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를 할 때면 종종 미로 속에 갇힌 듯한 기분이 들어요. 어디로 가야 출구가 보일지 모르겠다면, 아마 전략이 아니라 직감에 의존하고 있는 걸지도 몰라요.

계획표는 완벽한데 데이터는 산으로 가고, 논문은 쓰는데 실험은 실패하고… 어쩌면 우리의 뇌는 ‘멀티태스킹’이라는 단어 자체를 거부하는 건 아닐까요?

전략이란 건 때론 밥솥에 물 넣고 취사 버튼 누르기 전에 ‘쌀은 넣었나?’ 확인하는 것과 비슷해요. 당연한 걸 놓칠 땐 모든 게 꼬이기 마련이죠.

누군가는 ‘무계획이 계획’이라 말하지만, 연구실에서 그 말을 믿었다간 머리카락만 계획 없이 빠질 거예요. 차라리 백업 플랜을 백업 플랜에 백업하는 게 현명하답니다.

결국 연구 전략은 줄타기와 같아요. 너무 기울면 넘어지고, 너무 조심하면 움직이지 못하죠. 균형을 잡을 때만 비로소 앞이 보인다는 걸, 커피 잔에 비친 달빛이 속삭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