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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1/10/06 18:32:15
Name   샨르우르파
Subject   KDI에서 본 한국 여론양극화 문제 (부제: 여성시대 주작사태)
다음까페에 익명게시판 기능이 있는데, 댓글 작성자가 글 작성자와 동일인임을 알리는 기능이 오늘 추가됐습니다.
그래서 보니까 여성시대에서 화제였던 익명글 상당수가
알고보니 작성자가 댓글까지 다 써둔 거대한 자작극 퍼포먼스였더라.. 하는 이야기가 있죠.

제가 말하고 싶은건 여성시대 주작사태가 아니라, 이 사태로 드러난 온라인 여론의 취약성 문제입니다.
글 자체도 주작일지 모르는데 반응까지 주작인 게 상당수라면 온라인 여론을 어떻게 믿어야 할까요?
더 나아가, 온라인 커뮤 여론을 토대로 현실 여론을 추론해내는 게 가능할까요?

실제로 KDI에서「한국의 여론양극화 양상과 기제에 관한 연구」라는 재미있는 보고서를 몇 년 전 제작했기에 한번 소개해 봅니다.
본문이 수백페이지로 매우 길어서 요약을 했는데 내용도 매우 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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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함께 민주화를 이룬 우수사례로 손꼽히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진보와 보수 진영 간 갈등이 심화되며 여론양극화와 정치양극화 현상에 대한 우려가 커짐.
민주주의 체제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에 근거한 합리적 토론과 의견 수렴이 필요하나, 여론 지형이 양극화되어 이념 성향이나 의견의 격차가 벌어지게 되면 의사결정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갈등이 심화될 우려
여론지형이 양극화되는 상황에까지 이르지는 않더라도 정치인들이 개별 사안의 합리성이나 타당성보다는 진영 논리에 기초하여 본인의 입장을 정하고 정치적 투쟁을 할 경우 민주주의 체제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우려

□ 본 연구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초하여 전통적인 방식의 설문조사와 더불어 실험과 빅데이터 분석 등 새로운 연구방법을 활용하여 우리나라 여론양극화 양상과 기제를 파악하고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
본 연구에서 여론양극화는 ‘의견 분포상 양극단에 가까운 의견이 호각을 이루며 전체 분포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현상’으로 정의
특히 여론양극화는 성별, 인종, 종교, 지역, 소득 등 사회경제적 특성에 기초한 집단양극화와 연계될 경우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증폭
기존 연구에서는 엘리트(정치인) 양극화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었지만, 본 연구에서는 일반 국민, 즉 유권자 양극화에 초점을 맞춤.
한국의 엘리트 양극화 지수(0~2)는 17대 국회(2004.4-2008.4) 때 0.7에서20대 국회 전반(2016.4-2018.5) 0.9로 증가(한규섭 외(2018))
* 경제 등 어떤 사안에 대해 가장 진보적 입장을 –1, 가장 보수적 입장을 +1로 할 때, 엘리트 양극화 지수는 양대 정당 간 평균 입장의 차이로 계산

□ 한국의 여론양극화 양상과 추세를 살펴보기 위해 「세계가치관조사(World Values Survey: WVS)」와 「한국종합사회조사(Korean General Social Survey: KGSS)」자료를 이용해 유권자의 이념성향 분포 변화를 시계열로 분석한 결과, 여론양극화가 진행되었다고 보긴 어려움. 완전 중립 입장을 기준으로 이념 성향이나 의견의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은 발견되지 않음.
다만, 이념 성향 분포상 양극단에 있는 사람들이 2014년에서 2018년 사이에 현실정치와 온라인의 여론형성 활동에 적극 참여한 것으로 나타남.
정치적 대립과 갈등이 이들의 여론형성 활동과 정치 참여에서 기인할 수 있는 만큼, 양극단의 의견이나 입장이 정치 과정에서 지나치게 과대평가되지 않도록 하고, 정보 왜곡과 편중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

□ 2018년 12월 일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및 실험연구 결과에서도 이념 성향이나 의견의 격차에 따른 여론양극화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으며, 인구통계 특성 및 내재적 선호가 이념 성향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
응답자 스스로 평가한 자신의 이념 성향에서 ‘중도(5점)’는 45%에 달했고, 양극단인 ‘매우 진보(0점)’와 ‘매우 보수(10점)’는 각각 3%도 되지 않았음.
통일·외교·안보, 조세·재정·복지, 경쟁·규제, 차별 철폐 등과 관련된 25개의 정책 문항에 대한 개별 응답자의 응답 평균을 기준으로 할 때, 응답자의 3분의 2가 ‘다소 진보(4점)’와 ‘다소 보수(6점)’ 사이에 분포
정치 성향의 결정요인을 살펴보면, 불평등에 대한 기피 성향이 높을수록 진보 성향을 보이고, 경쟁을 선호할수록 보수 성향을 보임.
인구통계 특성별로는 남성은 여성보다, 고령층은 저연령층보다 자신의 보수성을 과대 추정하는 경향

