24/09/19 1152 5
14931 일상/생각추석 연휴를 마치며 쓰는 회고록 4 비사금 24/09/18 521 8
14930 방송/연예(불판)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감상 나누기 58 호빵맨 24/09/18 981 0
14929 음악[팝송] 혼네 새 앨범 "OUCH" 김치찌개 24/09/18 145 1
14928 일상/생각급발진 무서워요 1 후니112 24/09/17 484 0
14927 일상/생각오늘은 다이어트를 1 후니112 24/09/16 317 0
14926 게임세키로의 메트로배니아적 해석 - 나인 솔즈 kaestro 24/09/15 274 2
14925 일상/생각힘이 되어 주는 에세이 후니112 24/09/15 308 0
14924 일상/생각케바케이긴한데 2 후니112 24/09/14 449 0
14923 기타줌번개해요. 오늘 밤 10:45 부터 19 풀잎 24/09/13 704 2
14922 일상/생각수습 기간 3개월을 마무리하며 4 kaestro 24/09/13 675 10
14921 일상/생각뉴스는 이제 못믿겠고 3 후니112 24/09/12 800 0
14920 일상/생각예전에 제가 좋아하던 횟집이 있었습니다. 큐리스 24/09/12 465 0
14919 의료/건강바이탈 과의 미래 25 꼬앵 24/09/12 1070 0
14917 일상/생각"반박시 님 말이 맞습니다"는 남용되면 안될꺼 같아요. 24 큐리스 24/09/11 1245 4
14916 일상/생각와이프와 철원dmz마라톤 다녀왔습니다. 5 큐리스 24/09/11 484 6
14915 일상/생각얼마전 영상에서 1 후니112 24/09/10 318 0
14914 오프모임9월 15일 저녁 6시즈음 잠실새내에서 같이 식사 하실분!! 40 비오는압구정 24/09/10 1088 3
14913 음악[팝송] 칼리드 새 앨범 "Sincere" 김치찌개 24/09/10 158 1
14912 일상/생각가격이 중요한게 아님 8 후니112 24/09/09 856 0
14911 생활체육스크린골프 롱퍼터 끄적 13 켈로그김 24/09/09 484 0
14910 사회장애학 시리즈 (5) - 신체 장애를 지닌 아이들의 사회 기술 발달과 가정의 역할 7 소요 24/09/09 1762 5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