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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1/04/22 10:57:53수정됨
Name   윤지호
File #1   5a36b17f60570a452a0e8ce909d6f13e.png (272.7 KB), Download : 19
Subject   요즘 나오는 군대 빈찬합 관련 뉴스에 대해..


전역한지 3년정도 되었습니다만, 나름 보급체계에 밀접한 관련이 있었던 사람으로서(부식차 전담 운전병 n개월 경력 및 취사병 동기, 행정병 후임과 친했음)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우선, 제가 알기로는 요즘 군대(사실 이것도 3년전 기준이긴 합니다만)에서 급양대에서 오는 보급이 부족해서, 혹은 중간 횡령 등의 이슈로 인해 병사들에게 보급되는 부식 및 식자재가 모자라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왜냐? 부대에서 부식 및 식자재를 수령하기 위해서는, 우선 부대에서 주기적으로 식수인원(식수인원이란 해당 부대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총 인원 수입니다. 간부도 포함이며, 해당 부대에 파견병력 및 예비군 훈련 등으로 인한 증원병력도 당연히 포함되고, 출타자는 제외됩니다)을 파악하여 담당 급양대로 보냅니다. 그럼 급양대(각급 부대로 부식 및 식자재를 불출해주는 부대로, 원활한 보급을 위해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읍니다)에서는 각급 부대에서 전달받은 식수인원과 짜여진 식단을 바탕으로 식자재 재고를 운영하게 되고, 각급 부대는 주 2~3회씩 급양대로 부식차를 보내 필요한 식자재와 부식을 수령해오게 됩니다.

여기서 쌀은 좀 예외인데, 보통 쌀은 급양대에서 직접 각급 부대로 불출(보통 11.5톤 트럭이 많이 사용됩니다)하게 되며, 다른 식자재와는 별도로 재고운용이 되는 듯 합니다. 아마도 무게 및 양이 상당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읍니다.

또한 횡령...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아시는대로 군부대에서 쌀한톨이라도 사적으로 빼돌렸다가 걸리면 바로 짤없이 기소당하게 됩니다. 따라서 제 한몸 건사하기에 최적화되어 있으며 장기근속에 눈이 먼 간부들 특성상 부피도 크고 금전적 이득도 별로 안되는 식자재를 횡령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실제로 저희 부대에서는 남는 식자재를 간부들 나눠주면 횡령이 되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뒷산에 모두 갖다 파묻은 일도 있었습니다.

여튼, 결국 부대에서 격리자들에게 제대로 된 반찬이 안나온것은 결국 식자재가 부족했거나 정량배식이 제대로 안되었다거나 했다는 것인데, 정량배식이야 뭐 일선 급양간부의 관리감독 소홀이니 차치하고.. 보통 식자재 부족은 중앙보급의 문제가 아니라 각급부대에서 식수인원을 잘못 계산해서 제출했기 때문에 일어나게 마련입니다. 근데, 문제는 현재 상당수의 부대에서 이 식수인원을 [일부러] 틀리게 계산해서 제출하는 일이 많다는 겁니다.

그 이유는 바로 잔반처리비용 때문인데요. 실제로 많은 부대들이 잔반, 즉 짬처리 비용에 대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옛날 고리짝 시절에야 짬아저씨가 좋다고 가져갔을수도 있지만 요즘 짬아저씨들은 부대에서 처리비용을 받고 가져갑니다. 즉, 부대에서 잔반을 처리하는데도 비용이 든다는 겁니다. 잔반이 얼마나 나온다고 그러느냐? 실제로 보면 엄청나게 많이 나올수밖에 없습니다. 보통, 육군 병사 기준으로 식수인원 한명당 하루 3000칼로리 이상으로 식단이 구성되어 있고, 조식 중식 석식 외에 별도로 불출되는 빵, 건빵, 라면 등 부식까지 합치면 거의 하루에 4천에서 많게는(최전방 경계근무 전담부대는 부식이 상상할 수 없을정도로 많이 나옵니다)5천칼로리에 육박하게 됩니다. 근데 군대 특성상 대량조리를 하기 때문에 맛이 좋을수가 없고, 병사들 월급도 올라가고 선진병영문화로 인해 이등병도 자유롭게 PX를 이용하게 되면서, FM대로 식수인원을 보고하고 식자재 불출받아 급식을 하게 되면 PX에서 배채우고 온 병사들이 밥을 적게 먹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잔반이 무지막지하게 많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런 현상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짬아저씨들은 그대로인데 부대들이 전반적으로 잔반을 많이 배출하게 되니 짬아저씨 한명당 커버할 수 있는 부대 숫자가 줄어들고, 이는 자연스레 처리비용 증가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이게 부대 운영비용에 타격을 주게 되니 자연스레 식수인원을 적게 보고해서 수령하는 식자재 양을 줄임으로서 잔반처리비용을 줄이는 부대들이 많아지는거죠.

실제로 제가 근무했던 부대에서는 무나 감자 등 병사들이 선호하지 않는 식자재 위주로 행보관이 저와 제 취사병 동기 및 행정병 후임에게 특명(?)을 내려서 급양대에서 수령했다고 싸인만 하고 수령안해오기, 수령해온 뒤에는 부식차에서 안내리고 그대로 뒷산으로 싣고가서 파묻기 등등 별의별 수법들을 다 썼습니다만 결국 한계에 봉착해서 식수인원을 줄여서 보고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었습니다. 저희 부대는 1주일에 한번씩 식수인원을 보고하는 형태였어서 행보관이 직접 메뉴 검토 후 평소 병사들의 선호메뉴가 얼마나 포함되어있는가를 기준으로 식수인원을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30%까지도 줄여서 보고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렇게 식수인원을 줄여서 보고하는 게 일상화가 된 부대에서, 어쩌다가 메뉴가 괜찮아서(감자탕, 제육볶음, 닭튀김 등..) 병사들이 밥을 잘먹었다고 칩시다. 이렇게 되면 결국 일반 병사들 중에서도 짬에서 밀리거나 경계근무 등으로 인해 밥을 늦게 먹게된 인원들은 메인메뉴를 구경도 못하고 PX로 가게될 가능성이 크죠. 그럼 결국 격리조치된 병사들에게 가는 식사는... 빈 찬합이 될 수밖에 없구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쌀은 다른 식자재와는 별도로 재고관리가 되기 때문에 쌀이 부족할 일은 진짜진짜 없습니다. 그래서 격리조치된 병사들 도시락에는 밥만 덩그러니 있었던 거죠.)

두서없는 내용이었지만, 제가 하고싶었던 얘기는 결국 이겁니다. 격리조치된 병사들이 빈 찬합을 받게 된 경위에는 무슨 중앙보급이 부족하거나 누가 횡령을 해서 그랬다기 보다는 일선 부대에서 잔반처리비용을 줄이기 위해 꼼수를 쓰다가 그렇게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물론 제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추론이라 사실관계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만 제가 운전병으로 근무하면서 꽤 다양한 부대들을 돌아다녀 봤는데 그 부대들도 제가 근무했던 부대와 사정이 별반 다르진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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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상도 못했던 이유네요.
  • 어찌하여 빈찬합만 오시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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