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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5/09/18 14:05:20 |
Name | 벨러 |
Subject | 뉴스를 제대로 읽어보자(스크롤 압박) |
안녕하세요, 벨러입니다. 이런저런 커뮤니티를 보지만 순도 100% ‘눈팅족’이라 글을 써본 적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귀차니즘이 가장 큰 이유겠죠. 글 쓰는걸 매우 귀찮아 하지만 저는 꽤 긴 기간 신문사에서 일했습니다. 글 쓰는걸 그리 좋아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좋은 문장을 구사하지도 못하는데 말이죠. 이런저런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취재는 꽤 좋아했습니다만...하아 뉴스를 생산하는 일에서는 벗어났지만, 여전히 뉴스에서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살면서 접하는 정보 중 다수가 뉴스이기 때문이죠.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저랑 다르지 않을 겁니다. 숱한 낚시성 기사를 쓰는 ‘기레기’를 욕하지만 결국 그곳에서 많은 정보를 얻게 되죠. 그래서!!! 이건 뉴스를 제대로 읽어보자는 글입니다. 기자들이 기사에서 진실을 말하는지, 이 기사는 어떻게 튀어나온 기사인지 제대로 알고 보자는 거죠. 대충 지나친 문장이 담고 있는 의미가 상당하거든요. 문장으로 사람을 속이는데 기자들은 아주 선수입니다. 대충 보다보면 기자들이 자신없이 얘기한 기사를 진실로 믿어버리게 되고, 자신있게 취재한 기사가 찌라시로 묻혀버릴 수도 있거든요. 문장의 끝을 확인하라!! [발표했다] 제대로 교육을 받은 기자의 기사라면 ‘리드’ 다음에 보통 출처가 나옵니다. 뉴스를 볼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이 출처죠. 이 기자가 보도자료를 받아 쓴 것인지 아니면 직접 취재를 한 것인지, 이 기사의 신빙성은 어느 정도인지를 바로 이 출처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248237&code=11151300&cp=nv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보유자가 쉽게 가입할 수 있도록 가입 요건이 대폭 완화되고 보장 범위도 모든 질병으로 확대된 새로운 유병(有病)자 전용보험이 출시된다. 금융감독원은 ‘국민체감 20대 금융관행 개혁 과제’ 중 금융서비스 사각지대 해소의 일환으로 이 같은 내용의 개선안을 17일 발표했다.] 오늘자 국민일보 기사 중 하나를 예로 들어 봅시다. 제가 첫 문장과 두 번째 문장만 긁었는데 첫 문장이 바로 기사의 ‘리드’입니다. 몇몇 기자들은 최근에 제목이 리드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고 리드를 생략하기도 합니다만 보통은 쓰죠. 기사의 핵심 내용을 한~두 문장으로 요약한 문장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기사는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이 가입할 수 있는 새로운 보험이 나온다는 얘기군요. 주목할 것은 바로 두 번째 문장입니다. 이러한 형태의 문장이 없는 기사는 제끼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그건 기사의 기본조차 없다고 할 수 있거든요. 문장을 보면 보험이 출시된다고 말한 주체가 나옵니다. 여기서는 [금융감독원]이군요. 이후 이 내용이 어디에 포함돼있는지도 있군요. [국민체감 20대 금융관행 개혁 과제] 군요. 이 보험이 발표된 의의도 있습니다. [금융사각지대 해소] 네요. 이걸 발표한 날짜도 있고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문장을 끝내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발표했다]입니다. 중간 부분을 자르면 [금융감독원이 발표했다]는 거죠. 이는 즉 금융감독원이 기자들을 대상으로 브리핑을 했거나, 보도자료를 냈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정부 기관이 발표한 만큼 일단 이 내용은 순도 100% 사실입니다. 금감원이 구라로 발표하지 않았다는 전제하에서요. [밝혔다] http://www.hankookilbo.com/v/e9946ce3b62e4523a675fd831a4e8176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는 강영원(64) 전 석유공사 사장과 황기철(63) 전 대한광물 대표는 구속기소, 김신종(65) 전 광물자원공사 사장은 불구속 기소하고, 수사를 마무리했다고 17일 밝혔다.] 역시나 기사 두 번째 문장입니다. 이 문장은 [밝혔다]로 끝납니다. 중간 부분을 자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를 밝혔다]입니다. [밝혔다]는 매우 확정적 표현입니다. 