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10/12 10:27:09
Name   벨러
Subject   뉴스를 제대로 읽어보자(2)
안녕하세요. 벨러입니다.

오늘은 시간이 조금 생겨, 두 번째 글을 씁니다.

고맙게도 앞선 글은 추천게시판으로 옮겨졌군요. 가문의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흐흐.
혹, 아직 못 보신 분이 있다면
https://kongcha.net/pb/pb.php?id=recommended&no=70
이 링크를 누르면 볼 수 있습니다. 헤헤헤헤.

두 번째 글 시작합니다.

뉴스를 제대로 알고 읽자는 내용입니다. 뉴스의 홍수 속에서 보다 정확한 사실을 잡아내자는 것이죠.

오늘의 야마(?, 업계 은어죠. 이것도 나중에 설명할 날이 오길...)는
[출처를 확인하라]입니다.

뉴스의 출처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대체 이 기사가 어디서부터 비롯된 건지 알아야 곧이 곧대로 믿을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죠. [기레기][기자]가 갈리는 가장 명확한 지점 역시 여기라고 봅니다. 속칭 기레기들이 쓰는 기사는 대부분 출처가 불명확합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그곳이 출처이기도 하죠. 예를 들면 [오늘 오후 10시에 방송된 육룡이 나르샤에는~]으로 시작하는 기사라면 기사로서의 가치가 그리 높지 않을 겁니다. 출처가 분분명하거나 출처를 명기하지 않은 기사라면 더욱 믿을 수 없을 겁니다.

출처는 앞선 글인 [문장의 끝을 확인하라]와 보셔야 합니다. 그래야 이 출처에서 어떻게 나온 기사인지 정확히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봅시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57·사진)이 지난 7월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지 석 달 만에 침묵을 깨고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유 의원은 7일 대구에서 기자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지금 (대구) 초선의원 7명의 자질이나 지난 3년간 의정활동 내용을 보면 모두들 훌륭한 분들로 모두 재선되는 것이 대구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10072333125&code=910402

8일자 경향신문 1면 하단 기사입니다.
지난 글에 썼듯이, 첫 문장은 기사의 리드입니다. 그냥 이런 내용의 기사라는 설명이니 넘기시고, 두 번째 문장을 봅시다. 두 번째 문장의 시작은 [유 의원]입니다. 그리고 그 문장의 끝은 [말했다]로 끝납니다.
당연히 이 기사는 유승민 의원이 한 말을 토대로 작성된 기사입니다. 그가 말한 것을 듣고 그대로 쓴 기사인만큼 이 기사는 그대로 믿어도 됩니다. 물론 기자가 말을 앞뒤로 자르고 재편집하며 의도를 왜곡할 수는 있습니다만(이 부분은 추후에 다른 글로 설명하겠습니다), 저 말을 뱉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또 다른 기사를 보겠습니다.

[삼성은 올해 미래기술육성사업 하반기 지원과제로 기초과학·소재기술·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연구과제 38건을 선정했다고 8일 밝혔다.]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5100801071430115001

8일자 문화일보 14면 기사입니다.
리드가 없군요. 그럴 수도 있으니 넘어가고, 첫 문장의 주어가 [삼성]이군요 그리고 [밝혔다]로 끝납니다. 삼성이 보도자료를 냈나 봅니다. 네이버에 검색하면 관련 기사가 무려 50건이 뜨는군요. 보도자료가 맞나봐요.
이렇게 [정부][누구나 알만한 기업]이 보도자료를 내면 뭐... 그들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믿어야죠. 직접 밝힌 내용이니까요.

물론 정부도 기업도 거짓말을 합니다. 허위 보도자료를 내거나 거짓말로 브리핑을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밝히는 게 기자의 일입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상당한 취재가 뒷받침 돼야 합니다.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 그들 역시 꽁꽁 숨기고 있을테니까요. 취재는 한없이 어렵고 자연스레 문제점은 뒤늦게 밝혀집니다.
이 지점에서 기자를 실드치자면, 그렇다고 저 때 발표내용을 곧이곧대로 쓴 기자를 손가락질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자료가 쏟아지는데 일일이 그걸 확인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거든요. 또 치열한 속보경쟁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언론환경에서 [이건 아직 확인이 덜 됐습니다]라며 안 쓰고 미루고 있을 수도 없습니다. 일단은 쓰고 문제점은 나중에 찾을 수밖에 없죠.
그런 면에서 주간지 월간지 혹은 ‘그것이 알고 싶다’와 같은 심층 취재 프로그램은 상당한 우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애초부터 속보경쟁과 무관한 이들이거든요. 심층취재가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극복하려고 최근 종합지들은 심층취재 인력을 별도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한겨레신문의 [토요판]이 대표적이죠. 사안에 따라 [특별취재팀]이 가동되기도 합니다.
심층취재 관련해서는 따로 글을 써야 하는데, 어쭙잖게 길어졌네요 흑.

