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들에는 특이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낮에는 조용히 고개를 숙인 채 키보드를 두드리는 풀숲들이, 밤이 되면 별빛 대신 모니터 빛에 얼굴을 비추며 웃음꽃을 피우죠.

이곳에선 글이 자라나는 속도가 담배피우다가 후다닥 도망가는 토끼보다 빠릅니다. 댓글은 불쌍한 화분처럼 물 주는 손길을 기다리다가 어느새 스스로 뿌리를 뻗어 울타리를 넘어버리더군요.

가끔은 홍들 한복판에 누워 하늘 대신 추천 버튼을 세어보곤 합니다. '이게 진짜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일까?' 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죠. 그런데 어째서인지 키보드엔 항상 미처 다 못 적은 농담들이 이슬처럼 맺혀있습니다.

혹시 나만 홍들 바람에 휩쓸려 허우적대는 건 아닌지... 아, 아니군요. 저기 멀리서도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들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