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21/01/05 04:55:49
Name   Schweigen
Subject   자다 말고 일어나 쓰는 이야기
예전에 탐라에 얘기 했던 세상에서 공부가 제일 재미있다는 변태 친구는 하늘에서 내려온 제수씨를 만났습니다. 관악산-스탠포드 코스 밟고 지방에서 교수 하는 친구는 공부 말고는 바보에요. 귀도 얇고 경제관념도 거의 없는... 그냥 월급 봉투 갖다 주면 집안이 저절로 돌아겠거려니 하는 딱 6-70년대 아버지들 마인드.

기실 교수라 해봐야 그것도 지방대 교수들 연봉은 그리 많지 않아요. 대기업은 커녕 중견기업보다 되려 못할수도 있겠네요. 친구와는 다르게 다행히 제수씨가 이재에 밝아 발에 땀나도록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린 덕분에 넉넉치는 않더라도 조카들 부족함 없이 키우고 양가 어른 봉양하고 동생들 챙기며 집한칸이라도 마련해 품위유지 하며 잘 살고 있습니다.

친구들끼리 만나면 그럽니다. 재산분할 하면 친구놈은 1, 제수씨가 99라구요. 지도 동의하구요. 아마도 지가 관리 했으면 진즉 사기당해 홀랑 날려먹고 신불되었을놈이 제수씨 만나 사람구실하며 산다고요.

저야 뭐 죽을때까지 별 상관 없겠지만서도 친구네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결혼이란 건 빈 곳간을 채우 듯 서로 부족한 것을 메꿔주며 던단해지는 게 제일이구나...  

지금 제게 그 사람이 있어 참 다행이라 감사하며 살지만 또 우리가 서로 신뢰가 아무리 깊다 한들 사회적으로나 법적으로나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가 평생을 가도 누군가 혼자 남게 되는 순간 모든 관계는 종료되고 아무것도 보장을 받을수가 없어요. 예전 뉴스에 나온 레즈비언 할머니 커플 사례처럼 평생을 함께한 상대보다도 얼굴도 모르는 생판 남과 다름 없는 혈족이 나타나 남겨진 모든 걸 차지하고 홀로남은 배우자는 아무것도 없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그 사건이 저에게 아주 먼일은 아니니까요. 물론 지금 이사람과 내일 끝날지 십년이 갈지 평생을 함께할진 아무도 모르지만서도..


그러다 보니 우리가 지금 함께더라도 언젠가 혼자 남게될 대비를 각자 하면서 할수밖에 없어요. 그 사람이나 저나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신뢰가 아무리 깊던지 언젠가 그날은 오고말테니까. 제수씨네처럼 애초에 단단해질수 없는 그런 결합이랄까요. 조금 서글프네얌.

자다 깨서 그 사람 얼굴을 봐서 긍가... 참 많은 생각이 드네요.

여튼 그러니까 자다가 옆구리 좀 차지마 이 인간아!!! 아파 디지것네... 갈비뼈 나가는 줄... 자다말고 이 새벽에 이게 먼 무뜸금 센티 모드인지 원...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1-01-22 11:58)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23
  • 사회 진보를 기원합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418 기타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 오직 문학만이 줄 수 있는 위로 8 다람쥐 24/11/07 843 31
1417 기타기계인간 2024년 회고 - 몸부림과 그 결과 5 Omnic 24/11/05 627 31
1416 기타비 내리는 진창을 믿음으로 인내하며 걷는 자. 8 심해냉장고 24/10/30 906 20
1415 기타명태균 요약.txt (깁니다) 21 매뉴물있뉴 24/10/28 1734 18
1414 기타트라우마여, 안녕 7 골든햄스 24/10/21 932 36
1413 기타뭐야, 소설이란 이렇게 자유롭고 좋은 거였나 14 심해냉장고 24/10/20 1548 40
1412 기타"트렌드코리아" 시리즈는 어쩌다 트렌드를 놓치게 됐을까? 28 삼유인생 24/10/15 1850 16
1411 기타『채식주의자』 - 물결에 올라타서 8 meson 24/10/12 942 16
1410 요리/음식팥양갱 만드는 이야기 20 나루 24/09/28 1219 20
1409 문화/예술2024 걸그룹 4/6 5 헬리제의우울 24/09/02 2075 13
1408 일상/생각충동적 강아지 입양과 그 뒤에 대하여 4 골든햄스 24/08/31 1412 15
1407 기타'수험법학' 공부방법론(1) - 실무와 학문의 차이 13 김비버 24/08/13 2042 13
1406 일상/생각통닭마을 10 골든햄스 24/08/02 1977 31
1405 일상/생각머리에 새똥을 맞아가지고. 12 집에 가는 제로스 24/08/02 1593 35
1404 문화/예술[영상]"만화주제가"의 사람들 - 1. "천연색" 시절의 전설들 5 허락해주세요 24/07/24 1439 7
1403 문학[눈마새] 나가 사회가 위기를 억제해 온 방법 10 meson 24/07/14 1907 12
1402 문화/예술2024 걸그룹 3/6 16 헬리제의우울 24/07/14 1686 13
1401 음악KISS OF LIFE 'Sticky' MV 분석 & 리뷰 16 메존일각 24/07/02 1582 8
1400 정치/사회한국 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3) 26 삼유인생 24/06/19 2787 35
1399 기타 6 하얀 24/06/13 1861 28
1398 정치/사회낙관하기는 어렵지만, 비관적 시나리오보다는 낫게 흘러가는 한국 사회 14 카르스 24/06/03 3079 11
1397 기타트라우마와의 공존 9 골든햄스 24/05/31 1929 23
1396 정치/사회한국 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2) 18 삼유인생 24/05/29 3076 29
1395 정치/사회한국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1) 8 삼유인생 24/05/20 2650 29
1394 일상/생각삽자루를 추모하며 4 danielbard 24/05/13 2051 29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