여론양극화 기제 중 정보 편중 현상에 초점을 맞춰 인터넷 미디어(SNS와 인터넷 뉴스매체)가 여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인터넷 미디어가 사용하는 표현은 편향성이 높으며, 이용자의 이념 성향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확인
인터넷 매체의 표현이 가지는 편향성을 분석한 결과, SNS의 경우 국회의원보다도 편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
미디어 패널 자료(2012~16년)를 분석한 결과, SNS에 노출된 이용자는 그렇지 않은 이용자에 비해 더 진보적인 방향으로, 인터넷 뉴스매체에 노출된 이용자는 더 보수적인 방향으로 이념 성향이 변화하는 것으로 나타남.
특히 뉴스를 선호하지 않는 집단이 뉴스를 선호하는 집단에 비해 이념 성향 변화의 정도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남.
매체가 편향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같은 이념성향을 가진 이용자가 동일 매체를 선별적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심화되고 집단화될수록 여론양극화가 진행될 수 있음을 시사

□ 여론양극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회경제적 요인에 의한 집단양극화가 심화되지 않도록 예방하고, 의견 분포상 양극단에 있는 사람들과 매체의 의견이 과대평가되지 않도록 여건을 조성할 필요
성별, 인종, 종교, 지역, 소득 등 사회경제적 특성에 기초하여 배타적 정체성이 형성될 경우 집단양극화와 여론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차별을 금지하고 포용적 정체성 확립에 기여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경제 불평등을 완화하도록 노력할 필요
정치인이 극단적 지지자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에서 벗어나 전체 유권자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대변할 수 있도록 선거와 정치자금모금 방식을 개선
다양한 성향과 이해관계를 가진 모든 유권자가 쉽게 투표할 수 있도록 하고, 사표방지를 위해 유권자가 선호하는 순서대로 후보자를 표기하는 즉석 결선투표제의 도입을 고려
정당 국고보조금을 배분할 때 일정 부분을 소액 다수 기부금 총액과 매칭함으로써, 정당이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집단양극화와 여론양극화를 부추기는 허위정보에 대응하고 정보 편중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미디어 대책을 마련하고, 무분별한 정보 전파의 부작용과 위험성에 대한 시민교육을 강화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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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요약하자면, 대중과 전문가의 우려와는 달리 여러 데이터로 조사해본 결과 여론 양극화가 최근 심해졌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심해지더라도 우려만큼은 아니에요. 저도 보고서 되게 의외였습니다. 다만 온라인 공간에서 정치성향 양극단인 시끄러운 부류가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SNS 공간이 여론양극화를 부추기는 모습은 나타났습니다.

2018년까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쓴 보고서라 지금은 더 심해졋을 것 같긴 한데,  
"우려만큼 여론양극화가 심하진 않다. 다만 온라인 공간에 양극단이 과대대표되며 SNS가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건 문제다"는 결론이 바뀔 것 같진 않습니다.

온라인 여론을 찻잔 속 태풍이라 무시하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최근 선거결과와 현재 여론조사를 보면 온라인 여론을 절대 무시할 수는 없지요(특히 청년층)
다만 자기 주변의 온오프 공간이 사회 평균과는 괴리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스스로의 상대적 위치에 대한 감각과 함께 행동해야 합니다.
이게 없으면 정말 큰코 다칩니다. 한국 주요 정치세력 모두 위 지침을 무시하고 극단파에 끌려다녔다가 큰 댓가를 치룬 전적이 있습니다.

1. 국민의 힘은 자유한국당 시절 '사기탄핵'를 외쳐대는 태극기부대와 친박에 끌려다니다보니 사회 인식이 바닥이었고, 결국 차명진의 '세월호 OO썸 발언'으로 작년 총선에서 나락까지 갔습니다. 그러다 김종인, 이준석 덕에 겨우 나아진 게 지금이죠.

2. 더불어민주당은 '조국수호 검찰개혁'을 외쳐대는 극문에 끌려다녔고, 강성 코어들이나 좋아할 적폐청산/검찰개혁같은 어젠다에 몰두한 탓에 민생 문제는 뒷전이었습니다. 그 결과가 올해 재보선이었고.

3. 온오프 페미니스트 집단은 '한국남성은 잠재적 가해자' 같은 소리나 하던 강경파의 언행을 제지하지 않은 결과 인식이 이미 나락으로 갔습니다. 청년 남성 이미지는 말할 것도 없고, 주요 정당들도 페미니스트 관련 언행은 최대한 사리는 분위기죠.

4. 안티페미니스트 집단이 '우리도 페미니스트처럼 과격하게 행동해서 성취하자' '젠더갈등은 절대 찻잔 속 태풍이 아니다'고 설쳤던 결과는 안산 사건에서 드러난 국제망신이었지요. 그들이 밀었던 이준석과 양준우가 안티페미 관련해서 내놓은 건 없는 수준이고(그나마 하려했던 여가부 폐지조차 강한 반발끝에 없던 일 됨), 안산 사건에 잘못 연루되는 등 사고만 쳤습니다.


온라인 공간의 여러 취약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리고 자기 주변과 온라인 공간의 평균이 사회 실제 평균과 다를 수 있다는 자각이 없으면,
현실에 대한 왜곡된 인식 덕에 사고를 칠 위험이 높고,
인터넷 주작 및 여론조작꾼들에게 끌려다니고 이용만 당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주의해야 합니다. 전부터 해온 생각인데 여성시대 사태를 보니 정신이 번쩍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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