이 기사도 한 번 봅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문화일보가 8일 국내 매출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 배당 추이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배당을 시행한 78개 기업의 현금배당액은 9조5100억 원에 달했다. 1개 기업이 평균 1219억 원을 배당한 것으로, 2013년보다 16%(1조2900억 원) 증가하며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5100801070103006001

의도하지 않았지만, 제 곁에 석간인 문화일보가 있어서... 하나 더 예로 꼽았습니다.
주어는 [전경련][문화일보]군요. 끝은 [기록했다]구요. 이 문장은 두 개로 나뉘어져 있으니 쉼표 앞을 봐야하는데 [분석한 결과]라고 돼있습니다. 전경련과 문화일보가 직접 100대 기업 대상으로 배당 추이를 분석했다는 겁니다. 제 생각에 문화일보 기자가 분석을 한 건 아니고, 아이템을 문화일보에서 잡고 전경련에 분석을 해달라고 의뢰했을 것 같군요. 아닐 수도 있습니다 헤헤.
아무튼 문화일보가 전경련이라는 믿을만한(?) 곳과 함께 분석한 결과인 만큼 상당한 신뢰를 보내도 될 듯합니다. 문화일보와 전경련을 믿지 못하신다면 이 두 곳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거겠죠.


여기까지는 속칭 ‘실명’ 까고 기사 내용이 나온 경우입니다. 기사의 소스가 아주 명확하죠.
이제 좀 불분명한 것들을 봅시다.


[6일 복수의 여권(與圈) 관계자에 따르면 유 전 원내대표는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29일 이혜훈 전 의원과 티타임을 가졌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0/07/2015100700252.html

조금 된 기사군요. 찾다보니 그리 됐습니다.
이건 ‘복수의 여권 관계자’ 발입니다. 어미를 보니 나름 확실한 내용 같긴 합니다만, 이 내용을 누가 말해준 건지는 참 모호하군요. 이렇게 출처를 명기하지 않으면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사를 쓴 기자도 잘 알고 있죠.
그나마 이 기사는 ‘복수’라는 말이 들어갔습니다. ‘이 기사가 믿을만한 거야’라고 몸부림 치는 느낌이군요. 이 얘기를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 했으니 믿어도 된다’는 뜻이죠.

하나 더 봅시다.
[11일 사정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이 미국 법무부 및 재무부 등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에는 2013년 작성된 김 의장의 미국 카지노 환전 보고서가 포함돼 있다.]
http://www.hankookilbo.com/v/37fbfb4a6f7140eeae0bd0c1495fd7fc

오늘 나온 한국일보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사정당국 관계자]입니다. 보통 사정당국은 검찰을 뜻합니다. 매우 모호하게 썼네요. 이 기사의 리드를 보면 [알려졌다]로 끝나기도 합니다. 이 정도라면 정황상 검찰이 슬쩍 흘려준 걸 쓴 건데 실제 수사부에서 명확히 확인해주지 않으면 이렇게 씁니다. 뭐 검찰이 말해줬을테니 틀릴 경우는 매우 적습니다만요. 아무튼 읽는 입장에서는 기사의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출처를 모호하게 쓰는 경우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진짜로 [기사에 자신이 없을 때]고 두 번재는 [취재원을 보호해야할 때]입니다. 기사만 봐서 이 두 가지를 구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선수들끼리야 대충 압니다만, 독자들은 그게 아니죠. 그래서 최대한 지양해야 합니다. 하지만 취재원을 지키는 것 역시 사실을 전달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해, 무조건 쓰지말자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한국일보 기사가 대표적으로 취재원을 보호해야 하는 경우인데요, 나만의 '빨대(?)'를 지키고, 저 취재원이 다른 기자와 조직 내 다른 사람에게 시달리지 않게 만들려면 [사정당국 관계자]라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죠.
영화 [베테랑]에서도 이런 상황이 나옵니다. 사건을 단독 보도하는 기자가 출처를 명확히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서도철 형사에 따르면~]이라고 썼으면 서 형사의 수사는 더욱 어려웠을 겁니다. 아마 베테랑의 기자는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이나 [업계에 따르면]이라고 쓰지 않았을까 싶어요.


[가전 업계가 사물인터넷(IoT) 기반 스마트홈 시장에서 '눈치작전'을 펴고 있다. 관련 신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지만, 업계 표준이 여전히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고 생태계 확대에 제약이 있어서다. 4일 가전 업계에 따르면 인터넷 연결을 지원하는 스마트홈 제품에 대한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5100502100632813001

이건 좀 재밌는 경우입니다. 이런 기사를 [박스]라고 하는데요(추후에 다른 글로 설명하겠습니다), 새로운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데 목적이 있다기보다, [분석] [견해] 등을 전하는 기사라는 뜻입니다.
박스기사는 새로운 것을 밝히는 기사가 아니라서 [누가 ~~을 밝혔다]고 쓰지 않습니다. 그런데 왠지 출처는 밝혀야 할 듯 하고, 기사 양식 구성상 날짜도 써야 될 것 같아서 억지로 출처와 날짜가 들어간 기사죠. 문장만 보면 저기서는 [4일 가전 업계에 따르면]이라는 저 문장 자체가 없어도 됩니다.
저 문장을 사실 기자도 쓰고 싶지 않았을 텐데, 우겨넣은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군요.


이 외에도 [소식통에 따르면~] [~~의 말을 종합하면]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위에 소개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따로 적지는 않겠습니다(사실은 귀찮...). 기자들이 뭐 알아서 잘 확인해서 쓴 걸 거예요....흐흐흐흐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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