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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2/04/08 09:02:20
Name   The xian
Subject   그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영상에 [아니고]를 넣었을까?
2021 월즈(롤드컵) 이후 라이엇 코리아와 SBS는 2020년에도 했었던 차세대 프로게이머 발굴 프로그램인 [롤 더 넥스트]라는 프로그램의 광고를 내보냅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시작하기도 전에 공개된 예고편에서 논란이 터졌습니다.

아래 링크한 문제의 30초 예고편에서, 라이엇 코리아 측은 지상파 방영을 강조하며 '차세대 페이커가 등장한다는 롤 더 넥스트!'라는 패널의 목소리 이후, 2021 월즈 영상에서 말한 '더 킹 이즈 백'이라는 페이커의 목소리 아래 '왕의 귀환'이라는 멘트를 띄웠다가... 바로 [아니고]라는 멘트로 화면 전환한 다음. 쇼메이커의 팔을 비춘 영상을 띄우며 '새로운 왕의 탄생'이라는 멘트를 출력하는 행동을 했지요.

https://youtu.be/Yd4eYOnFZnM

이제 와서 이야기지만, 처음에 이 영상을 보고 제가 든 생각은 '이 사람들 무슨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거야?'란 생각이었습니다. 페이커 팬으로서 화가 난다든지 하는 건 그 다음이었어요.

뭐 유망주 발굴 프로그램이니까, '새로운 왕의 탄생'이라는 거, '차세대 페이커'가 탄생한다는 거 다 좋은 말이죠.

그런데 차세대 페이커가 등장한다고 말하는 프로그램에서 '왕의 귀환'이라는 멘트는 - 아무리 페이커의 'The King is Back'이란 멘트를 썼어도 - 유망주 발굴의 프로그램 취지와는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게 맞나?' 싶은 멘트였어요. 그 뒤의 [아니고] 멘트가 불필요한 것이야 더더욱 말할 필요도 없고요.

게다가 이래놓고 유튜브 페이지의 영상 설명에는 [11월 14일, 제 2의 페이커, 제 2의 쇼메이커를 찾는 리그 오브 레전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롤 더 넥스트가 새로운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라고 써 놓았습니다.

영상 설명의 취지대로라면, 어떻게 봐도 저 영상은 '왕의 귀환', [아니고] 라는 멘트가 필요한 흐름이 조금도 없었습니다. 페이커의 영상, 음성, 쇼메이커의 팔 둘 다 비춰주면서 '(페이커와 쇼메이커를 잇는) 새로운 왕의 탄생' 이라고만 했어도 그냥 그 내용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영상이지요. 그러다 보니, 페이커와 쇼메이커 사이에 [아니고]를 넣을 이유가 도저히 읽히지 않고, 굳이 넣은 이유가 무엇일지에 대해서 많은 의문을 가지게 될 만한 상황이었지요.

그랬기 때문에, 저 [아니고] 하나로, 극단적으로 말하면 저 예고 영상은 '페이커 [아니고] 쇼메이커' 라는, 페이커를 배제하겠다거나, 쇼메이커를 띄워주겠다는 LCK의 의도가 담겼다는 식의 말을 듣기 딱 좋았습니다.

당연히 국내는 말할 것도 없고 해외의 반응도 당연히 좋지 않았고요.


어쨌거나. LOL 팬들에게는 [아니고] 라는 말 한 마디로 다 설명되는 이 사건. 저는 대체, 라이엇 코리아가 무슨 생각으로 이 따위 영상을 만들었을까 싶었고, 저 사람들 제정신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지요. 그리고 단순히 페이커가 이런 취급을 당한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을 넘어서서, 주최측에서 페이커 같은 GOAT에게도 이렇게 [아니고] 대우를 할 정도면 어느 선수여도 맘만 먹으면 그런 취급을, 아니, 그보다 더한 취급을 했을 거라는 게 더 문제고요.

지나친 비약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영상과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에 관여한 것이 다름아닌 LOL e스포츠 주최측인 라이엇 코리아이니 말이지요.


저는 이 광경을 보고 예전 다른 e스포츠 종목에서도 방송사나 e스포츠 주최측이 당대의 레전드 선수에 대해, '차세대 OOO가 등장한다는 OOOOO!' 같은 말을 해 놓고, 자막으로 그 선수 한껏 띄운 다음에 '아니고'를 붙이고 라이벌 선수를 비춰주면서 묻어버리듯 취급했던 적이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종목이 쇠락해서 선수들의 가치까지 자의반 타의반으로 쇠락한 거라면 몰라도, 종목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 이런 짓을 한 광경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없는 것 같더군요.


여기에서 가정입니다만, 만에 하나,

LOL 이전에 흥했던 스타크래프트 시절에 - 물론 실제로는 그런 일은 없었지요 - OGN에서 스타크래프트 선수 발굴 프로그램 만들며, 임요환 선수 영상 띄워주면서 '차세대 임요환이 등장한다는 스타 더 넥스트!' 같은 식으로 해 놓고, 임요환 선수 모습과 함께 '황제의 귀환'이라고 띄워준 다음 바로 화면 끄고 '아니고' 띄우고, 그 다음 임요환 선수와 라이벌리를 이루던 선수 실루엣과 함께 '새로운 황제의 탄생'이라고 했으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상상해 봅니다.

성난 황제의 팬들에 의해 그날로 OGN이 멸망... 까지는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공개사과 하는 건 기본이고, 제작진 몇 명 정도 생계가 위험해질 수도 있겠고, 그게 아니라도 그 프로그램이 그 순간 완전 눈 밖에 났을 수는 있겠다 싶군요.

( 그것보다 더 쉬운 가정. 한창 메호대전 벌어지던 시절에 메시 모습 띄워주고 [아니고] 한 다음에 호날두... 아. 이건 호날두 모습 띄워주고 [아니고] 한 다음에 메시 해도 작살 나겠구나... -_-;;;;; )


뭐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아.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요?

결국 문제가 되자 아래와 같이 [아니고]를 삭제한 롤 더 넥스트 예고편 다른 버전이 제작된 것 같습니다. (해당 유튜브 댓글 보면 여기에도 처음에는 [아니고] 버전이 올라왔던 듯 한데, 그 버전 당시 SBS 측에서 댓글 삭제를 꽤 많이 하신 것 같더라고요.)

https://youtu.be/E8g0ZDkPSoY

그리고 제가 아는 게 맞다면, 이 '아니고' 사건에 대해서, 라이엇 코리아와 SBS 그 누구도 페이커에게 제대로 사과한 적은 없던 것 같더군요. 하기야, 이번 스토브리그 때에 칸나 이적에 대해 권한도 뭣도 없는 강력권고를 한 사건이라든지 정규 시즌 당시에 퍼즈 논란을 처리한다든지 하는 부분만 봐도, 잘못에 대한 사과보다는 자기 관계자 감싸는 데에 급급하고 목이 곧은 모습을 보여주는 스탠스였던 라이엇 코리아가 이 일로 이제 와서 사과를 한다 해도 참 웃기는 일이다 싶겠습니다.

애초에 기대할 만한 사람들에게 기대를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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