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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26 00:08:47수정됨 |
Name | Schweige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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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슈바와 신딸기. |
국민학교 5학년 시골 할아버지 댁에서 광주로 전학을 했습니다. 광주에 집을 산건 아니구요 예전 대동고 자리 언덕배기 반지하 방 월세이었어요. 출입문 말고는 볕도 들지 않는 그런 반지하방이요. 거기서 연탄가스 중독된 적도 있고 음주운전 트럭에 치여 죽을 뻔 한적도 있고 그 집 사는 동안 참 다이나믹 했죠. 그런 동네에도 잘사는 집은 있었어요. 약국집 아들이던 같은반 친구처럼요. 그시절에 게임기, PC, RC카, 모형헬기를 가지고 놀던 애였어요. 당연히 아이들은 한번이라도 걔네집에 따라가 같이 놀고 싶어 했죠. 물론 저도요. 어느날인가 걔네 집에 놀러갔었어요. 어떻게 게임 한번 해보고 싶어 침만 흘리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 친구는 자기와 친한 애만 시켜주고 저 포함 나머지는 갤러리로 구경만 할 뿐이었죠 시간이 좀 되자 어머니가 수박을 잘라 오셨어요. 애들수에 맞춰서 잘라온걸로 기억해요. 인사를 하고 수박을 다 먹어갈 때쯤 그 친구가 저에게 자기가 먹고 남은 수박 껍질을 내밀며 그러더군요. 아나~ 이것도 먹어라~ 그지새끼. 그날 이후 걔네 집에 가지 않았습니다. 다른애들이 같이 놀러 가자해도 핑계를 대며 곧장 집으로 가곤 했어요. 속으로야 RC카도 만지고 싶고 게임도 하고 싶었죠. 그래도 그냥 꾹 참고 지내다 보니 조금씩 괜찮아 지더라구요. 저에겐 개구리왕눈이, 바람돌이, 붕붕이 있었으니까요. 며칠이나 지났으려나요. 그 친구가 학교에 딸기를 싸왔습니다. 딸기가 요새처럼 흔하지 않던 시절이라 제눈은 번쩍 떠졌고 침이 꿀덕꿀덕 넘어갔어요. 반 아이들은 나도 하나만 주라 모여들어 손을 내밀었죠. 그 친구는 으스대며 내말 잘 듣는 사람만 나눠 주겠다 했어요. 시끌시끌한 그 모습을 애써 외면하며 책을 읽는 척 했어요. 야 땅그지!!! 너도 하나 줄까? 딸기를 하나 들고와 제게 내밀었습니다. 아니 나 딸기 안좋아해. 물컹해서 싫어. 너나 먹어. 그 말을 들은 그 친구는 피식 웃으며 다시 자기 무리로 돌아갔습니다. 아주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그 순간 에이~ 그러지 말고 먹어라 손에 쥐어주길 바랬어요. 너무 먹고 싶었거등요. 그날 집에 돌아와 울었던가 그랬을거에요. 아마... 시간은 흘렀고 아이러브스쿨이 한참 유행하던 어느날 국민학교 모임에서 그 친구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따라 약사가 되었더군요. 연세대니까 모 회원님 선배일지도 모르겠네요. 여튼 그날 한참 술이 오른 뒤 그 때 그 일을 물었습니다. 거지 취급하며 왜 수박껍질 먹으라 했냐구요. 그친구는 전혀 기억을 못하더군요. 그러면서 정말 미안하다며 무안할 정도로 사과를 했어요. 저는 좀 허탈했어요. 그게 너한테는 기억도 못하는 아무일도 아니었구나 싶어서요. 지금에와 생각하면 별로 친하지도 않은 애가 만날 놀러오니 얼마나 귀찮았있나 이해가 됩니다. 지지리도 가난한 목욕도 잘 안해 냄새나고 꿰제제한 행색의 아이가 자꾸 같이 놀려 했을테니... 어린 나이에 그럴법도 하지요. 그 친구 결혼한 뒤로 연락 끊어졌지만 그 친구와는 이후로 잘 지냈어요. 가끔 만나 술도 먹고 클럽도 같이 다니고 어울려 여행도 한번도 갔었고요. 긍까 그 친구를 탓하려는 게 아니라요... 좀전에 그 사람이 나폴레옹에서 딸기케익을 사왔어요. 같이 너한입 나한입 떠먹여 주다 보니 문득 그일이 생각 났습니다. 동일한 일도 누군가에겐 비극, 상대에겐 드라마, 또 누군가에겐 동화가 되기도 하지요. 여튼간에 딸기는 맛있습니다. 넵넵.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0-06-07 14:09)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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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비슷한 기억이 있을거 같고, 또 기억하지 못하는 가해가 있을거 같습니다. 애초에 그런 가해를 하지 않는 배려와 혹시 나중에 피해자의 고백에 회피하지 않고 사과하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 물론 쉽진 않겠지만 ㅠㅠ
ㅎㅎ저도 비슷한 기억이 있는데 급우한테 직접 놀림을 당한 건 아니고...