따라서 브리핑이나 보도자료를 냈을 때 혹은 공식적인 입장일 때 주로 사용합니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마무리죠. [확인됐다]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7475163&cloc=olink|article|default [포스코건설 비자금 사건에 2002년 대선자금 전달책으로 활동했던 인물이 연루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제목이 리드역할을 하고 두 번째 문장이 리드로 간 기사군요. 이 문장은 [확인됐다]로 끝납니다. 기자가 취재를 제대로 했다는 자신감이 묻어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이어지는 문장도 보시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장씨에 대해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인데요. 청구했다 이후에 뭐가 더 안 달렸죠?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구했다고 말했다] 등이 아닌 걸 보면 이건 정말 청구한거죠. 특수2부가 발표한 것이 아니라 그냥 자기가 확인했고, 청구했다고 쓴 걸 보니 단독기사인 것 같군요. 이게 브리핑이나 공개적 티타임 등에서 말한 건데 이렇게 썼다면, 다른 기자들의 원성을 좀 샀을 겁니다. [말했다] http://news.donga.com/3/all/20150918/73699524/1 [17일 옌볜의 정통한 소식통은 “정찰총국 요원 5∼8명이 한국인 납치를 시도하다가 현재 지린 성 모처에 구금돼 있으며 소속과 직책, 관련 작전 내용을 전부 중국 측에 자백했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말했다]로 끝나는 군요. 말했다는 뜻 그대로 누가 말한 걸 옮겨 적었다는 뜻입니다. 이는 [이 사람이 말한 걸 난 그냥 옮겨 적은 것 뿐이야]라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기사의 신빙성은 말을 한 [주체]에 온전히 달려있습니다. 말을 한 사람의 신뢰도가 이 기사의 신뢰도와 직결되는 것이죠. 예로 든 동아일보의 기사의 주체는 [옌볜의 정통한 소식통]입니다. 동아일보를 디스하고 싶은 마음은 없으나, 이 분이 진짜 정통한 건지 아닌지 독자가 알 길은 별로 없군요. 북한 관련 뉴스는 사실 대체로 이런 편입니다. 취재가 잘 안되기 때문에 누군가의 말에 의존할 수밖에 없거든요. 자연스레 신뢰도는 떨어집니다. ‘아 그냥 이런 일이 있다는구나’ 정도로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말했다]는 각종 언론 소송을 피해가는 기술이기도 합니다. 앞서 말했지만 그냥 [누가 말한 걸 나는 적었다]고 하면 되거든요. 물론 그 사람이 진짜 말을 한 건지, 제3자가 보기에도 믿을만한 취재원인지는 본인이 잘 증명해야겠죠. 취재원을 보호하면서 이를 입증하기란 쉽지 않지만, 그게 기자의 일이기도 합니다. [알려졌다] [전해졌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9150600035&code=940301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김관정 부장검사)는 개인투자자들로부터 3000억원가량의 투자금을 모집해 다른 용도에 사용한 혐의(사기 등)로 ‘이숨투자자문’을 수사 중인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9/15/2015091500293.html [선관위는 이날 오후 5시부터 2시간가량 전체위원회의를 열어 공직선거법 관련 판례 등을 바탕으로 논의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는 [알려졌다]와 [전해졌다]입니다. 이 두 단어는 가장 자신이 없을 때 쓰는 말입니다. 기자들이라면 이 두 단어를 지양해야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사용하게 되는 마법의 단어이기도 하죠. 믿을만한 사람한테 정보를 들었는데 정작 주체가 확인을 해주지 않을 때 눈물을 머금고 쓰는 말입니다. 얘네들은 대체로 [단독] 기사에 많이 등장합니다. 공개적으로 나온 얘기가 아니고 혼자만 아는 얘기일 때가 많죠. 누구나 다 알면 [밝혔다] [발표했다] 등으로 쓰죠. 저렇게 쓰지 않습니다. [알려졌다] [전해졌다]는 [말했다]와 마찬가지로 역시 소송을 피하는 기술입니다. [나는 알려진 걸 썼을 뿐이야]의 회피기술 시전이 가능하거든요. 아무튼 이렇게 끝나는 기사는 오보의 가능성도 상당히 있습니다. 저렇게 쓰고 일단 지르는 기사도 상당하거든요. 더 다른 것들이 있겠지만 출처 문장 마무리로는 기본적으로 이정도 단어가 쓰입니다. 기사의 뼈대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확인하고 기사를 읽으면 얼마나 신뢰해야 하는지도 감이 오겠죠. 글이 엄청 길어졌는데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다음에 또 다른 거리가 생각나면 쓰러 오겠습니다.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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