넉넉치 못한 집이어서 도시락 반찬을 거의 매일 김치 아니면 장아찌 같은 것만 싸 갔는데, 당시 친구들이 착했던건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표정이 좋지 않은건 어리던 저도 다 느낄 수 있었구요.
그래서 매번 반찬통을 여는 순간이 두렵고 창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루는 엄마가 매일 김치만 싸주는게 미안하다는 뉘앙스의 얘길 하신 적이 있었는데, 저는 그 때 햄이나 소세지같은거 싸가면 애들이 다 얻어먹어서 반찬이 없으니 김치가 더 좋다는 거짓말을 하곤 했는데요.
제가 다 크고 난 뒤에도 엄마는 그 때 그 얘길 가끔 하시는데 아직도 제가 도시락 반찬으로 김치를 좋아했다고 믿고 계시더라구요.ㅎㅎ
넉넉치 못한 집이어서 도시락 반찬을 거의 매일 김치 아니면 장아찌 같은 것만 싸 갔는데, 당시 친구들이 착했던건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표정이 좋지 않은건 어리던 저도 다 느낄 수 있었구요.
그래서 매번 반찬통을 여는 순간이 두렵고 창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루는 엄마가 매일 김치만 싸주는게 미안하다는 뉘앙스의 얘길 하신 적이 있었는데, 저는 그 때 햄이나 소세지같은거 싸가면 애들이 다 얻어먹어서 반찬이 없으니 김치가 더 좋다는 거짓말을 하곤 했는데요.
제가 다 크고 난 뒤에도 엄마는 그 때 그 얘길 가끔 하시는데 아직도 제가 도시락 반찬으로 김치를 좋아했다고 믿고 계시더라구요.ㅎㅎ
어릴적 저희 동네에 아빠는 치과의사고, 엄마는 약국하시던 그 친구 집에 동네 유일했던 재믹스 하러 많이 갔습니다. 하는건 좋은데 어느날 구니스를 저녁까지 버티면서 하느라 친구엄마가 살짝 눈치를 주시는데 (집에 가서 밥먹고 와서 하렴), 제가 그걸 못알아 먹어서 집에 와서 허겁지겁 밥 고추장에 비벼먹고 그 친구집 창문 밖에서 빨리좀 나좀 봐달라고 점프하던 생각이 나네요. 나중에 저희 형이 엄청 쪽팔려 하면서 집에 끌려가 두들겨 맞았던 기억이 납니다. 쓰면서 생각해보니 두들겨 맞을 필요 까진 없었던 것 같은데...괜히 형이 미워지네요 그 친구는 좋은 친구였습니다.
저도 어릴 적 컴퓨터가 있는 친구나 잘사는 친구, 내가 없는 장난감을 가진 친구네에 자주 놀러가서 놀던 시절이 생각이 나네요. 그 당시 저는 딱히 자존심이나 이런거 생각하지 않고 누군가 가라는 눈치를 주거나 해가 완전히 주저 앉기 전까지는 내 욕심을 다 채워서 놀다 갔었던 것 같아요. 친구쪽 어머니도 그냥 아무렇지 않게 과일 가져다 주고 저녁밥 해주셔서 같이 먹고 항상 집으로 돌아갈 때면 다음에 또 놀러오라고 해주셨었죠.
다행히도 가진 것이 권력이 되지 않는 친구들을 만나서 눈치보지 않고 즐겼던 것 같습니다.(물론 제 기억속 미화된 부분일 수도 있지만요) 정말 초등학교 때 까지는 친구 집 앞에서 "XX아 노올자~" 이거 몇번 외치면 들어갔었는데... 연락도 없이 집 앞에 가서 놀자고 할 수 있었던 시기는 그때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네요.
다행히도 가진 것이 권력이 되지 않는 친구들을 만나서 눈치보지 않고 즐겼던 것 같습니다.(물론 제 기억속 미화된 부분일 수도 있지만요) 정말 초등학교 때 까지는 친구 집 앞에서 "XX아 노올자~" 이거 몇번 외치면 들어갔었는데... 연락도 없이 집 앞에 가서 놀자고 할 수 있었던 시기는 그때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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